겉으론 박근혜 비판 쏟아냈지만
지지층 결집, 중도 이탈 방지 기대
제윤경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기자회견에서 “(박 전 대통령 자필 편지는) 미래통합당이 박 전 대통령 정당이라는 것을 선언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어 “국민은 아직도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며 “마치 억울한 정치인인 양 옥중 선동정치를 하는 것은 국민의 탄핵 결정을 부인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제 대변인은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를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이) 이렇게 하는 것은 황당하다”고 했다.
국회 탄핵소추 위원이었던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전직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책임감도 발휘하지 못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려는 작태에 대해 비판하고 싶다. 이번 총선은 박 전 대통령의 왜곡된 정치적 욕망을 완전히 종결시키는 심판의 장이 될 것”이라며 야당 심판론과 결부시켰다.
민주당이 격한 표현을 써가며 비판했지만, 내심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정치’가 여당의 4·15 총선에 나쁘지만은 않게 작용할 거란 분위기가 감지된다. 적어도 최근 이탈 조짐을 보인 중도·무당층을 다시 붙들거나 여권의 전통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는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우상호 의원은 통화에서 “보수 야당에 득보다 실이 많은 행위”라고 분석했다. “보수는 이미 정권 심판론을 앞세워 총결집할 테니 박 전 대통령의 통합 메시지가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진 않는다. 반대로 우리 진영 지지자는 결집할 수 있고 탄핵 참여 중도층 가운데 일부도 옥중 서신에 거북해할 수 있다”면서다. 민주당 한 의원은 “중도층 유권자는 옥중 편지에 ‘적폐 부활’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잊혀 가는 중인데 이를 다시 상기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범여권에서 논의 중인 비례대표용 연합 정당 논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민주당 한 전략통 의원은 “진보 진영에서 ‘박 전 대통령까지 나서는데 미래통합당에 원내 제1당을 절대 내줄 수 없다’는 걸 명분으로 비례 정당 논의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은 “이제까지 숨죽이고 있던 박 전 대통령이 고개를 슬그머니 내미는 것을 보니 미래통합당이 탄핵 이전 ‘도로 새누리당’으로 돌아간 듯하다”며 “결국 탄핵 이전으로 정치 시계를 돌리겠다는 퇴행적 행태”라고 주장했다.
김정현 민생당 대변인은 “탄핵 찬반 여론에 다시 불을 붙여 반문(반문재인) 연대를 통한 정치적 사면을 노리는 것”이라며 “황교안 (통합당) 대표 등 보수 야당의 지도자들은 박근혜의 이 같은 수렴청정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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