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의 내용도 내용이려니와 형식도 바람직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최측근이라는 유영하 변호사는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대통령이 자필로 썼다는 편지를 소개했다. 교도소의 정식 절차를 밟아 우편으로 받았다며 말이다. 구두가 아닌 자필임을 강조한 것은 지지층에 미치는 메시지의 신뢰도와 파괴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회는 통절한 참회가 절절히 요구되는 전직 대통령의 정치선전장이 되어선 곤란하다. 메시지 공개는 시기적으로도 부적절했다. 매일 매일이 전쟁 같은 요즘이다. 온 나라와 시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맞서 일상의 고통을 견디며 심란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메시지 서두에 국민에 대한 위로가 들어가 있으나, 만에 하나 감염병의 최대 피해지역이자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었던 대구ㆍ경북 쪽의 황폐해진 지역 정서를 자극하려 했다면 이 역시 비생산적인 결과로 이어질 게 뻔하다.
박 전 대통령의 지지에 고무된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이 나라, 이 국민을 지켜달라는 박 전 대통령의 애국심이 우리 가슴을 깊이 울린다"고 밝혔다고 한다. 친박(친박근혜) 세력에 기댄 김문수, 조원진 자유공화당 공동대표는 "국가와 국민의 미래에 대한 큰 결단"이라고 옥중 메시지를 추어올리는 등 정치권 반응들이 잇따르고 있다. 통합의 중심으로 지목된 미래통합당은 힘을 받은 모양새이지만 친박 계열 정당들은 새로운 입장 정리가 필요하게 됐다. 한편으로 미래통합당은 이번 메시지가 부를 역풍을 고민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있는 만큼 옥중 메시지의 파문이 그릴 문양은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옥중 서신 변수가 돌출하는 바람에 진영 갈등이 더 격화하고 대결정치가 더 첨예하게 전개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박 전 대통령은 서신에서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나라가 잘못되는 거 아닌가 염려도 있었다. 또한 현 정부 실정을 비판하고 견제해야 할 거대 야당의 무기력한 모습에 울분이 터진다는 목소리들도 많았다. 하지만 저의 말 한마디가 또 다른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에 침묵을 택했다"면서 그동안 침묵을 지킨 이유를 전했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박 전 대통령은 계속 그랬어야 했다. 이제라도 그 마음가짐을 되찾길 바란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