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10개주·샌더스 4개주 승리…중도진영 '단일화' 효과
'매직넘버' 1991명 대의원 수 놓고…두 주자, '접전' 벌일 듯
경쟁 전당대회까지 가면 '당 주류' 지원받는 바이든 우세
샌더스, 對바이든 공세 강화…反트럼프 인사들 '화합'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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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누가 대통령 후보로 지명될지는 당이 결정한다.”
2016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정치적 이단아’로 치부됐던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승리로 생명을 다한 듯했던 미국 정가의 이른바 ‘당 결정’ 이론이 2020년 미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되살아나는 걸까. 민주당 주류의 지원을 받고 있는 조 바이든(사진 오른쪽) 전 부통령이 경선 초반 잇단 참패를 딛고 3일(현지시간) 14개 주(州)의 동시다발적 경선이 치러진 ‘슈퍼화요일’에서 화려하게 부활하며 버니 샌더스(왼쪽) 상원의원의 대세론에 제동을 걸었다.
이제 민주당 경선 구도는 ‘중도 대표주자’ 바이든 대(對) ‘강성 좌파주자’ 샌더스 간 2파전 구도로 압축되는 양상이다.
◇反샌더스 연대의 ‘힘’…슈퍼화요일 승자=대선후보 ‘주목’
이날 5차 경선 격인 슈퍼화요일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고개 숙인 남자 바이든의 ‘대약진’이다. 14개 주 및 미국령 사모아에서 실시된 경선에서 바이든은 텍사스·앨라배마·오클라호마·노스캐롤라이나·버지니아·테네시·아칸소 등 남부 7개 주를 비롯해 매사추세츠·미네소타·유타까지 모두 10개 주에서 승기를 잡았다. 3차 네바다 2위를 거쳐 4차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첫 1위에 오르긴 했지만, 1차 아이오와· 2차 뉴햄프셔에서 각각 4·5위로 전락한 것에 비춰보면 이번 슈퍼화요일은 미 언론의 표현대로 바이든의 ‘놀라운 반등’이다.
물론 샌더스도 415명의 대의원이 걸린 캘리포니아를 포함해 안방인 버몬트와 콜로라도·텍사스 등 4개 주에서 승리를 거머쥐며 저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그간 ‘대세론’을 질주해왔던 점에서 바이든으로부터 ‘일격을 당했다’는 게 미 언론들의 분석이다.
바이든의 대약진은 사실 예견됐던 결과다. 슈퍼화요일 직전 1차 경선에서 깜짝 승리하며 ‘백인 오바마’로까지 불렸던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당내 중도·좌파로부터 고루 지지를 받아왔던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등 중도진영 후보들은 잇달아 경선 열차에서 하차하며 잇달아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바이든을 중심으로 반(反) 샌더스 연대가 구축된 것이다. 바이든은 이날 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한 유세에서 “클로버샤 덕분에 미네소타에서 이겼고, 베토 오로크 전 하원의원 덕분에 텍사스에서도 잘해냈다”며 “부티지지의 지지를 확보한 것 또한 무척 자랑스럽다”고 감사를 표했다.
미 정가가 슈퍼화요일을 경선 초반 ‘최대 분수령’으로 보는 이유는 결과적으로 역대 후보들의 명암을 제대로 갈라왔기 탓이다. 1988년 공화당의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민주당의 마이클 두카키스 후보부터 2016년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까지, 각 당의 대선본선 티켓을 따낸 후보들은 모두 슈퍼화요일의 승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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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전당대회’ 가면 바이든 우세…샌더스 공세 거세질 듯
현재로선 바이든·샌더스 두 주자 간 간극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수준이어서 치열한 장기전은 불가피해 보인다. 미 CNN방송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짚었다. 오는 7월 13~16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리는 전당대회까지 두 주자 모두 ‘매직넘버’인 1991명(민주당 당규상 3979명중 절반+1명)의 대의원을 확보하지 못할 공산이 커진 것이다.
문제는 이 경우 771명의 슈퍼 대의원이 추가로 참여한 2차 투표로 과반 지지 후보를 선출하는 ‘경쟁 전당대회’(contested convention)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슈퍼대의원은 민주당 간부(30명)와 하원의원(233명), 상원의원(46명), 민주당 주지사(28명), 민주당전국위원회(DNC) 회원 중 선출된 사람(434명)으로 구성되는데, 이들이 ‘무소속’인 샌더스를 지지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실제 2016년 경선 당시 당 주류를 등에 업은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슈퍼대의원을 571명 확보한 반면, 샌더스의 경우 48명에 그친 바 있다.
향후 샌더스가 더욱 강경 모드로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만약 두 주자 간 경쟁이 ‘혈투’로 까지 이어지면, 최종 후보가 누가 되든, 민주당은 ‘분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느긋하게 민주당 경선을 관망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만 키워주는 꼴이다. 실제 샌더스는 이날 정치적 고향인 버몬트에서 “트럼프와 똑같은 낡은 정치로는 트럼프를 꺾을 수 없다”며 바이든을 트럼프와 동일시하며 정조준했다.
최근 들어 반(反) 트럼프 지식인들이 일제히 민주당에 ‘화합’의 목소리를 촉구하는 배경이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누가 후보지명을 받건 민주당은 가능한 한 폭넓은 연합체여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선거를 통째로 트럼프에게 넘겨주는 격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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