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장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기준금리 전격 인하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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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하는 비상조치를 취했지만, 시장은 바짝 움츠러들었다.
Fed는 3일 오전 10시(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연 1.5~1.75%인 기준금리를 1.0~1.25%로 0.5%포인트 낮춘다고 발표했다. 통상 0.25%씩 조정하던 것을 한꺼번에 두 단계나 내리는 '빅 컷'이었다.
이달 17~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보름 앞당겨 기준금리 인하를 선택했다. 그만큼 신속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긴급 금리 인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어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코로나바이러스가 경제활동에 위험을 전개하고 있다면서 “Fed는 그 리스크를 보고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 이외에 다른 정책수단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 ‘양적완화(QE) 재개’ 가능성엔 선을 그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줄여보려는 선제적 조치였지만, 시장은 그것으로도 부족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는 2.9% 하락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지수는 2.8% 떨어졌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미 국채로 몰리면서 10년물 국채 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1% 아래로 하락했다. 금값은 2.9% 뛰었다.
CNBC는 “Fed가 경제 하향을 인정한 것은 다행이나 경제 상황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들게 했다”고 주가 하락 배경을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성장률 하락을 예상할 뿐 아니라 오는 18일 FOMC 정례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기대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장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기준금리 전격 인하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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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의 0.5%포인트 금리 인하 결정이 성장률 하락을 막거나 투자자들을 진정시키지는 못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금리 인하 조치가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경제 부진에 직접 대응하는 데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NYT는 “금리 인하 조치로 중앙은행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거나, 근로자의 근로 시간 감소를 해결하거나 망가진 제조업 공급망을 살릴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동이 제한되고, 일해야 할 사람들이 대규모로 격리되고, 공장이 멈추는 상황을 금리 인하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이날 오전 전화 회의를 연 뒤 공동성명을 통해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할 것이며,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경제성장 악화를 타개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조치는 내놓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Fed가 추가로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압박했다. Fed의 금리 인하 발표 이후 트위터에서 “Fed가 (금리를) 내리고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다른 나라들 및 경쟁자들과 맞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면서 증시가 폭락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Fed의 금리 인하를 압박해 왔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15개 주에서 100명을 넘어섰으며, 사망자는 9명이다. 사망자 전원이 워싱턴주 시애틀 인근에서 나옴에 따라 이 지역에서 경로를 알 수 없는 감염이 퍼지고 있는 것으로 미국 보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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