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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이슈 만화와 웹툰

뒤집힌 약육강식의 카타르시스, 3억건 웹툰 ‘흥행 클라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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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소시오패스 열연 김다미 새 발견

최고시청률 14.76% 매회 신기록

유재명 등 ‘역대급 악역’ 재미 더해

중앙일보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 소시오패스로 등장하는 조이서(김다미). [사진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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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열기가 뜨겁다. 지난 1월 31일 시청률 4.98%로 시작해 매회 자체 최고시청률을 갈아치우며 1일 10회 방송에선 14.76%를 기록했다.

총 16부작인 ‘이태원 클라쓰’는 누적 구독자수 1301만 명, 조회수 3억3000만여 건의 동명 웹툰이 원작. 주인공 박새로이(박서준)의 원수인 장가 그룹의 몰락 등 짜릿한 복수극의 하이라이트가 남아있는 셈이어서 앞으로 흥행 기세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한 번의 하락 없이 ‘직진’ 흥행 질주 중인 ‘이태원 클라쓰’의 인기 상승 비결을 꼽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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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요식업체 1위인 장가를 설립한 장대희(유재명) 회장. [사진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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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무너뜨리는 중졸 전과자=약육강식. ‘이태원 클라쓰’의 첫째 악역인 장가그룹 회장 장대희(유재명)가 가장 좋아하는 사자성어다. 약한 자가 강한 자에게 먹힐 수밖에 없는 생태계의 질서가 ‘이태원 클라쓰’에선 통쾌하게 뒤집힌다.

박새로이는 중졸 전과자다. 학교 폭력의 주범인 장가그룹 2세 장근원(안보현)을 때려 전학 간 첫날 퇴학을 당했고, 뺑소니 교통사고를 일으켜 아버지를 숨지게 한 장근원을 폭행한 죄로 전과자가 되고 만다. 가진 것이라곤 소신과 패기뿐인 박새로이가 이태원에서 포차 ‘단밤’을 열어 대성공, 장가그룹을 무너뜨리는 것이 ‘이태원 클라쓰’의 정해진 스토리다.

지난달 28일 기자단담회에서 유재명은 “어려운 시대에 새로이라는 청춘이 보여주는 멋스러움, 힘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패기 넘치는 모습이 많은 공감을 얻는 것 같다”고 인기 비결을 짚었다.

남녀 역할이 뒤집힌 것도 ‘이태원 클라쓰’의 특징이다. 박새로이의 복수극을 완성하는 것은 스무 살 매니저 조이서(김다미). 파리 날리던 ‘단밤’을 문전성시 맛집으로 탈바꿈시켰고, 장근원으로부터 뺑소니 사고 자백을 받아내 기어이 감옥에 보내고 만다. 박새로이를 사랑하게 되면서 “이 남자를 건드는 놈들은 다 죽여버리겠다”고 다짐하고 “꿈 이뤄드릴게요, 사장님”이라고 독백하는 장면은 결정적인 해결사 역할을 남성 주인공에게 미뤘던 기존 복수극의 시대가 저물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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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에서 포차 단밤을 열고 장 회장을 향한 복수를 꿈꾸는 박새로이(박서준). 우직하면서도 통쾌한 성공담이 돋보인다. [사진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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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복수극의 판타지=원수를 갚겠다는 복수극이 이렇게 착해도 될까 싶을 만큼 박새로이는 정도만 걷는다. 감방에서 만났던 전직 조폭 최승권(류경수)을 서빙 담당으로 고용해 새 삶을 살 기회를 줬고, 요리 솜씨 없는 트랜스젠더 셰프 마현이(이주영)에게도 월급을 두 배로 줘가며 두 배 더 노력하라고 권한다. 또 장가그룹 편에 선 첫사랑 오수아(권나라)가 가책을 느끼며 힘들어하자 “넌 네 삶에 최선을 다한 거고 넌 아무것도 잘못 없어”라며 도리어 위로한다. 늘 이익보다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위인급 심성이다.

주인공이 이렇게 착해서야 늘 당하고만 사는 ‘고구마’ 드라마가 될 확률이 높지만 ‘이태원 클라쓰’에선 속터질 틈이 없다. 고등학교 때 장근원에게 괴롭힘을 당해 박새로이 퇴학의 빌미가 됐던 이호진(이다윗)이 한국대 경영학과를 졸업, 유능한 펀드매니저가 돼 박새로이를 돕는 등 주변 조력자들의 활약 덕분이다. 박새로이가 뿌렸던 선한 씨앗들이 하나씩 열매를 거두는 셈. ‘이태원 클라쓰’의 성공은 정당한 방법으로 소신을 지키며 거두는 성공이다. 부조리하고 영악한 현실에서 좌절을 거듭해온 소시민 시청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달콤한 판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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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이태원 클라쓰’. [사진 카카오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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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준+α, 캐스팅의 마력=원작이 ‘메가 히트’ 웹툰인 데다 원작 작가가 드라마 극본까지 쓰고 있으니 드라마의 흐름은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셈이다. 스토리의 힘만으론 흥행에 한계가 있을 법하지만, 배우들의 ‘캐릭터 맞춤형’ 연기가 작품에 생명력을 더했다.

청춘스타 박서준은 헤어스타일부터 완벽한 ‘만찢남’을 보여줬고, 신예 김다미도 열정과 냉정 사이를 오가는 천의 얼굴로 소시오패스 조이서를 구현했다.

악역들의 ‘미친’ 연기력도 시청률 상승의 견인차다. 특히 유재명은 1일 방송에서 회장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아들까지 속인 비정한 아버지 연기로 ‘역대급 악역’이란 평을 들었다. ‘모지리’ 캐릭터 장근원을 연기하는 안보현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무능하고 소심한 장근원의 찌질한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안보현의 표정 연기는 박새로이의 복수극을 더욱 통쾌하게 만든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복수극의 중심축은 주인공과 악당 사이의 대결 구도다. 이때 악당이 너무 강력하면 시청자들이 보기 버거워질 수 있다. 안보현이 ‘당하는 악역’으로서 중간중간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신인배우로서 놀랍다”고 분석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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