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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국경 개방한 터키 ... "난민 이용 마라" vs "EU 먼저 약속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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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정부가 유럽으로 향하는 문을 활짝 열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유럽이 난민 문제를 함께 부담해야 한다”며 “난민에 유럽으로 향하는 문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국경 개방’의 공개 선언으로, 더는 난민을 단속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유럽 국가들의 항의를 받았다는 사실도 알리고 “그들에게 ‘이미 끝났다’고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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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일 난민이 유럽으로 향할 수 있는 문을 열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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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터키가 EU(유럽연합)와의 협정을 위반했다”며 “이런 식으로 난민들이 그리스 국경으로 몰려가게 하는 일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 결정으로 난민들이 오히려 막다른 길로 몰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각 유럽 국가가 이들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힌 상황에서 난민이 핍박받을 수 있단 우려다.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 역시 에르도안을 비판하며 협정을 지키라고 강조했다.

터키와 국경을 접한 그리스는 “침입”이라 격렬하게 반발하며 무력을 이용하고 나섰다. 국경 개방 소식을 접한 후 난민 2만여명이 자국 국경으로 몰려들자 최루탄을 발사하며 이들을 저지한 것이다. 해안 경비대는 보트를 탄 이주민들을 향해 총격을 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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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서 넘어온 난민들을 구금하고 있는 그리스 경찰의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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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가 약속 안 지켰다" 터키 불만 폭발



터키 정부는 왜 갑자기 국경을 개방했을까.

유럽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터키에 유럽행을 희망하는 난민이 모여든 지는 오래됐다. 그 수가 폭등한 것은 지난 2015년께였다. IS(이슬람국가)가 기승을 떨치고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며 약 100만 명 넘는 난민이 유럽으로 몰려든 것이다. 터키와 유럽 국가들은 부랴부랴 머리를 맞댔다.

결국 2016년 3월, 터키와 EU는 '난민송환협정'을 체결했다. 터키가 난민을 단속해주는 대신 EU가 60억 유로(약 8조원)를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EU 측이 매년 난민 7만 명을 유럽 각국에 고루 분산·수용하기로 한 내용도 담겼다. EU 가입을 추진해오던 터키로선 나쁘지 않은 협상이었다.

그러나 터키와 국경을 접한 시리아에서 무려 360만명의 난민이 몰려들며 수용 능력이 한계에 달하자 터키 정부의 불만이 폭발했다. EU의 지원금을 터키 정부가 직접 받아 쓰는 것이 아니란 점도 문제가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원 프로젝트를 통해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EU의 정책에 터키 정부가 불만을 가진 지는 오래”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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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국경 개방에 대해 강력 항의하고 나섰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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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정부는 시리아 난민을 위해서만 이미 300억 달러를 썼다며, 유럽이 좀 더 많은 난민을 수용하고 자금 역시 터키가 직접 집행해야 한다는 요구를 강하게 하기 시작했다. 가디언은 “에르도안 대통령은 어떻게든 EU와의 협정을 갱신하려고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터키 정부의 자금 집행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르도안이 난민 이용" vs "EU 새 정책 내놓을 때 됐다"



EU 측은 일단 터키를 진정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터키 정부와 충분히 대화하겠다”면서 에르도안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을 삼갔다.

문제는 EU 내 각국 사정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독일처럼 비교적 여유로운 국가는 유럽 전역이 난민을 “공정하게 부담하길”(FT) 바라지만 그리스처럼 내부적인 혼란을 겪고 있는 곳은 난색을 보이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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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정부의 국경 개방 선언 이후 그리스로 향하고 있는 난민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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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정부가 난민을 이용하며 이들을 곤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에르도안은 2016년에도 EU가 터키의 가입을 늦출 경우 국경을 개방한다고 위협했다”며 “그는 오랫동안 난민을 자신의 ‘정치적 도구’로 쓰려고 해왔으며 이는 잔인한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U 측에도 문제가 있단 지적이 나온다. 미카엘 로트 독일 EU 담당 장관은 “EU가 지속 가능한 이주민 관련 정책을 내놓을 때가 왔다”고 일침을 놨다. 가디언 역시 “2016년 협정 이후 유럽에 들어오는 난민 수가 일정 수준 통제되는 등 효과를 거둔 건 사실이지만 지난해부터 난민은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며 “보다 지속가능한 정책을 내놓아야 할 때”라고 보도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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