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원로들이 28일 오전 대학로 흥사단에서 '미래한국당 저지와 정치개혁완수를 위한 정치개혁연합 창당 제안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시아경제 강나훔 기자] 진보 진영의 비례대표 전용 연합정당인 '정치개혁연합(가칭)'에 대한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기호 순번이나 홍보 등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치개혁연합은 '정치 플래폼' 운영 방식을 표방한다. 연합에 동의하는 정당들의 비례 후보들을 일종의 파견 형식으로 받아서 선거를 치르고, 선거 후에는 원래 소속된 정당으로 되돌려 보내는 방식이다. 정치개혁연합 측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녹색당, 미래당 등에 참여 제안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공당은 3페이지 분량의 제안서를 받고 쉽게 참여 결정을 내리지는 않는다"며 "어떤 분들이 활동하는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지 더 정확한 파악이 필요하다"고 유보적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미래한국당의 비례의석 '싹쓸이' 가능성이 현실화되면서 결국은 진보 정당들이 연합전선을 구축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높다.
이러한 구상이 실현될 경우 가장 첫번째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기호 순번이 꼽힌다. 현역의원 없이는 비례 투표용지 하단에서 맴돌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의원 꿔주기'가 불가피하다. 미래한국당의 모델을 그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미래한국당보다 앞선 기호 순번을 받으려면 최소 6명, 사실상의 '기호 1번'을 받으려면 최소 20명의 현역 의원이 필요하다. 정의당이나 민생당 소속 의원들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고, 의원 대부분이 지역구에 출마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연합정당으로 움직여야 하는 쪽은 민주당이 돼야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현재 민주당내 불출마 의원과 경선 탈락 의원, 컷오프(공천배제) 의원은 30여명이다. 이 가운데 당대표, 공천관리위원장, 장관 등을 빼면 연합정당으로 옮길 수 있는 의원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경선에서 탈락된 의원들이나 컷오프된 의원들은 비례용 정당에 자신들이 '이용'되는 데 대한 거부감이 일 수 있어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설사 다수의 의원들이 이동한다 하더라도 미래통합당의 '의원 꿔주기'를 꼼수라고 비판해왔기 때문에 보수당으로부터 비판 역공을 맞을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홍보'다. 이날부터 총선까지 남은 기간은 44일이다. 일찌감치 창당을 끝낸 미래한국당은 보수진영에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임을 어느 정도 각인시킨 상태다. 그러나 정치개혁연합은 공직선거법상 4·15 총선에 참여하는 정당의 창당 마감시한인 오는 16일까지 창당을 완료한다면 홍보기간은 한 달 정도 밖에 남지 않게 된다.
특히 정당명 선정은 이러한 고민과 맞닿아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지금의 '정치개혁연합'이라는 명칭은 취지는 잘 전달되나, 정당으로서의 뚜렷한 색채를 드러내지 못한다"라며 "참여하는 모든 정당을 만족시키는 정당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당명 허가 여부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앞서 선관위는 기존에 있는 정당과 비슷한 당명들에 대해 사용 불허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정치개혁연합 측은 일단 참여 정당 모으기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하승수 정치개혁연합 창당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은 통화에서 "지금은 정치개혁을 완수한다는 대의 아래 정당들이 참여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설득에 집중하는 중"이라며 "현역의원 당적 바꾸기 등 정치공학적 문제는 나중에 논의해야 할 듯 싶다"고 말했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