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은 3일 이 같은 내용의 ‘2020년 2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했다.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1% 상승했고, 전월 대비로는 변동이 없었다. 서비스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4%, 전월보다 0.1% 올랐다. 서비스 물가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1999년 12월 0.1% 이후 가장 낮았다.
2월 29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주말임에도 한산하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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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낮았던 이유는 외식 물가의 낮은 상승률 때문이었다. 대개 연초에는 인건비 상승을 반영해 전월 대비 외식 물가가 오르는데, 올해 2월에는 0.7% 오르는데 그쳤다. 이는 2013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국장)은 "외식에는 (낮아지는 추세인) 학교 급식비, 1년 넘게 하락 추세인 생선회가 포함돼 있다"면서 "대개 1, 2월에는 외식 수요가 상승하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외식 외에도 코로나19로 영향 받은 품목은 해외단체여행비(전월 대비 -5.8%), 국제항공료(-4.2%) 등이었다. 코로나19로 졸업식이나 입학식이 미뤄지면서 생화가격도 전년 동월 대비 2.6%, 전월 대비 11.8% 하락했다. 작년 2월에도 생화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3.5%, 전월 대비 0.7%씩 하락했는데, 당시에는 2018년의 비싼 화훼 가격으로 인한 기저효과와 중국산 화훼 수입으로 가격이 하락했다.
코로나19로 마트에서 일부 라면이 동나는 등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지만, 2월 물가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안 국장은 "곡물 가격이 0.4% 하락하는 등 사재기 때문에 가격이 상승한 것은 딱히 없었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물가 조사 품목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예비 조사 품목으로 분류된 마스크 가격은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가격이 오프라인 가격보다 급격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마스크는 코로나19 이전엔 약국 등 오프라인 판매처에서 2000원대 초반, 온라인에서는 800원대였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엔 마스크 가격이 온라인 판매처에서 4000원대로 뛰었다. 같은 기간 오프라인 판매처 가격은 여전히 2000원대였다.
1월 20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온 이후 마스크 가격이 상승했고, 2월 12일 긴급 수급 조치 이후 가격이 다시 안정됐다. 하지만 대구에서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2월 19일 이후 온라인 가격이 폭등하고 품귀 현상이 심해졌다. 이후 정부의 마스크 보급 방침이 나오고 나서 다시 가격이 하락 전환하고 있다. 안 국장은 "아직 조치 직후라서 앞으로의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농산물 작황 부진으로 채소류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9.8% 오르는 에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경제활동 부진 영향으로 서비스물가가 크게 둔화되면서 물가상승 압력을 낮추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020년 2월 소비자물가 동향’ 분석 자료를 통해 "농축수산물은 온난화로 인한 어획량 감소로 수산물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작황 부진으로 급증했던 채소류(배추, 무 등) 가격이 조정되고, 과실 가격이 하락하면서 상승폭이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큰 폭으로 상승했던 무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올해 1월 126.6%에서 2월에는 58.6%로 줄었다.
통계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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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는 전년 동월 대비 0.5%, 전월 대비 0.1% 상승했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의 영향을 많이 받는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물가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6%, 전월 대비 0.1% 상승했다. 지난 1월에 이어 석유류의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휘발유가 15.1%, 경유가 10.7% 상승했다. 이 영향으로 공업제품의 물가가 2.2% 상승했다.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커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1개 품목(전체 460품목 가운데)의 물가를 취합한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7%, 전월 대비 0.1% 상승했다. 식품은 전년 동월 대비 1.2% 상승, 전월 대비 0.1% 하락했다. 식품을 제외하면 전년 동월 대비 2%,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 전월세포함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4%, 전월 대비 0.1% 씩 상승했다.
통계청은 앞서 올해 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이 1%대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코로나19와 정책 변화 등으로 이런 전망이 확실하지 않아졌다고 했다. 안 국장은 "3월부터 시작되는 무상 교육,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 등의 영향으로 물가가 계속 상승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가 없다"면서 "이런 전망을 내놨던 1월보다 정책적인 물가 하락 요인이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민아 기자(wo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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