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 연합정당'을 표방하고 나선 '정치개혁연합'은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을 신고할 예정이다. 정치개혁연합에는 주권자전국회의 등 친여 성향의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민주당, 정의당, 녹색당 등 진보 세력이 힘을 합쳐 비례용 연합 정당을 창당하고, 각 당에서 비례대표 후보를 파견 받아 총선을 치른 뒤 당선자들이 원래 소속 정당으로 돌아가자고 제안하고 있다. 발기인에는 영화배우 문성근씨, 함세웅 신부, 한완상 전 교육부장관,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 등 200여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오는 10일까지 창당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 28일 정봉주 전 의원은 비례정당 '열린민주당'을 창당했다. 또 우희종 서울대 교수와 최배근 건국대 교수 등은 2일 국회에서 비례연합정당인 '시민을 위하여' 창당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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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공관위 해체해야"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 뜻 앞에 작은 것은 비우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단 한 명의 비례후보도 내지 말자"고 제안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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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에선 비례 의석을 포기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외부에 만들어지는 비례정당에 힘을 실어주자는 취지다. 친문 핵심인 최재성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뜻 앞에 작은 것은 비우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의석 몇 자리에 연연해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걸 방기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단 한 명의 비례 후보도 내지 않을 테니 국민께 기형적이고 민심을 왜곡하는 미래한국당을 찍지 말아달라고 호소하자”고 했다.
최 의원은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미래통합당이 대통령 탄핵을 기정사실화 하고 총선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주장이 공공연하게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 것”이라며 “(민주당) 비례공천관리위원회 자체를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결단만 남았다. 정당 창당 마감시한인 16일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 대표는 이번주 내에 비례정당과 관련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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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당 지도부는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비례정당을 둘러싼 당의 공식 입장과 노선에 대해 아무런 발표가 없었다. 오히려 이해찬 대표는 지난 1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례정당 관련한 일체의 논의를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야당은 연일 이해찬 대표의 공식 입장을 촉구하고 있다. 민생당은 지난달 28일 논평을 통해 “앞에서는 정치 개혁을 이야기하고 뒷구멍으로는 꼼수 궁리라니 이게 집권 여당이 할 일인가. 민주당 지도부는 비례위성정당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역시 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해찬 대표는 집권여당 대표답게 분명하게 입장을 표명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이번주 안에 비례정당 문제가 정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4·15 총선에 참여하는 정당의 창당 마감시한(3월 16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다.
지난달 28일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2차 회의에 이해찬(가운데) 대표와 이낙연(왼쪽) 공동 상임선대위원장, 이인영(오른쪽) 공동선대위원장이 참석했다. 민주당은 비례정당과 관련 외부 세력과 연대하는 연합 비례정당에 대한 숙고를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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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선 민주당은 비례정당 직접 창당보다는 외곽과의 연대 가능성이 높다. 다만 어느 세력과 할지, 어디까지 규합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래한국당 방식은 위성정당을 (독자적으로) 만드는 것이어서 부정적 의견이 많지만, 외부에서 제안된 (선거연대) 의견은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군소정당도 살리면서 연대해 협치를 잘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직접 창당이 아닌 연합 비례정당이라 해도 정의당·민생당 등은 "꼼수 정당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심상정 대표는 “비례민주당이든 비례 연합당이든 비례정당 창당은 국민에 대한 명분이 없다”며 “민주당이 탄핵세력인 미래통합당의 파렴치한 술수에 부화뇌동한다면 그건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말했다. 김정현 민생당 대변인도 2일 “민주당 지도자급 인사들이 비례위성정당에 대해 오락가락해 정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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