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현실정치 무대로 돌아온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서울 부암동에 있는 여시재 사무실 앞마당에서 최근 정치상황과 국가 미래설계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있다. [이승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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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현실정치 무대로 돌아왔지만 정치감각은 여전했고 그간 민간싱크탱크에 몸담으면서 특유의 '꾀돌이'같은 정책구상 능력은 더 배가된 듯 했다. 지난해말 사면·복권 이후 최근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21대 총선 정국 전면에 등장한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이야기다.
매일경제신문은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위치한 여시재 사무실에서 이 전 지사를 인터뷰했다. 이때만해도 "당에서 출마요구가 갈수록 거세진다.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겠다"던 이 전 지사는 1일 춘천에 있는 강원도당에서 원주갑 출마를 공식선언하기로 했다.
최근 모든 정치·사회적 이슈를 블랙홀처럼 삼키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단면적이지 않았다. 정치인으로서 정치적인 관점에서 코로나19 사태를 바라보는 동시에 코로나19 사태를 국가 대개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절박함을 내비쳤다.
그는 먼저 21대 총선 전망과 관련해 "코로나19 사태에 누가 더 헌신적이고 누가 더 정확한 해법을 제시하느냐. 어느 당이 보다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느냐. 여기서 국민이 미래를 맡길 표를 줄 세력을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례없는 국가 위기 상황에서 진정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여당이 노력한다면 국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연일 정부에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는 야당에 대해서는 "고통받는 국민 앞에서 누가 실수하는지만 기다리고 정쟁에 이용하려게 너무 보기 싫고 째째해보인다"고 했다.
그는 여기서 한발 더 내다보면서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국민들의 지혜를 모아 한단계 점프하는 새로운 대한민국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기회에 온라인 교육, 온라인 의료시스템을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키고 글로벌 감염병에 대비해 의료체계 개선과 바이오선업 육상방안도 중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기회에 앞서있는 의료시스템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국제기구를 유치하는 것은 물론 세계 각국과 외교적인 관계를 강화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총선을 앞두고 정권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이 충돌하고 있다.
▷이번 21대 총선 화두는 정권심판도 아니고 야당심판도 아니다. 바로 사상 최악의 20대 국회 심판이다. 문재인정부 3년차에 치뤄지는 만큼 중간평가 성격도 있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국회의원은 모두 한명한명이 헌법기관이다. 야당은 정권심판이라는 프레임 뒤에 숨어서 싸움하려 하지 말고 각자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한다.
국민들도 프레임을 통한 패싸움에 말리지 말고 누가 경제를 그나마 더 챙겼는지, 누가 덜 싸우고 통합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냉정하게 평가해서 선택해야 한다. 축구팀 선수 뽑듯이 국민이 각 지역구에서 최고를 뽑아 국회로 보내면 정치가 달라질 것이다. 정권에 대한 평가는 얼마 뒤에 대선에서 제대로 할 수 있다. 새로운 대통령 후보를 뽑을 시점이 이제 1년 반밖에 안남았다.
―총선 결과는 어떻게 내다보나.
▷코로나19 때문에 전국민이 어려운데 서로 마음을 모으면 과거 금모이기 운동과 같은 우리의 새로운 저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감동의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정당이 총선에서 이길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누가 더 헌신적이고 누거 더 정확한 해법을 제시하느냐. 어느 당이 보다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느냐. 여기서 국민이 미래를 맡길 표를 줄 세력을 판단할 것이다. 고통받는 국민 앞에서 누가 실수하는지 기다리고 정쟁에 이용하려는게 너무 보기 싫고 째째해 보인다. 같이 극복해나가는 성숙한 모습을 보이는 쪽을 국민들이 선택해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대한민국에 주는 메시지는.
▷조금 더 내다보면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봐야할 숙제가 많다. 온라인 교육, 온라인 의료, 온라인 쇼핑 등의 분야를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킬 기회를 찾아야 한다. 또 한편으로는 앞으로 무한대로 커질 생명산업, 바이오산업을 어떻게 육성해야 하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같은 글로벌 감염병 계속 생긴다면 국제 대응 협력체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의료 관련 국제기구를 한국에 유치할 방법은 없는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외교문제부터 국가 시스템 개조까지 모든 것으로 새로 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민 분열과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다.
▷분열된 땅 위에는 새 집을 지을 수 없다. 공동의 목표를 찾기 위한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 지금은 대한민국이 가장 큰 위기인게 청사진이 없다. 산업화 민주와 이후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을 못잡고 있다. 목표가 없으니 분열이 생긴다. 미래설계도를 당장 만들어야 한다. 공동목표를 명확히 하고 이를 함께 추구하다보면 갈등이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미래청산진을 제대로 설계하고 있는 곳도 거의 없다.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1년마다 교체되고 KDI와 같은 국책연구소는 정부 용역하기 바쁘다. 삼성경제연구소같은 민간 싱크탱크도 이명박정부 시절 혼이 난 뒤로는 외부적인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어떤 목표를 세워야 하나.
▷명확하고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과거에는 정치인들이 GDP라는 숫자를 향해 달렸지만 결국 불평등 문제 해결 안됐다. 많은 학자들이 지금과 같은 세계화, 디지털화 시대에 GDP와 다른 새로운 수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런 측면에서 삶의 질을 보다 명확하게 드러내는 수치가 필요하다. 일자리, 경제적 안정, 교육, 의료, 문화와 같은 요소가 복합적으로 반영되야 한다. 이런 새로운 지표를 우리가 도달해야할 목표로 분명히 설정하고 진보, 보수 모두 조금씩 타협해가며 한걸음씩 나아가는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규제개혁 완화도 항상 시끄러운데 왜 규제완화를 하느냐를 생각해봐야 한다. 규젝개혁의 목표를 일반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것으로 명확히하면 각 진영간 논쟁이 줄어들 수 있고 무엇이 삶의 질 향상에 효율적인지 보다 쉽게 찾아낼 수 있다.
― 진보진영 인사지만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데올로기는 중요하지 않다. 누가 더 합리적이고 적합한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는지가 훨씬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제 주장은 보수적이면서도 진보적이다. 기본적으로 진보적인 목적을 추구하지만 이를 달성하는 수단에서는 다양한 정책을 배합할 수 있다.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은 대공황 극복 과정에서 대규모 정부개입을 통해 자본주의 질서를 새롭게 만들엇고 중국의 등소평은 개혁개방 정책을 통해 국가의 부를 키워냈다. 주의주장이 중요한게 아니라 문제해결능력의 정확성, 적시성이 중요한 것이다.
― 직접 제안해서 선대위에 정책직구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정책 소비자인 국민 스스로 원하는 정책을 직접구입(직구)하는 시스템 을 만드는 작업에 관심이 많다. 아이디어를 가진 개인이 법안을 만들고 일정 규모 이상의 국민들의 동의를 해주면 국회의원이 그 법안을 구입하는 방식이다. 이 플랫폼에 소위 '전국민지식참고서'를 도입해 국민들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 네비어와 다음이 지금 국민들의 참고서 역할을하고 있는데 이를 인공지능 기반으로 대폭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네이버와 다음이 진화해 국회, 대학, 연구소, 사법부 등에 흩어져있는 자료들이 공유되면 국민들의 보다 정교하게 정책이나 법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 비례위성장당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좋은 취지에서 선거법을 개혁했는데 미래통합당이 변칙적인 방법으로 비례정당을 만든 것은 너무 슬픈 일이다. 물론 그게 당장은 미래통합당에게 유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이 똑같은 길을 가는건 이치에 맞지 않다고 본다. 이렇게 말하니 어떤 사람은 철이 없다고 한다. 선거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며. 하지만 현명한 선택을 해줄 국민들을 믿고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총선 이후 개헌 움직임은 어떻게 보나.
▷권력의 크기만큼 지도자의 생각의 크기도 다를 수 있다. 지금 한국은 5년 단임제인데 4년 중임제로 개헌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가 어떤목표를 설정한다면 그 목표에 어떤 제도가 더 적합한지도 생각해보고 내각제를 할지 대통령 중심제를 할지 결정할 수도 있다. 국민들과 정치인들의 국가 목표에 대한 컨센서스를 만들고 권력구조에 대한 본격적인 개편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조국 정국 거치면서 당내 건전한 비판 사라진다는 목소리 나온다
▷이건 민주당인나 미래통합당이나 상관없이 정치권 전반적으로 제기되는 문제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이런 부분은 앞으로 정치인들이 극복해야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극단적인 것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내부에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해야 건강한 조직이다. 이런 측면에서 봐도 21대 국회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들이 들어와서 창의적인 토론을 하는 무대가 되면 좋겠다. 국민들의 선택이 중요하다.
―강원도 선거를 총괄하는데 전략은.
▷강원도 8개 의석 중 야당이 7석이고 여당은 1석에 불과하다. 전에는 8대 0인 적도 있었다. 민주당에게 험지다. 제가 2010년 민주당 후보로 강원도 도지사 선거에서 이긴게 6.25 후 처음이었다. 너무나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강원도를 경쟁할 수 있는 운동장으로 만들어달라고 호소할 계획이다. 쏠림현상은 항상 위험하다.
슈퍼마켓도 동네에 하나만 있으면 가격이 비싸지지 않나. 경쟁의 원리를 정치에 도입해야 도민들도 정치권에서 더 대우받을 수 있고 지역 정치인들도 더 열심히 한다.
▶▶ He is…
△1965년 강원 평창 출생 △원주고 △연세대 법학 △국회의원 노무현 보좌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17~18대 국회의원 △강원도지사 △재단법인 여시재 원장
[정리 = 손일선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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