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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세월호 인양 그 후는

25년 만에 마지막 밧줄푼 썬플라워 호..섬 주민과 아쉬운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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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28일오후 3시30분 썬플라워호가 승객 147명과 화물 13.4t, 차량 2대를 싣고 울릉에서 포항으로 떠나기 위해 후진하자 많은 주민들이 손을 흔들며 아쉬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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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대구경북=김성권 기자]독도의 모섬인 울릉도와 포항 간을 잇는 대형여객선 썬플라워 호가 28일 사실상 운항을 마쳤다.

지난 1995년 8월15일 광복절에 맞춰 포항-울릉 항로에 취항한 썬플라워호는 이날 마지막 항해를 끝으로 운항을 종료했다. 운항가능 선령(선박 나이) 25년이 다 됐기 때문이다.

울릉에서 마지막 손님을 태우고 떠나는 이날오후 ,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섬주 민들은 너도 나도 부둣가로 나와 아쉬운 마음을 웅성 거렸다.

‘정말 25년간 주민과 함께한 고마운 선박이었다.’ ‘아직도 전 세계에서도 저런 배가 없다 카든데..’ ‘외국에서는 선박 나이도 없는데 왜 우리 나라만 있지?’ ‘ 선종변경은 안 되는 거야’... 삼삼오오 모인 주민들은 멀쩡한 배가 운항을 중단한다는 아쉬움이 컸는지 휴대폰으로 연신 썬플라워호를 찍어 댔다.

이날 마지막 배를 타고 울릉도에 왔다는 주민 김아무게(60.여)씨는 SNS를 통해 “이름도 참 예쁜 썬플라워호, 오늘따라 비가 내리는날 비에 젖은 해바라기 꽃이 더 없이 예쁘게 보였는데 운항도중 최태열 선장이 오늘 항해가 마지막입다. 그동안 이배를 이용해주신 모든 승객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는 선내 방송 인사에 가슴이 찡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닉네임: fgt***)은“ 전장에 아들을 보내는 마음이다. 꼭 선종변경의 꿈을 이뤄 살아서 돌아오기를 기원한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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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1월 독도행 정기여객선으로서는 첫 운항에 나선 당시 선플라워호가 독도주변을 선회하고 있다(헤럴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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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플라워호는 당초 대아고속해운이 호주 태즈메이니아 섬의 인켓 조선소에서 건조해 운항하다 2014년 노선운영권을 매입한 대저해운에 임대 형태로 넘겼다.

알루미늄으로 건조(建造)되어 선체 무게가 가벼운 이배는 초쾌속선이다.

선체가 두 개인 쌍동선이기 때문에 세월호 처럼 좌우로 기울여 지는 것이 절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썬플라워호가 취항하기 전인 6·25전쟁 이후 150t 급의 금파호가, 1963년에는 철선인 청룡호 와 동해호가 다녔다. 이후 1977년 7월 울릉도 역사상 처음으로 쾌속선 한일호(808t) 등이 취항했지만 기상이 나쁘면 8시간 이상 걸리기 일쑤였다.

썬플라워호 순항속도는 40노트 이상으로 기존의 2배 이상이었다. 편도 8시간 뱃길을 3시간대로 단축해 취항당시 아시아권에서도 이 배와 같은 호화 여객선이 없다며 해운업계의 큰 변화를 예고했다.

썬플라워호는 관광울릉의 발전을 앞당긴 동시, 경기 활성화에도 큰 몫을 했다.

취항 직후인 1996년 울릉도 관광객 20만 시대를 열었고 2011년 35만명, 작년에는 38만여명의 승객을 참 많이도 실어 날랐다.

또 1999년 11월 독도행 정기여객선으로서는 첫 운항에 나서는 등 관광객과 주민들의 발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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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항해를 위해 키를 잡고 있는 썬플라워호 최태열 선장, 여객의 안전한 수송을 담당했던 그의 표정이 무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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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군은 썬플라워호의 운항 중단에 대비해 선사인 대저해운과 작년 10월 정기여객선 우선협상대상자 협약을 체결했다.

대저해운은 550억원을 들여 길이 84m, 총중량 2100t, 최대속도 41노트(시속 75km)의 여객선을 호주에서 건조해 2023년 포항~울릉에 투입할 계획이지만 선사에 대한 지원 조례 제정 등 아직도 넘어야할 산이 많아 발주조차 하지 못한 체 주저앉고 있다.

대저해운 관계자는 “경북도와 울릉군이 선박 건조비등 경제적 손실에 지원되는 확실한 조례 제정등 법적인 뒷받침이 없어 사실상 사업추진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대저해운은 썬플라워호 대체 새 여객선이 투입될 때까지 현재 울릉(저동)~독도 구간에 운항 중인 소형 여객선 엘도라도호(668t, 414명)를 투입 할 것으로 알려졌다.

섬 주민들은 “소형선박인 엘도라도호가 투입될 경우 편도 6시간이 소요되고 연간 160일 정도 결항이 예상돼 이는 일 년에 다섯 달 동안 육지와 교통이 끊기게 된다.”며 “ 울릉주민들을 담보로 선사의 영리에 만 욕심을 채우고 있다.”며 입을 모은다.

주민 A(45.울릉읍 저동)씨는 “KTX를 타다가 무궁화 열차를 타야하는 거꾸로 가는 세상을 살아야 한다. 아직도 새 배를 만들려면 갈 길은 먼데 앞으로 2년은 커녕 3년~5년이상도 걸리겠다”고 지적했다.

백운학 울릉도 주민 여객선추진운동본부 이사장은 “세월호 사고 이후 2015년 7월7일 개정된 해운법으로 선령제한 25년을 묶어두고 있다. 외국에도 없는 여객선 선령제한이 부당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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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 관광의 새 역사를 쓴 썬플라워호가 28일 하얀 수증기를 토해내며 힘찬 뱃고동을 울릴때 부두에 나온 주민들은 비오는 날씨도 아랑곳 없이 마지막 운항 길에 떠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아쉬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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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이를 대비해 작년부터 썬플라워호 선종을 변경해 5년정도 연장을 해달라며 해수부등 관계기관에 수차례 요청했지만 섬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탁상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썬플라워호 선종변경을 위한 몸부림은 멈출수 없기에 우리들의 뜻이 관철되지 않을 때는 코로나19 보다 더 무서운 섬주 민들의 결집된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고 덧 붙였다.

울릉군 19개 사회단체로 구성된 울릉군비상대책위원회 정성환 공동의장은 “해양수산부는 썬플라워호의 선박 구조변경신청을 통한 선종을 변경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의 선종변경허가가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빠른 시일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sg@heraldcorp.com

(본 기사는 헤럴드경제로부터 제공받은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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