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예산안의 목적, 경제 환경에 대한 판단, 세수 여건 등 재원조달 방안 등이 두루 논의돼야 규모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20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가 다음달 17일 문을 닫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경 관련 논의가 급속도로 이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기재부 측이 언급하는 기초논의 전개 방향에 따라 추경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왼쪽 두번째) 대통령이 25일 대구의료원에서 파견의료진(오른쪽 사복입은 두명) 등과 대화하고 있다. 가운데는 유완식 원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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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 예산안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첫 번째 포인트는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조정 여부다. 민간 연구기관과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코로나 감염 사태 이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끌어내렸다. 모간스탠리는 0.6%를 전망하기도 했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도 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할 경우 2.3%인 전망치를 최소 0.2%P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추경을 편성하는 기재부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 2.4%를 고수할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린다. 기재부는 2018년 일자리 추경과 2019년 미세먼지 추경을 편성하면서 경제전망을 수정하지 않았다. 추경 편성안 규모가 각각 4조원과 6조원 수준으로 크지 않았고, 편성 목적이 경기방어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코로나 감염자(26일 기준)가 1200명을 훌쩍 넘어설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고, 이로 인해 생산과 소비 등 경제활동 전반이 광범위하게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정부가 경제 충격을 완화하는 버팀목이면서 경제 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이번 추경이 경기방어 성격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만약 기재부가 추경 편성 과정에서 올해 2.4% 성장 전망을 포기한다면, 추경 규모는 민주당이 요구하는 10조~15조원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용 30조원 규모 추경을 편성하면서 성장률 전망치를 -3%까지 떨어뜨렸다. 한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10조원 이상 추경을 편성하면서 2.4% 성장률 전망치를 고수하면 추경 편성에 대한 논리적 정합성을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포인트는 세입 경정 추경 편성이 있을지 여부다. 정부는 512조원 규모의 올해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수입에 해당되는 세입을 292조원으로 계획했다. 정부의 세입 예산안은 올해 2.6% 성장을 할 것이란 전망을 기초로 작성됐다.
추경 편성을 하면서 성장률 전망치를 떨어뜨릴 경우 세입 경정 추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92조원의 세입 전망이 달성될 수 없는 상황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이를 수정하지 않으면 결산 시 세수 결손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경기악화 등으로 지난해에도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세수가 결손났다.
급작스럽게 추진되는 추경 일정상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10조원 이상 추경예산안 규모를 맞추기 위해서는 세입 경정 추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부는 2015년 11조원 규모의 메르스 추경을 편성할 당시에도 5조6000억원을 세입 경정 예산으로 채웠다. 세입 예산안을 5조6000억원 축소시키고, 이를 추경에 반영해 국채 발행액를 그만큼 증가시킨 것이다.
단순히 정부 회계에서 숫자 항목이 바뀐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국채발행이 늘어난 만큼 정부의 실지출액도 늘어나기 때문에 경기보강 효과가 발생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정부가 세입 경정 추경을 편성한 것은 2015년 메르스 추경이 마지막이었다. 현재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정부가 빚을 늘리는 추경을 편성한다"고 비판했었다.
세 번째 포인트는 정부가 추경 예산이 투입될 사업을 얼마나 발굴할 수 있을 지다. 다음달 17일로 예정된 임시국회 폐회일에 추경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늦어도 다음달 10일까지는 추경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기재부는 지난 25일 각 부처에 추경 예산안에 반영시킬 사업 계획을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예산안 편성 심의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열흘 정도 밖에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재부 안팎에서 "열흘 조금 넘는 시간에 신규사업을 발굴해서 예산편성까지 마치라는 것은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정부 안팎에서는 각 부처가 올해 예산안 반영을 신청했다가 사업성이 떨어져 보류된 사업이 추경을 통해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추경 예산안이 졸속으로 편성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2015년 메르스 추경 편성 당시에도 5조5000억원에 이르는 추경 예산안에 메르스 대응 예산안은 2조8000억원에 불과했다. 그나마 메르스 예방, 방역, 치료 관련 예산은 5000억원 수준이었고, 2조원가량이 메르스 사태로 피해를 입은 관광업계 지원용으로 편성됐다. 한 국회 관계자는 "코로나 감염사태가 워낙 위중하기 때문에 추경 편성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가 재정이 무분별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커 우려된다"고 말했다.
세종=정원석 기자(lll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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