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매출결손·인건비 보전 필요
자영업자 임대료 지원도 서둘러야
거시적 대책보다 맞춤형 효율적
개소세 인하, 총선용 논란만 일어
위기 대응의 핵심축은 ‘방역’과 ‘경제안정’에 둬야 한다. 이 중에선 당연히 ‘방역’이 먼저다. 방역과 경제의 우선순위를 혼동해 경제를 먼저 생각하다 보면 판단이 흐려지고 결정도 늦어진다. 이번에 경보 단계를 ‘심각’ 수준으로 올리는 절차가 늦어지고, 정부 차원에서 나오는 대책도 핵심을 벗어나는 이유가 바로 우선순위의 혼동에서 비롯된 것이다. 방역 대책을 위한 ‘확산예방’과 ‘감염자 치료’는 전적으로 의료전문가들의 주도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사스, 메르스로 분기 성장률 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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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다음 순위라지만, 경제 대책 역시 중요하다. 우리 경제의 체력이 급속히 약해진 상황에서 방역에 구멍이 나면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거론되는 경제대책을 보며 우려하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 구체적인 알맹이가 별로 없다. 자동차 부품업체의 관세 특례경감, 관광업체에 대한 무담보 금리 우대, 지역상권에 대한 상품권 확대 같은 조치 등이 거론되지만, 이 정도로는 안 된다. 코로나19피해 우려 업종과 지역과 업체에 대한 전폭적이고 구체적인 대책들이 나와 줘야 한다.
‘경기하강’을 막아보자는 생각으로 나오는 거시적 대책도 효과가 제한적이다. 예컨대 내수 진작을 위해 소비쿠폰을 발행한다든지, 개별소비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하는 조치들은 크로나19와 직접적인 관련이 적다. 총선을 앞두고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재정투입 규모·시간에 비해 내수를 살리는 효과도 제한적이다. 이런 점에서 지금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부분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높은 외과적 정밀수술 조치(surgical operation)가 시급하다. 정부가 추진하는 추가경정예산(추경)도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부가 무게를 둬야 할 경제안정 대책으로는 ‘응급지원’과 ‘심리안정’을 들 수 있다. 우선 응급지원이란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 피해를 직접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는 단체에 응급적으로 제공되는 지원을 말한다. 정부가 추경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행정력을 투입해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일들이라 효율적이다.
추경 규모 및 추경 편성 이유. 그래픽=신재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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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코로나19에 따라 줄어든 매출에 대해 지원을 해주는 ‘매출결손 지원’, 피해를 입은 사업장에는 근로자 인건비의 일부를 보전해주는 ‘고용유지 지원’, 직격탄을 맞고 있는 자영업·소상공인에 대한 ‘임대료 지원’ 등이 있다. 제조업에 대한 부품원자재 긴급조달지원 같은 대책들도 포함된다.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피해 정도에 따라 지원의 강도도 달라야 한다. 예컨대 이번에 감염병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된 대구·경북 지역도 업종과 업체·지역을 세분화해 지원 규모와 방식을 정하는 식이다. 다만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이 되지 않은 지역이라도 확진자 방문 이유로 일시 폐쇄돼 어려움을 겪는 곳은 응급지원의 대상에 포함해야 할 것이다.
발상의 전환으로 창의적인 씀씀이도 마련돼야 한다. 환자치료를 위해 병동을 확보하고, 지역별로 개원의·전문의를 긴급 동원하는 것을 지원할 수도 있다. 이들에게 추후 협력의 대가로 이에 상응하는 경영 보상을 해준다면 비상 의료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 확산예방과 감염자 치료에 방점을 둔 재정지원책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신세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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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경제 주체의 ‘심리안정’을 위해 ‘투명성’을 확보하는 일을 병행해야 한다. 감염병에 대한 기본 배증률과 치사율을 알려주는 것이 공포감을 줄이는 데 역할을 할 것이다. 기본 배증률이란 감염자 한 명이 일반적인 상태에서 몇 명에게 전파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수치다. 사스의 배증률은 2~5이고 치사율은 9.6%이다. 메르스는 각각 0.4~0.9, 35%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의 배증률과 낮은 치사율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경제적 심리안정에 도움이 된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때를 보면 확산기에는 충격이 컸지만 사태가 마무리된 이후에 주요 거시 지표는 정상궤도를 회복한 바 있다. 이번 코로나19 역시 극복할 것으로 믿는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지금은 한국경제의 전반적인 체력강화 조치보다는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부분에 대한 미시적·맞춤형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은행 전문연구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장 등을 지낸 금융·거시경제 분야 전문가로, 정부에 정책 조언을 많이 해왔다. 고려대 법대를 다니다 중퇴하고, 미국 UCLA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마쳤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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