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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추가경정예산 편성

15조 추경·소비쿠폰·임시휴일…돌려라 한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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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코로나사태 특단대책 착수

금융위기 이후 첫 1분기 추경

개소세 인하, 11년 만에 소비쿠폰

임대료 내린 건물주엔 인센티브

소비 진작용 5월 ‘엿새연휴’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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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확진자의 방문이 확인된 신세계백화점 서울 강남점 식품관이 23일 임시 휴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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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여당이 정부에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공식 요청했다. ‘코로나 추경’ 편성이 기정사실화된 것이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서둘러 추경을 편성한다면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3월 17일에 처리가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추경 편성에 선을 긋던 정부도 방향을 선회했다. 야당 역시 추경 편성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다.

편성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다. 당초 정부 안팎에서는 4월 총선 이후가 될 거로 봤다. 총선을 앞두고 추경 카드를 꺼내 들었다간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한 ‘정치 추경’ 비판이 거세질 수 있어서다. 실제 2000년 이후 4년마다 4월에 치러진 총선 직전에 추경안이 통과된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이례적으로 본예산을 막 쓰기 시작하는 1분기부터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그만큼 당·정·청이 현 경제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본다는 의미다. 2000년대 들어 1분기에 추경을 편성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이 유일하다.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준비 중이다. 이달 말에 나올 코로나 19 대응 대책에는 각종 세금 감면 및 인센티브 방안이 담긴다. 승용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하 시행이 유력하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발발 때 대책으로 개소세를 인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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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 메르스로 분기 성장률 뚝.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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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소비쿠폰 지급 방안도 담길 것이 유력하다. 소비쿠폰 지급이 시행될 경우 2009년 이후 11년 만에 부활하게 된다. 올해 고효율 가전제품을 사면 구매금액을 일부 환급해주기로 했는데, 구매금액 환급 대상 품목과 환급 비율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자영업자의 세금 감면과 납부 유예, 임대료를 내린 건물주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과 같은 대책도 포함될 전망이다. 전통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에 대한 구매 한도 상향 조정 등도 거론된다.

이런 방안은 모두 나랏돈을 직접 쥐여주거나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내용이다. 그만큼 많은 재원이 소요된다. 특히 코로나 19가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메르스보다 크다는 게 당·정·청의 인식이다. 여권을 중심으로 메르스 추경보다 규모가 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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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 규모 및 추경 편성 이유. 그래픽=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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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만큼 추경 규모는 15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가 발발한 2015년에 정부는 메르스 대응을 위해 11조6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했다. DB금융투자는 최근 보고서에서 “예년의 추경 편성 경험에 비춰봤을 때 추경 총금액은 10조~15조원, 적자 국채 편성은 7조~12조원 규모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최근 몇 년간 이뤄진 수조 원 규모의 추경 편성으로는 경기 진작 효과를 낼 수 없다”며 “추경을 한다면 대규모로 편성해야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내수 진작 방안의 하나로 임시공휴일 지정도 검토 중이다. 올해는 휴일이 지난해보다 이틀 줄어든 115일로 최근 5년 동안 가장 휴일이 적은 해다. ‘황금연휴’를 조성할 수 있는 평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해 소비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예컨대 5월 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면 석가탄신일인 4월 30일부터 어린이날인 5월 5일까지 6일 연휴가 된다. 다만 임시공휴일은 코로나 19 전염 우려가 진정된 뒤 꺼낼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에 종식 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최악 땐 1분기 마이너스, 연간 0.4% 성장 전망까지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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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올해 성장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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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6년 연속 추경에, ‘정치 추경’ 논란을 무릅쓰고 추경을 서두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정부는 올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될 거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가 불거지며 경기 지표가 오히려 꺾이고 있다. 관광 분야를 중심으로 한 소비 지표 하락세는 가파르다.

지난달 말 10%가량 줄었던 외국인 관광객 감소 폭은 이달 들어 30%까지 확대됐다. 그러면서 백화점, 면세점, 항공업계 등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수출 반등 모멘텀이 사라지는 것도 뼈아프다. 이달 1~20일 일 평균 수출은 1년 전보다 9.3% 줄었다. 정부는 14개월간 뒷걸음 진 수출이 이달에 반등할 거로 봤는데 다시 주저앉는 분위기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주요 기관은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줄줄이 내려 잡았다. 당장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거라는 진단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한국의 1분기 성장률을 전기 대비 -0.3%로 예상했다. 연간 성장률도 정부 전망치(2.4%)는 고사하고 2%대 사수도 불투명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연간 0%대 성장 전망까지 나왔다. 모건스탠리는 최악의 경우 한국의 올해 성장률이 0.4%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중소 자영업자 지원을 중심으로 추경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서도 “추경은 피해 회복에 주로 쓰일 수밖에 없는 만큼 그간 억눌린 기업의 활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해야 추경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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