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현대차 사내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는다. 그룹 최대 계열사의 등기임원, 즉 ‘책임경영의 상징’을 연임하지 않고 미등기임원으로 남는다는 것은, 정 회장의 경영일선 후퇴가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고령(82)인 정 회장은 노환 등으로 수년 전부터 공개석상에 서지 않고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 ‘원톱’ 체제로의 전환은 한층 가속하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19일 이사회에서 3월19일로 예정된 주주총회 회부 안건을 확정했다. 예상대로 정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빠졌다. 1999년 3월 이후 21년 만이다. 정 회장이 빠진 자리에는 현대차 재경본부장인 김상현 전무가 신규 선임했다. 그룹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수익성 개선, 대규모 투자 계획에 따른 이사회의 의사결정 기능을 강화하는 차원이다.
그룹 관계자는 “이번 등기임원 변동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선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상장사 중 CFO가 미등기임원인 곳은 현대차와 비앤지스틸이 유일하다는 이유에서다.
관심은 내달 주총에서 결정될 후임 이사회 의장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오를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 수석부회장은 2018년 9월 현대차 부회장에서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고, 2019년부터 그룹 시무식을 주재하고 있다. 지난해 주총에서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주요 그룹사 중에서도 승계 작업이 꽤 진행된 셈이다. 정 회장 또한 미등기임원과 회장직은 유지한다. 따라서 경영에 갑작스러운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주요 사안에 대한 최종 결정은 여전히 회장 재가를 받는다”며 “회장의 책임경영은 지속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정 수석부회장이 선언한 비전에 따라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을 가속하는 중이다. 이날 이사회는 정관변경 안건도 회부했다. 차량 등 제조판매업을 차량 및 기타 이동수단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다양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사업자가 되기 위한 취지다. 이를테면 개인용비행체(PAV)를 기반으로 한 도심 항공모빌리티(UAM), 목적기반 모빌리티(PBA) 등 서비스를 본격 시행하려는 준비다.
정 회장은 외환위기 당시 기아차를 인수, 성공적으로 회생시키며 2010년 현대∙기아차를 글로벌 톱5 업체로 키웠다. 시장을 빠르게 쫓아 해외로 영역을 넓히며 글로벌 주요 지역에 직접 공장을 짓고 세계 자동차 업체 중 유례가 없는 빠른 성장을 기록했다. 이같은 도전은 대한민국 경제의 지형을 바꾼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최근엔 이런 공로가 인정돼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한국인 최초로 헌액됐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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