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가 지난해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업황 악화로 적자 전환된 가운데 지난해 새롭게 부임한 김택중 사장의 반전 카드에 대한 업계의 주목도가 높다. /더팩트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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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재편에도 업계 기대감 높아…"수익성 시현은 시간 필요"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부끄러운 성적표를 보여드려 송구합니다. 올해 전망도 불확실한 가운데 사업재편을 빠르게 완료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택중 OCI 대표이사 사장)"
김택중 OCI 사장이 지난 11일 OCI 2019년 4분기 실적발표 기업설명회(IR) 컨퍼런스콜에서 차분한 어조로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회사의 경영 부진을 인정하고 임직원과 주주 및 투자자들을 다독이기 위함이다. 이날 컨퍼런스콜은 김택중 사장의 절박함과 간절함이 묻어난 이해를 돕는 설명과 즉답으로 최악의 상황 속에도 깔끔하게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적자 전환, 태양광 사업 국내 철수라는 부정적인 키워들이 주를 이루며 침체된 분위기였지만 부진에 대한 설명과 원인, 향후 개선 전략 등을 세세하게 설명하며 청취자들의 이해를 도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택중 사장은 올초 석유화학업계 인사들이 모두 모여 서로를 격려하는 연례행사인 2020년 석유화학업계 신년인사회에서 불황의 절박함을 다소 농담섞인 인사말로 표현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택중 사장은 "다들 어려우셨을텐데 폴리실리콘 사업을 하는 우리와 한화(한화솔루션)가 특히 힘들었을 것이다"며 "제 부인도 회사가 잘 되길 기도하기 위해 교회와 절로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김택중 사장의 절박함은 현재 회사 상황에서 드러난다. OCI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적자 전환이라는 굴욕을 맞았다. OCI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1807억 원이다. 국내 폴리실리콘 1위 제조업체라는 명성을 획득하며 화려하게 부활하기 직전인 2015년(1446억 원 적자) 이후 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수익성 악화는 분기를 거듭할수록 더해지고 있다. OCI의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은 643억 원으로 전년 동기(432억 원 손실), 지난해 3분기(564억 원)보다 모두 손실폭이 확대됐다. 지난해 총 매출 또한 2조605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3% 감소했으며 당기순손실은 8093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군산 폴리실리콘 공장의 손상차손이 7505억 원이 발생한 게 뼈아프다. 중국 업체들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저가 경쟁으로 폴리실리콘 업황이 크게 꺾였고, OCI가 더이상 군산 공장에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만들지 않겠다는 초유의 결정으로 이어졌다.
특히 최근 중국 정부가 반덤핑 관세를 연장하기로 결정하는 등 중국의 자국내 보조 정책 강화가 OCI의 태양광 사업 중단의 결정적 배경이 됐다. 김택중 사장도 "태양광 폴리실리콘 가격이 매년 낮게 형성되고 있다"며 "반등에 성공한다고 해도 군산공장으로서는 이를 맞추기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택중 사장은 지난 11일 OCI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IR에서 최악의 회사 상황을 설명하면서도 차분한 어조와 세세한 설명으로 임직원과 투자자, 주주들을 잘 다독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택중 OCI 사장은 IR 직후 곧바로 국내 태양광 사업을 철수하고 군산 공장의 생산 라인을 전면 개편하겠다는 강수를 꺼내들었다. /더팩트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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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박함 드러낸 '김택중호', 반전 카드 있나
김택중 사장은 군산 폴리실리콘 공장을 태양광용에서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을 만드는 공장으로 변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1, 2, 3공장으로 구성된 군산공장 설비 중 1공장은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 체제로 보완하는 작업을 통해 올해 5월 재가동할 방침이다. 2, 3공장은 사실상 무기한 가동 중단에 들어간다. 김택중 사장은 "2, 3공장은 추후 재가동 시점이 결정되면 별도 공시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또한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의 생산량을 현재 1000톤 이하 수준에서 2022년까지 5000톤으로 늘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가격은 ㎏당 30달러 수준으로 OCI는 기존 태양광용 폴리실리콘보다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량을 늘린다면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OCI의 해외 전초 기지였던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공장에서는 기존대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한다. 국내보다 말레이시아의 공장 가동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원가 절감이 가능해서다. 또 김택중 사장이 지난해 이우현 OCI 부회장의 부름을 받고 본사로 복귀하기 전까지 몸 담고 있던 곳도 말레이시아 공장이다. 본인이 챙겨 왔던 사업이기 때문에 말레이시아에서만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해도 충분히 수요를 메울 수 있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택중 사장은 2018년까지 말레이시아 사업 총괄을 맡아왔다.
지난해 포스코 계열사 포스코케미칼과 공동으로 투자한 산업용 과산화수소 사업도 김택중 사장의 올해 반전 카드 중 하나로 꼽힌다. 산업용 과산화수소는 반도체 제작공정에서 웨이퍼를 세정하는데 주로 쓰인며 순도가 높아질수록 범용성이 높아 기술력과 비례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불린다. 아직 상용화 단계에 돌입하진 않았으나 지난해 양사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단계로 파악된다. 김택중 사장은 "과산화수소와 관련된 제품이 나오는 것은 2022년 정도를 보고 있다"며 "연 매출은 시장가와 가동량에 연관되지만 연 50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김택중 사장의 이번 OCI 포트폴리오 변화가 곧바로 수익성에 반영될지는 미지수로 보고 있다. 김택중 사장 본인도 "올해 세계 경기 둔화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제조업을 하기가 어렵다"며 "사업재편을 빠르게 완료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OCI가 고심 끝에 국내 태양광 사업 철수라는 결단을 내렸지만 상황이 마냥 좋지 않은 것만은 아니다.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으로 생산 라인을 전환하고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원가 절감 노력 등을 이어간다면 적자폭을 개선할 여지가 있다"며 "다만 수익성으로 이어지려면 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신사업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생산 라인 전환을 빠르게 완료하는 등 시간을 단축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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