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공사 "우리 기업 경쟁력 회복…세계시장 강자 재도약 계기 될 것"
제2신항 하역 장비도 국산화 땐 4조원대 예상
부산신항 서컨테이너부두(2-5, 2-6단계) |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중국산에 밀렸다가 20년 만에 다시 부산항에 등장하는 국산 크레인이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항만공사는 2022년 하반기 개장 예정인 신항 서측 2-5단계 3개 선석에 국산 안벽 크레인과 트랜스퍼 크레인을 도입한다.
신항 서컨부두에 설치될 안벽크레인과 같은 기종 |
배에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안벽 크레인 9기는 현대삼호중공업이, 부두 장치장에서 컨테이너를 옮기고 쌓는 트랜스퍼 크레인 1차분 34기는 한진중공업이 각각 수주했다.
트랜스퍼 크레인 2차분 12기는 3월에 입찰을 통해 제작사가 정해질 예정이다.
국산 크레인 설치에는 총 2천919억원이 투입된다.
항만공사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산테크노파크, 부산연구원, 부경대, 관련 업계 전문가들과 크레인 국산화의 파급 효과를 산출한 결과 생산유발 6천417억원, 부가가치유발 2천110억원, 취업유발 2천386명에 달했다고 19일 밝혔다.
생산과 부가가치 유발효과를 합치면 크레인 제작비용의 2배가 넘는다.
20년 동안 중국산이 싹쓸이했던 크레인을 국내에서 제작하려면 설계와 제작 인력을 새로 채용하거나 확충하고, 각종 자재와 부품을 국내에서 대부분 조달해야 한다.
부품을 만드는 데도 많은 중간재가 들어가고, 설치와 사후 관리 등 다양한 전후방 효과가 나타난다.
2026년 개장 예정인 신항 서측 2-6단계 2개 선석에도 국산 크레인이 도입될 예정이어서 이에 따른 유발효과까지 더하면 1조원을 넘는다고 항만공사 연정흠 물류연구부장은 설명했다.
항만공사는 2040년까지 21개 선석으로 건설될 제2 신항에도 국산 크레인을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서측 부두를 기준으로 보면 4조원대의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이처럼 하역장비 국산화의 파급효과가 막대하지만, 그동안 국내 항만은 사실상 낮은 가격을 앞세운 중국산 독무대였다.
부산항에 국산 안벽 크레인이 설치된 것은 2003년이 마지막이다.
부산항 자성대부두의 국산 컨테이너 크레인 |
그해 초속 40m가 넘는 기록적 강풍을 몰고 온 태풍 매미에 쓰러진 북항 자성대부두와 신감만부두 안벽 크레인을 대체하기 위해 현대중공업이 제작한 4개, 한진중공업이 제작한 3기를 각각 설치했다.
이후에는 국산 크레인은 중국산에 밀려 1기도 부산항에 들어서지 못했다.
2006년에 개장한 부산 신항 5개 터미널 운영사가 설치한 안벽 크레인 69기는 모두 중국산이다.
부산 신항의 중국산 크레인들 |
북항에 추가로 도입된 안벽 크레인들도 모두 중국 업체 차지였다.
트랜스퍼 크레인도 신항 1부두와 2부두에 2005~2006년에 설치된 49기가 국산으로는 마지막이었다.
국산 크레인이 외면받은 가장 큰 원인은 민간 운영사들이 초기 투자비를 줄이기 위해 값싼 중국산을 선호한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산 크레인 도입으로 인해 유출된 국부가 수조원에 이른다.
게다가 크레인은 한번 설치하면 최소 20년 이상 사용하기 때문에 사후 관리 비용도 중국으로 유출된다.
항만공사가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 국내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크레인을 직접 설치하기로 해 국산이 다시 설 자리를 찾게 됐다.
그동안은 민간 운영사에 크레인 등 각종 하역 장비 설치를 맡겼는데 수익이 우선인 운영사는 초기 투자비를 아끼려 조금이라도 싼 중국산을 도입하는 구조를 바꾼 것이다.
서측 부두를 시작으로 국산 크레인 도입이 늘어나면 우리 기업들도 잃었던 경쟁력을 되찾아 세계시장의 강자로 재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항만공사는 기대한다.
남기찬 부산항만공사 사장은 "현재 세계 항만 장비 시장은 약 7조 원으로, 우리 기업의 점유율은 1.7%에 불과하다"며 "국내발주와 국산화를 통한 성장기반 조성 등을 통해 약 1조원대의 신규 시장 창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lyh950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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