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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대형마트의 몰락]생존 위한 마지막 카드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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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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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지영 기자]

‘대형마트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문만 열면 돈을 긁어 모으던 시기는 옛말이 됐다. 온라인 신흥 유통업체 부상으로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제는 손가락 클릭 한 번으로 현관 앞까지 총알 배송되는 시대. 소비자들은 더 이상 대형 오프라인 점포를 찾아다니며 시간을 소비하지 않는다. 더 저렴하고 편리한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쇼핑의 모든 것을 해결한다.

국내 대형마트의 수익성은 2010년대 초 정점을 찍은 후 내리막을 달리고 있다. 2011년 1조7000억원이던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은 작년 4279억원으로 급감했다. 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는 지난해 1507억원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보다 67.4% 줄어든 수치로, 사상 최고였던 2013년 7350억원의 5분의 1토막 수준이다.

◇구조조정 쇄신책 내놓은 대형마트=대형마트들의 수익성 악화는 예견된 사태였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소비자 이탈 속도가 빨라지자, 지난해 대형마트들은 ‘가격파괴’라는 카드를 꺼내들며 온라인에 맞섰다. 10원 단위로 가격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E-커머스 업체들과 핑퐁 게임을 펼쳤다. 매년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초저가 판매전략을 앞세웠으니 ‘영업이익 추락’의 결과는 당연했다.

최악의 실적 위기를 겪은 대형마트들은 올해를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뼈를 깎는 쇄신책을 내놨다. 앞으로 규모의 경제를 포기하고 수익성 좋은 점포만 남겨 사업 효율성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 이탈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다.자산을 효율적으로 경량화하고 영업손실 규모를 축소해 재무 건전성과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이 새해를 맞아 처음 발표한 사업계획은 ‘구조조정’이었다. 매장 700여 개 중 30%에 해당하는 200여 곳을 단계적으로 폐점하기로 했다. 불어난 손실과 격화되는 경쟁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 창사(1970년)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점포 구조조정이 될 전망이다. 롯데쇼핑의 이번 결정은 오프라인 채널을 주력 사업으로 지닌 다른 유통 대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롯데는 앞으로 5년간 백화점·할인점·슈퍼·롭스 등 총 718개 매장 중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를 정리할 계획이다. 특히 롯데슈퍼와 롯데마트가 가장 많은 점포를 줄이게 된다. 슈퍼는 전국 412개 매장 중 70여개가 문을 닫고 롯데마트도 124개 매장 중 최소50개 매장이 사라질 전망이다.

대형마트 업계 1위 이마트 역시 지난해부터 기존 점포의 30% 이상을 리뉴얼하고 전문점 사업을 재편하는 등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2분기 1993년 창사 이후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한 이후 4분기에도 영업적자를 내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이마트는 지난해 10월 대표를 교체하는 등 인적 쇄신과 함께 전문점을 중심으로 사업 재편에 돌입했다.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지난해 성과급도 반토막으로 줄였다.

◇대규모 인력감축 불가피..직원들 '폐점공포'=문제는 대규모 점포 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인력 감축도 불가피해졌다는 점이다. 대형마트들은 당장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현장에 인력을 늘리고, 직무 전환을 통해 남는 인력을 재배치해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인원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통계청의 대형종합소매업 현황 자료를 보면, 2018년 기준 전국의 백화점, 대형마트 등 대형종합소매업 종사자 수는 8만명에 이른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경우 점포 1곳당 정규직만 적게는 150명~200명, 많게는 300명 이상이고,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300~500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위기가 수천~수만개의 일자리 소멸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노조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롯데마트 노조는 점포당 300~500명 이상의 노동자들이고용보장은 물론 이직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사실상 수만명의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위협받게 됐다고 주장했다. 200여개 점포가 정리되는 만큼 희망퇴직 등 사실상 해고 수순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김영주 마트산업노동조합 롯데마트지부 위원장은 "회사는 우리 노동조합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엄청난 일을 진행하고 있다"며 "인력 재배치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직원들은 아마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기할 수 없는 오프라인 “월마트서 답 찾아야”=국내 대형마트의 미래를 다시 월마트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 최대 대형마트인 월마트도 아마존 공습으로 존폐 위기까지 갔지만 온라인 사업 다각화로 안정을 찾았다.

미국 월마트는 온라인 강화와 옴니채널 확대 등으로 매년 매출이 오르고 있다. 미국 월마트 매출은 2016년 338.7조원, 2017년 350조4000억원 2018년 364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온라인 매출은 2016년 16조9000억원 2017년 20조7000억원 2018년 29조원으로 매년 늘고 있다. 영업이익도 2018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월마트가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성공을 거둔 배경에는 ‘클릭 앤 콜렉트’(Click & Collect) 전략이 꼽힌다.

클릭 앤 콜렉트는 고객이 온라인에서 제품을 주문한 뒤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 구입한 제품을 가져가는 형태다. 매장에 들어가지 않고 주문한 제품만 가져가는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방식을 채택했다. 월마트는 2015년 아마존에 대응하기 위해 이 서비스를 처음 선보였다. 미국 내 2100여개(총 매장 수 4600여개) 매장에서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서비스는 계속 확대할 방침이다. 월마트가 보유한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온라인을 결합한 옴니채널 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이 전략은 고객이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하기도 해 또 다른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회도 되고 있다. 대다수의 오프라인 기반 유통업체가 고객을 매장으로 유인하고 오랫동안 머물 수 있도록 전략을 짠다. 클릭 앤 콜렉트 전략은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배송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온라인 장점도 누리면서 고객 유인효과도 있다.

특히 배송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국내에서 '로켓배송'으로 배송혁신을 보여준 쿠팡은 지난해 인건비로 1조원에 육박하는 비용을 지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월마트의 변신을 보면 국내 대형마트도 출구가 막혀 있지만은 않다”며 “대형마트의 장점을 살리고 온라인 쇼핑의 강점을 골라 접목한다면 대형마트의 영광도 다시 찾아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dw0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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