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회사들의 작년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자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얘기다. 대부분의 금융그룹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고 발표했지만, 순익 증가율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반면 김광수 회장이 이끄는 농협금융의 순익은 거의 50% 증가했다. 순익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2018년 처음으로 당기순이익 1조원을 돌파하더니, 불과 1년 만에 순익이 46% 급증해 2조원대를 바라보게 된 것이다.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자산이나 순익 규모에서 1~4위인 신한·KB·하나·우리금융 등 '빅4 금융그룹'의 아성이 흔들릴 수 있다. 농협금융은 이미 자산이 427조원으로 우리금융(362조원)을 넘어섰다. 순익도 보기에 따라선 농협금융이 우리금융보다 많다. 특별법에 따라 농협중앙회가 매년 '농업지원사업비' 명목으로 농협금융에서 3000억~4000억원씩 거둬가고 있는데, 이것만 없다면 작년 농협금융 순익(2조693억원)이 우리금융(1조9041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 DLF(파생결합펀드) 사태 등을 겪은 우리금융은 유일하게 실적이 줄어 4위 자리가 위태로워졌다. 우리금융도 작년 금융지주로 전환하면서 회계처리 변경에 따른 순이익 감소분이 있었는데, 이를 감안해도 우리금융 실적(2조380억원)은 농협에 못 미친다.
◇'빅배스' 후 진격하는 농협금융
2016년만 해도 농협금융은 지주체제 출범 이래 최악의 위기를 겪었다. 조선·해운업이 무너지면서 이 업종들에 빌려줬던 7조원대의 익스포저(대출·지급보증 등 위험노출액)가 그룹 재무 건전성을 흔들었다. 결국 농협은 대출채권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빅배스(Big Bath)'를 단행했다. 대손충당금 1조7000억원을 쌓느라 그해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20%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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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농협금융은 대반전을 일궈냈다. 기왕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는 김에 각 은행 지점마다 부실채권을 샅샅이 뒤져내 떨어내는 계기로 삼는 '우리자산 바로알기' 캠페인을 벌였다. 본부나 영업점에서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을 여신감리부에 신고해 부실 여부를 심사한 뒤 대출 회수 여부를 다시 판단했다. 덕분에 농협은행의 고정이하 여신비율(총여신 대비 부실여신 비율)이 2017년 1.03%에서 지난해 0.58%로 선두권 금융그룹 수준으로 낮아졌다. 지난해 실적이 급등한 데에도 누적된 부실채권을 정리한 덕분에 충당금 관련 비용이 전년보다 4000억원 가까이 줄어든 효과가 컸다.
◇똘똘한 계열사, 주력은행 안 부러워
우리금융에 NH의 약진이 뼈아픈 이유는 따로 있다.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2014년 우리투자증권을 농협에 팔아버린 것이 결정적인 역전 허용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주력 계열사인 우리은행을 빼면 지난해 1142억원 순익을 올린 우리카드 정도가 계열사 중에 체면을 유지하고 있다. 농협금융이 사들인 우리투자증권은 NH투자증권으로 합병돼 작년 4755억원의 역대 최고 당기순이익을 내 전체 그룹 이익에 큰 기여를 했다.
농협금융은 1등 신한금융과 같은 모델로 가고 있다. 신한금융엔 신한카드(순이익 5187억원)가 든든한 오른팔이고, 신한금투(2188억원) 등 비(非)은행 계열사들이 올리는 순익이 전체의 37%를 차지한다. 은행 외에도 든든한 금융 계열사를 많이 키워놓은 것이다. 농협도 2018년 적자를 냈던 생명보험이 지난해 체질개선을 통해 흑자로 돌아섰고, 손보도 일반보험 부문에서 수익을 내기 시작하는 등 비은행 부문을 키울 계획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이제 실적이 정상적인 궤도로 회복하는 수순"이라면서 "3대 금융그룹으로의 도약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ej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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