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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실적 최대인데 주가는 죽 쑤네…'라임 덫'에 걸린 은행·증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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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사옥.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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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증권주가 늪에 빠졌다. 대표 기업들의 실적은 사상 최대치를 찍었는데도, 정작 주가는 뒷걸음질 친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9개 은행주로 만든 KRX은행지수는 올해 들어 12.5% 하락했다. KRX증권지수 역시 7.6%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0.5% 오른 것과 반대 흐름이다. 이 기간 신한지주가 15.9% 떨어지면서 낙폭이 가장 컸고 대신증권(-15.5%), 우리금융지주(-13%), NH투자증권(-13%), KB금융(-12.4%)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한지주·대신증권 주가 16% 하락



통상 주가는 실적과 같이 움직인다. 금융권 실적은 화려했다. 신한·KB·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총 11조278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2018년(10조5200억원)보다 4.8% 늘어난 수치다. 1·2위 실적을 거둔 신한·KB금융은 각각 3조4035억원, 3조3118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부동산 과열로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이 증가하면서 이자수익도 늘어난 덕분이다. 증권사 역시 증시 부진에도 투자은행(IB) 사업 확대 등으로 '역대급' 실적을 냈다.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사 8곳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보다 30% 넘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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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은행·증권사 주가 등락률.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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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이 이런데도 주가가 맥을 못 추는 건 여러 악재가 겹친 탓이다. 기본적으로 은행엔 저금리 기조와 대출 규제, 증권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제가 기저에 깔렸다. 특히 금리가 올라가야 은행의 주요 수입원인 대출과 예금 금리 차이(예대 마진)가 벌어지면서 수익이 늘지만, 당분간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에 이은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쐐기를 박았다. 그동안 라임 펀드를 팔아온 은행과 증권사들이 막대한 배상금을 물 가능성이 크단 점이 주가를 짓누르는 모양새다. 환매가 연기된 펀드를 개인투자자에게 많이 판 곳은 우리은행(2531억원), 신한은행(1697억원), 신한금융투자(1202억원), KEB하나은행(798억원), 대신증권(691억원) 순이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라임 사태가 부각되며 은행과 증권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주가도 약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하나금융 "은행권 최대 2700억 손실 가능"



하나금융투자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라임 사태와 관련해 은행 전체적으로 1000억~27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증권사가 라임 환매 연기 펀드 잔액 1조6679억원에 대해 은행 배상 비율 50%, 불완전 판매 비율 30%, 신한금융투자의 총수익스와프(TRS) 선순위 미회수를 가정해 추산한 은행 전체 손실액은 2741억원이다. 은행별로 신한 2282억원, 우리 286억원, 하나 65억원, BNK 63억원, KB 45억원 등이다. 신한금투가 TRS 자금을 먼저 가져가는 것을 전제로 은행 배상 비율 50%, 불완전 판매 비율을 10%로 가정한 손실액은 948억원으로 추정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신한지주는 라임 펀드 판매 잔액 자체가 많다"며 "무역금융펀드에 TRS 자금을 댄 신한금융투자의 선순위 회수 여부에 따라 손실 폭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과 증권사에 직간접적인 손실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어 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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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펀드판매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주가 너무 싸다는 의견도



그럼에도 은행·증권주의 주가는 '싸다'는 게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재 은행업종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5배, 증권업종은 0.6배로 바닥 수준이다. PBR이 1 이상이면 자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높고, 1 미만이면 자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게 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일부 종목의 경우 주가가 지나치게 싼 만큼 투자 매력이 있단 분석도 나온다. 최정욱 연구원은 "우리금융은 DLF와 라임 사태, 최고경영자(CEO) 제재 같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주가가 다른 은행보다 크게 하락했다"며 "더는 내려갈 것 없는 주가 수준과 고배당 정책을 고려할 때 저가 매수 측면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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