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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무역금융펀드 피해자 100% 배상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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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투자자들 227건 신청한 분쟁조정은 소요시간 적지만

은행 등이 조정안 거부땐 문제

소송해도 손해배상액은 절반 안될 듯

사기판명땐 계약취소 100% 환급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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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박지환 기자] 최대 1조원의 손실이 예상되는 라임자산운용의 환매중단펀드 투자자들이 소송과 분쟁조정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라임 무역금융펀드의 판매과정에서 부실을 인지한 이후에도 판매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 투자자들이 원금 100%를 돌려받을 수 있을 지도 관심을 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환매중단 사태 관련 투자자들이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분쟁조정은 수 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검찰 수사나 법원 판결보다 소요시간이 적은 장점이 있다.


한 라임환매중단 피해 투자자는 "현재 라임사태에서 가장 큰 이슈는 소요 시간"이라면서 "소송의 경우 비용 뿐만 아니라 시간도 더 걸린다고 판단해 금감원 분쟁조정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16일까지 227건의 분쟁조정 신청이 접수됐다. 금감원은 분쟁조정 신청 급증에 대비해 금감원 금융민원센터에 라임펀드 분쟁 전담창구도 운영한다.


다만 분쟁조정은 해당 조정안을 은행, 증권사 등 판매사들이 거부할 경우 문제가 된다. 현재 판매사들은 자신들도 라임 펀드의 부실을 몰랐던 피해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판매사들이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투자자들은 민사소송을 택할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길게는 5년까지 더 걸릴 수 있다.


바로 소송을 택하는 방법도 있다. 실제 일부 투자자들은 지난해 실시한 라임운용에 대한 검사에서 금융당국이 라임의 위법 행위를 발견했지만 이를 시장에 알리거나 경고 메시지를 던지지 않아 이번 사태를 더 키웠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의 분쟁조정 절차를 믿기보다는 하루 빨리 법원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분쟁조정과 법원 소송에서 다뤄지는 라임사태의 쟁점은 '불완전판매'와 '계약사기' 등이다. 분쟁조정과 소송 모두에서 불완전판매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는 투자자 주장이 인용될 가능성이 높지만 배상액은 투자금의 절반 이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손해배상도 펀드 청산 또는 환매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


반면 금감원 조사나 소송에서 '사기 행위'가 판명되면 계약 취소에 해당돼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다. 이 경우 투자자들은 불완전판매로 인정되는 것보다 2~3년 빠른 해결을 기대해 볼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은 환매가 중단된 라임운용의 3개 모(母)펀드 가운데 '라임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에 대해 사기 혐의 등을 적용해 투자금을 최대 100% 배상해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조사 결과 라임운용은 2017년 5월 신한금융투자와 함께 IIG 펀드, BAF펀드, 버락펀드 등 해외 무역금융펀드에 6000억원가량 투자했다. 이 중 IIG펀드가 2018년 6월부터 기준가 산정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그 해 11월엔 IIG펀드가 가짜 채권을 만든 사실이 적발돼 청산절차에 돌입했다는 것도 인지했다. 그러나 이를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신한금투는 부실펀드 인지 이후에도 정상 펀드처럼 지속적으로 판매를 한 것으로 금감원은 판단했다.


법조계는 금융사가 펀드의 부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를 지속했다면 계약취소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는 "펀드상품이 소송을 통해 계약 취소된 사례는 드물지만 만약 판매사가 부실을 미리 인지한 상태에서 판매를 진행했다는 것이 인정된다면 (취소가)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판매사가 부실을 인지한 날이 IIG펀드의 기준가 산출이 되지 않은 2018년 6월이 될지, 아니면 IIG펀드가 청산절차에 들어간다는 메일을 받은 2018년 11월이 될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그 이후 판매된 펀드는 100% 배상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라임 이름으로 판매된 무역금융펀드의 설정액은 2438억원으로 자펀드는 38개에 달한다. 이 무역금융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금융사는 신한금투로 총 888억원어치를 판매했다. 우리은행(697억원)과 하나은행(509억원)도 500억원 이상을 판매했다. 3개 금융사의 판매금액은 2094억원으로 전체 판매액의 86%를 차지한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박지환 기자 pj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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