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은 탈북자가 진실을 말하는 걸 두려워한다. 김씨 일가의 신성(神聖)이 깨지고 체제 약점이 드러나는 걸 막으려고 온갖 테러를 저질러왔다. 대표적으로 김정일은 처조카 이한영이 '북 로열패밀리'의 실상을 폭로하자 권총으로 암살했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를 없애려고 '암살조' 2명을 남파하기도 했다. 대북 전단을 보낸 탈북 단체장은 '만년필 독침'으로 죽이려 했다. 김정은은 이복형 김정남을 외국 공항에서 화학무기로 살해했다. 이 살해도 김정남 휴대전화 해킹부터 시작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이 지시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게 북한 공작 조직이다.
태 전 공사가 탈북자 최초로 총선 지역구에 출마하는 것 자체가 김정은에겐 위협이 된다. 탈북자를 '인간쓰레기'라고 비난하며 '한국에서 천대받는다'고 선전해 왔는데 태 전 공사가 서울의 지역구에서 당당하게 선거운동을 하고 만약 당선된다면 그 소식은 북한으로도 흘러들어 갈 수밖에 없다. 북한 주민들이 어떤 생각을 할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요즘 서울에선 '김정은 찬양조'에 이어 '태영호 체포조'가 활개치고 있다. 좌파 단체가 미 대사관저에 난입해도 우리 경찰은 수수방관하고 문책도 당하지 않는다. 조만간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태 후보는 매일 유권자 수백명과 악수해야 한다. 김정은이 엉뚱한 생각을 품을 수 있는 환경이다.
김정일 처조카 이한영이 살해당할 때 우리 사회에선 '설마 북한이 암살까지 하겠느냐'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었다. 그래서 이씨가 집 앞에서 총을 맞고 사망했는데도 처음에는 북한 소행이라는 생각도 하지 못할 정도였다. 태 전 공사는 해킹 공격과 관련, "한국에서 제 삶은 김정은과의 싸움이었다"고 했다. 이런 태 전 공사의 지역구 출마에 대해 북한은 아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자체도 예사롭지 않다. 북의 위협에 굴복해서도 안 되지만 '설마' 하고 방심하는 것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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