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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기자24시] 차별·편견에…두번 우는 탈북인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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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탈북민 가족관계증명서를 보면 부모님 성함만 나올 뿐 주민번호와 거주지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은행 직원이 물어 북한 출신임을 밝히자 5분 뒤 은행 측에서 대출이 부결됐다는 문자가 왔습니다."

창업 과정에서 초기 자금을 빌리려고 했던 한 탈북민(북한이탈주민)이 겪었던 일이다. 이들은 사업체를 궤도에 올리기 위한 자금을 빌리려고 해도 현실의 벽이 무척 높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금융권과 사회의 싸늘한 시선은 이들의 창업 의지를 꺾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다른 북측 출신 창업가 A대표 역시 "탈북민이라고 말하는 순간 은행 측에서 대출을 거절당했던 경험이 있다"며 "초기 운전자금이 있어야 사업체를 움직일 수 있는데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토로했다.

판로 개척과 영업력 부재도 넘어야 할 '벽'이다. 아이템이 좋더라도 판매·홍보 네트워크가 없기 때문이다. B대표는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과 비교해 성능을 개선한 것을 만들어도 외면당할 때가 많았다"고 답답해했다.

B대표는 "탈북민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다 보니 이 사람은 뭘 해도 못할 것이라는 보이지 않는 막이 두껍게 쌓여 있는 것 같아 힘들었다"며 "대학 시절 사업의 꿈을 설계할 당시 백지장 위에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나열해 보니 불가능한 경우가 훨씬 많았다"고 했다. 이 밖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았다는 탈북민 창업자도 있었다.

중소벤처기업부·NK경제인연합회가 펴낸 '2018년 북한이탈주민 기업 보고서'에 따르면 탈북 창업가 응답자 가운데 78.1%가 '지원받은 제도가 없다'고 답했다. 탈북민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지난해 기준 64.8%, 자영업자 비중은 12.3%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탈북민 출신 기업인들을 위한 지원 정책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상당수는 소외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탈북민 창업 '성공사례'가 나오기 위해서는 일회성 교육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꾸준히 관심을 쏟아야 한다. 나아가 창업에 실패하더라도 재기할 수 있는 발판도 필요하다. 탈북민들이 당당하게 창업하고 경쟁할 수 있는 사회를 그려본다.

[외교안보통일부 = 김정범 기자 nowher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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