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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충무로에서] 文 `고용연장`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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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고용노동부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고용 연장'에 대해 검토를 시작할 때"라고 한 발언이 작년 9월 이후 잠들어 있던 '정년 연장' 논란에 불을 붙이고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작년 9월 기업에 60세 정년 이후 일정 연령까지 고용 연장 의무를 부과하되 재고용, 정년 연장, 정년 폐지 등 방식은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꺼냈다 바로 접은 적이 있다.

이번에도 작년과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청년 일자리를 줄일 셈이냐'는 논란이 불붙고 청와대 게시판에 원성 글이 올라오자 또 후퇴했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과 이재갑 고용부 장관이 다음날 잇달아 방송에 출연해 "고용 연장은 정년 연장까지 포함한 의미는 아니다"며 확대해석을 차단했다. 아랫사람들은 며칠간 땀나는 뒷수습을 하고 있는데, 정작 문 대통령 진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몇 번 곱씹다 보니 유사한 장면이 떠오른다. 작년 10월 17일 문 대통령이 직접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였다.

문 대통령은 "민간 활력을 높이는 데는 건설 투자의 역할도 크다"고 말해 주변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적폐'로 보던 '건설 투자'를 처음 언급했기 때문이다. '토목 경기를 띄우려는 것이냐'는 날 선 댓글과 비판이 쏟아지자 결국 청와대 측은 "새로운 토목 투자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며 부인했다.

며칠 지나 보니 문 대통령의 진의가 드러났다. 정부는 매달 취업자 증감을 분석한 '월간 고용동향'을 발표했는데 40대 일자리가 최대 폭 감소했고, 업종별로 봤을 때는 건설 분야 일자리가 최대 폭 감소했다. 문 대통령이 하고 싶었던 얘기는 "일자리에 귀천이 없고 건설 분야 일자리는 서민층 일자리인 만큼 할 수 있는 건설 투자는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이번에도 '고용 연장' 발언 다음날 월간 고용동향이 발표됐다. 결과는 연령별로 60세 이상에서 역대 가장 많은 50만7000명 늘어났고 40대는 주름살만 늘었다. 문 대통령이 사전에도 없는 애매한 '고용 연장'을 꺼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이게 아니었을까. "노인일자리 비판은 60만명이 넘는 빈곤노인을 그냥 방치하자는 것이냐. 노인일자리 증가를 비판하는 게 지겹지도 않으냐."

대통령이 민심을 떠보듯 던지고 아니다 싶으면 거둬들이는 것도 한두 번이다.

[경제부 = 이지용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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