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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반으로 나뉜 종로구…이낙연 서쪽, 황교안은 동쪽 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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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대선’ 종로 총선 빅매치

기자 출신에 선거 5연승 이낙연

교남동 집 구해 아파트 표심 잡기

수첩 들고 다니며 민원 받아적어

‘Mr. 국보법’ 선거 새내기 황교안

혜화동에 전세, 서민·청년 공략

운동화 신고 상인들 만나 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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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左), 황교안(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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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15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국무총리)

“이기려고 출마했고 반드시 이길 것이다. 아직 시간이 있다.”(16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이 전 총리와 황 대표가 주말 서울 종로에서 일정을 소화하며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바야흐로 ‘종로 대전’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사실 종로는 서울에서도 묘한 곳이다. 빈부 격차가 심하고 성향도 크게 엇갈린다. 종로구의 동쪽 끝인 창신동과 숭인동, 그리고 서쪽 끝인 무악동은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으로 평가된다. 호남 출신 인구가 많은 데다 서민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이라서다. 반면 부촌이 몰려 있는 평창·구기·사직동과 가회·원서동은 보수세가 강하다. 한국 불교의 중심지인 조계사를 포함, 사찰과 암자가 많고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도 자리했다.

4·15 총선에서 둘 중 한 명만 당선자로 서게 된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선 이 전 총리가 앞서가는 것으로 나온다. 14일 한국갤럽의 차기대선후보 조사에서 이 전 총리 지지율이 25%, 황 대표가 10%였다. 하지만 최근 바닥 민심이 여권에 불리해진다는 얘기도 있다.

◆닮은 듯 다른 두 사람의 과거=둘은 모두 법대 출신으로 대학을 종로에서 보냈다. 이후 국무총리를 했다는 것도 같다. 이 전 총리는 서울대 법대 70학번이다. 당시 법대가 동숭동 캠퍼스에 있었다. 기자의 길을 선택한 이 전 총리는 졸업 후 1979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2000년 16대 총선에 출마하기 전까지 기자 생활을 했다. 황 대표는 1977년 성균관대 법대에 입학했다. 성대는 명륜동에 있다. 그는 1981년 23회 사법고시에 합격했고 1983년 검사가 돼 별명이 ‘미스터 국보법’일 정도로 공안통의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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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vs 이낙연.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후 둘 다 행정가가 됐다. 이 전 총리는 호남에서 4선을 한 후 전남도지사를 거쳐 문재인 대통령 초대 국무총리로 입각했다. 민주화 이후 최장수 총리(2년 7개월)이기도 하다. 황 대표는 2013년 박근혜 정부 첫 법무부 장관이 됐다가 국무총리,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엔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냈다.

◆4선 vs 정치 새내기=두 후보 모두 각자 당세가 약한 지역에 집을 구했다. 이 전 총리는 전문직, 중상위 계층이 많은 교남동에, 황 대표는 서민층과 젊은 층이 많은 혜화동이다. 취약한 지역에 베이스 캠프를 둔다는 취지다.

둘의 유권자 접근법은 그러나 좀 다르다. 이 전 총리는 총리 시절 했듯이, 유권자들과 나눈 이야기를 수첩에 메모한다. 캠프 관계자는 “인사만 하고 표를 호소하는 게 아니라 그 지역 민원을 듣고 직접 해결하겠다는 ‘진정성 전략’을 내세운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친근함을 어필하고 있다. 황 대표 측 관계자는 “평소 말투·걸음걸이가 느리다는 평을 받았지만, 운동화를 신고 분주하게 다니며 다이나믹한 모습을 보여 주려 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역민들의 휴대전화를 들고 셀카를 찍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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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총선 종로구 개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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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선의 전략도 다르다. 이 전 총리의 경우 현재로선 지역 현안 위주다. 캠프 관계자는 “도시재생, 교통 등 지역민 불만이 많은 곳부터 간다”며 “한 곳을 최소 3번 가는 게 목표다. 지역 민원 실질 해결에 방점을 둘 것이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청년 가게를 방문해 젊은 층을 공략하고 시장 방문을 해 상인들에게 경제 활성화를 외치고 있다. 황 대표 측 관계자는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자는 모토로 상인들을 많이 만나 경제를 살리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며 “테니스·색소폰 등 황 대표 취미를 살려 생활체육인이나 마로니에공원 등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종로 민심은=민주당에 우호적인 유권자 중에도 집권 여당과 정부에 대한 회초리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렇다고 한국당에 우호적인 것은 아니었다. 정권심판도 중요하지만 한국당의 반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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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역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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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2가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상찬(33)씨는 “애국 보수 집회로 교통이 마비되다 보니 주말에도 종로 먹자골목에 손님들이 찾아오시질 않는다”며 “집회의 자유도 좋지만,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상인들 생각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반면 효자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수연(39)씨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서 정부와 여당은 ‘경기가 어렵다’는 말만 반복할 뿐 손님들 발길이 뚝 끊긴 것에 대해선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어 괘씸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뽑고 싶은 후보도, 지지하는 정당도 없다”는 의견도 제법 나왔다. 종로구 누하동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55세 서모씨는 "실질적으로 뽑을 정당이 두 개밖에 없는데 둘 다 마음에 안 든다”고 말했다. 대학원에 재학 중인 안모(28)씨도 "여야가 서로 갈등하면서 형성된 프레임이 선거에 그대로 옮겨붙은 탓에 정권심판론과 야당심판론 모두 공감이 안 된다”고 했다.

박해리·정진우·하준호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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