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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재판 개입 ‘사법행정권’ 범위 두고…사법농단 재판부 ‘정반대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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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임성근 판사 ‘직권남용’ 1심 무죄…비판 확산

위헌적인 재판 개입은 있었지만 직권남용죄로 형사처벌은 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을 놓고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사법농단 연루 판사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의 두 재판부는 ‘사법행정권’ 범위를 두고 상반된 판단을 내렸다.

개별 법관의 독립 인정하며

“직권 없으니 남용 성립 안돼”

결국 ‘법관의 독립’ 이유로

독립 침해 처벌 막는 ‘모순’


형사수석부장을 하면서 일선 재판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를 받은 임성근 판사에게 지난 14일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송인권)는 사법행정권자에게 개별 법관의 재판 업무에 관한 직무감독권이 없다고 판단했다.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려면 일단 직권이 있다는 게 인정돼야 하는데, 사법행정권 범위를 좁게 규정해 직권의 존재를 부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그 이유로 재판에는 누구도 간섭해서는 안된다는 ‘법관의 독립’을 들었다. 결과적으로 이 재판부 판단은 ‘법관의 독립’으로 ‘법관의 독립 침해’에 대한 책임 추궁을 막는 모순을 낳았다.

이 판결은 2심에서 뒤바뀔 가능성도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지난달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판결 중 박상옥 대법관의 별개의견을 인용했다. “공무원의 행위가 위헌적으로 평가된다는 이유만으로 직권을 남용했다고 인정한다면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는 대목이다.

그러나 전합 판결에서 박 대법관을 제외한 대법관 11명은 블랙리스트가 직권남용이라는 데 의견이 같았다.

정보 협조 요청 불가 판단도

신광렬 ‘영장 보고 무죄’ 배치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 13일 화이트리스트 판결을 선고하면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보수단체 자금지원을 요구한 행위가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심은 대통령비서실장에게는 전경련에 시민단체 자금지원을 요구할 수 있는 직권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는데, 2심에서 유죄로 바뀐 사건이다.

2심은 ‘부당한 목적으로 행해지거나, 사실상 지시나 강제의 형태를 띠는 등으로 남용될 때 상대방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행하게 하기에 충분한 경우’에 직권이 있다고 인정했다.

재판 정보 보고가 사법행정권에 속하는지를 두고는 재판부마다 판단이 엇갈렸다. 형사25부는 사법행정권자가 ‘사법정책·공보·대외업무’를 위해 구체적 사건과 관련해 법관을 상대로 정보 제공과 협조 요청을 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법원사무기구에 관한 규칙과 법원홍보업무에 관한 내규 등을 살펴봐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에게 재판업무에 관한 협조 요청권이 부여돼 있지 않다고 했다.

반면 형사23부(재판장 유영근)는 형사수석부장으로 있으면서 영장 판사로부터 수사 정보를 받아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를 받은 신광렬 판사에게 전날 무죄를 선고하면서 다르게 판단했다. 이 재판부는 형사수석부장인 신 판사가 비위법관 징계 관련뿐만 아니라 ‘언론이나 국회 대응’ ‘사법신뢰 회복 방안 마련’을 위해 영장 판사로부터 재판 정보 보고를 받을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사법행정권의 범위를 넓게 규정한 것이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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