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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코로나19에도 빛나는 ‘헌혈 영웅’ ···“헌혈이 내게 건강이란 선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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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고등학생 때부터 212회의 헌혈을 해온 삼성SDI의 조현수씨. 삼성SDI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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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바늘이 들어가는 1초만 찡그리면, 어떤 이에게 희망을 줄 수 있구나’. 20년 전쯤 우연히 헌혈을 하고 나선 조현수씨(38)는 뜨거운 무언가를 느꼈다. 이 때 느낀 감동은 그에게 ‘가치 있는 습관’으로 이어졌고, 코로나19로 ‘헌혈 절벽’을 겪고 있는 요즘 시대에 빛을 내고 있다.

삼성SDI 천안사업소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는 그는 최근까지 212회의 헌혈을 했다. 성인 남성 1회 헌혈량이 400㎖인 점을 감안하면, 85ℓ에 달한다. 500㎖ 생수병 170개에 담은 피를 누군가에게 나눠준 셈이다. 그는 대한적십자사로부터 헌혈 200회를 넘긴 이에게 주는 ‘명예대장’을 받기도 했다. 그는 “제 피가 한 생명을 살리는데 보탬이 된다니 뭔가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조씨는 “헌혈은 건강한 사람만의 특권”이라고 말했다. 누군가를 살리는 일일뿐 아니라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데도 도움이 되서다. 헌혈을 할 때마다 간단한 건강검진을 거쳐야 한다. 독감 예방접종을 했거나 항생제가 포함된 감기약을 복용한 경우라면, 헌혈을 할 수 없다.

그는 “헌혈이 제게 건강이란 선물을 줬다”고 말했다. 3교대로 근무하는 조씨는 헌혈을 하기 위해 건강한 운동 습관을 들여서다. 회사 내에 있는 피트니스 센터에서 하루 1시간 이상 운동한다. 또 헌혈을 앞두고는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는다. 자연스레 음주량이 줄었다. 조씨는 “교대 근무를 하다보면 밤낮이 바뀌어 체력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하지만 헌혈을 하기 위해 건강관리를 하면 체력이 길러지고 결국 나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조씨는 최소 한달 전부터 헌혈 예약을 한다. 헌혈 일정에 맞춰 몸 상태를 점검하고, 다른 일정에 헌혈이 밀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언제부턴가 명절 귀성길에 헌혈의 집에 들르는 게 새 습관이 됐다. 명절에 고향이나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많아 혈액이 부족하다는 이야길 듣고, 자신과의 약속을 하나 추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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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에서 일하는 조현수씨(가운데)와 직장 동료 안승호씨(왼쪽), 이부휘씨(오른쪽)가 헌혈 포장증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삼성SDI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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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입사한 조씨에겐 ‘피를 나누는 동료’들이 있다. 각기 다른 계기에서 헌혈을 시작했지만, 같이 헌혈 습관을 공유하는 사이다. 같은 팀에서 일하는 안승호씨(50), 이부휘씨(40), 태충호씨(36)도 헌혈 100회를 넘겨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명예장’을 받았다.

조씨는 “회사 동료에게 쉬는 날 잠만 자지 말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일을 해보라고 습관처럼 말한다”며 “본인 가족이 아플 때 피가 없어 생명에 위협을 받는다고 생각해보면, 헌혈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매년 2월엔 겨울방학과 설 연휴로 헌혈량이 줄어든다. 올해엔 코로나19까지 겹쳐 헌혈하는 사람이 크게 줄고 있다. 원할한 혈액 수급을 위해선 1일 평균 혈액 소요 예상량을 토대로 5일분 이상을 비축해둬야 한다. 그러나 3일분 미만(‘주의’ 단계)에서 2일분 미만(‘경계’ 단계)로 진입하는 지역이 늘고 있는 게 지금 상황이다. 조씨는 “더 많은 사람들이 헌혈을 통해 가치 있는 습관 하나를 꼭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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