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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보수통합 중도주자 김근식 “박형준, 선대위원장 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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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문재인정부 폭주 막아야…서울 출마 지역 고민 중” / “유승민, 백의종군 나서야”…“안철수 현실 인식 동의 안 해” / “대대적 컷오프로 체질자체를 개선해야” / “태영호·신범철과 북한전문가 시너지 낼 것”

보수통합을 목표로 하는 통합신당준비위원회(통준위)는 지난 14일 마지막 회의를 가졌다. 지난달 14일 ‘중도·보수 대통합을 표방한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추)’가 첫 회의를 연지 딱 한달만이다. 혁통추가 출범하고 통준위로 전환된 뒤 오는 17일 미래통합당을 출범시키기까지,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한국 정치사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보수진영 통합열차에 중도진영 주자로서 참여했던 인물이다.

한달동안 이 열차를 끌고 온 김 교수를 서울의 한 카페에서 15일 만났다. 전날 마지막 회의를 마친 그는 후련해보이면서도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며 전의를 다지는 모습이었다. 혁통추·통준위 위원으로 매일같이 회의를 가졌던 김 교수는 “박형준 통준위원장이 선거대책위원장을 중도진영 주자로서 전면에 나서 계속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불출마를 선언한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에 대해서도 ‘백의종군’ 의미에서 수도권 선거 지원에 함께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대대적인 물갈이로 실력과 품격있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세계일보

- 황교안 대표가 통합은 보수진영에서 보기 힘든 일이었는데 해냈다고 강조했다.

“미래통합당은 보수정당의 첫 통합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또 대한민국정치사에서 야권의 통합은 여러번 있었다. 야권은 통합하면 이겼고 분열되면 졌다. 보수는 계속 집권했던 쪽이라서 통합 필요성을 못느껴왔다. 그러나 한국 정치사로서 보면 지극히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행보다. 더불어민주당이 워낙 고정지지층이 견고하고 살아있는 권력으로서 정치적 자원을 장악하고 있으니 통합밖에 답이 없는 것이다. 여기에 중도까지 결집하자는 것이 미래통합당이 가진 의미다.”

- 혁통추, 통준위를 이끌어오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초기에는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새보수당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하태경 책임대표가 혁통추는 상관하지 않고 자유한국당과 일대일 양당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을 때,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결국 제안을 받았다. 새보수당을 혁통추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이끌어내는데 초기에 많은 시간을 소비했고 고생했다. 그러나 결국 유승민 의원이 늦게나마 불출마를 선언하고 지분을 내려놓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새보수당을 통해 플러스 효과를 냈고 좋은 결실을 냈다. 힘들었지만 결국 잘됐다. 오히려 후반부에는 시민사회 진영 참여 인사들의 요구가 힘들었다. 통합만이 아니라 혁신이 병행돼야한다는 요구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한국당이 간판을 다 내려놔야한다, 모든 걸 양보해야 한다는 식은 현실적으로 기술적으로 쉽지 않은 이야기다. 황교안 대표도 공천권을 포기했고 양보한 상황이기 때문에 현실적 조율이 필요했다. 최고위를 해체하거나 공관위를 새로구성하라는 것은 지분싸움으로 비춰진다. 시민사회진영에서 참여한 분들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그렇다면 공관위의 행태와 내용, 공천 방향이나 컷오프 등에 대해 얘기해야지 공관위 인원수나 구성을 갖고 요구해선 안 된다. 무리한 요구였다. 그렇지만 어쨌든 반문연대로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데에는 시민사회가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미래통합당이 출범하고 선대위 체제로 가면 결국엔 시민사회 역량이 참여하고 결집해줄 것으로 믿는다.”

- 황교안 대표와 유승민 위원장의 회동이 내내 관심이었다. 남은 가능성은.

“결단을 내려준 건 고맙지만, ‘불출마’는 그저 출마를 하지 않는다는 소극적 의미가 아니라 ‘백의종군’ 의미여야 한다고 본다. 백의종군이라는 표현이 맞다. 백의종군이란 출마를 하지 않지만, 당이 필요로하면 어디에서든 일하겠다는 것이다. 감투를 원하지 않고 평당원이지만 무슨 일이든 하겠다라는 자세다. 수도권에서 미래통합당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스스로 나서줘야 한다고 본다. 황 대표가 찾아갈 일은 아니다. 나 역시 어렵게 미래통합당을 출범시킨 사람으로서, 중도주자로서 손가락질을 감수하고 여기까지 왔다. 그렇다면 혁통추, 통추위의 일원으로서 끝까지 책임과 역할을 다 하기 위해 총선 불쏘시개가 될 각오를 하고 있다.”

- 박형준 위원장의 향후 역할은.

“박 위원장을 괴롭히지 않은 것은 저뿐인 것 같다. 고생을 많이 했다. 박 위원장도 통합정당의 지도부에서 의미있는 역할을 맡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쉽다. 선대위 체제에서 위원장이라도 해야한다고 본다. 박 위원장이 전면에 계속 나서줘야 국민께도 신선해보일 것이다. 외부 신망있는 인사, 중도 성향 인사를 전면 배치해 통합의 의미를 살리고 국민 시선으로도 뭔가 바뀌는구나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김 교수는 안철수 전 의원과 2012년부터 8년 인연을 맺었다. 2012년 대선에서 안철수 대선캠프에 합류했고 이후 국민의당 창당에도 힘을 실었다. 그는 안 전 의원이 귀국한 뒤에도 야권통합을 계속 설득했다고 한다. 그는 ‘안철수 현상’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하면서 이제 미래통합당에서 안철수현상을 받아안는 세력이 돼야 한다고 했다.

“안철수 전 의원이 귀국한 뒤에도 계속 설득했다. 중도를 우선하면 어부지리를 정부여당이 얻게된다고. 바른미래당을 야권통합으로 이끌어 야권이 승리한 뒤 중도가치를 추구해도 늦지않다고, 이번 총선은 문재인정부 폭주를 심판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했지만 듣지 않았다. 일대일 구도로 가면 무조건 진다는 게 안 전 의원 생각인데 그런 현실인식에는 동의하기 힘들었다.”

- 합류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보나.

“안 전 의원 당사자의 참여는 알 수 없지만, 현재 안 전 의원이 이끌고 있는 국민당의 참여자들은 가능성이 있다. 미래통합당에 합류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도, 지역별 특성도 작용할 수 있고, 결국 국민당 후보들이 개별적인 선거연대는 가능하게 될 거라고 본다.”

대북전문가인 김 교수를 현실 정치에 처음 영입한 곳은 현 더불어민주당 계열이다. 참여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뒤, 2009년 정동영 전 후보가 전북 전주 보궐선거에 출마하려 하자 당시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김 교수를 영입해 후보로 내세웠다. 2012년 이후엔 ‘안철수 측근’으로 통했고, 지금은 보수진영 대통합에 몸을 실었다.

“2009년엔 내가 과연 현실 정치를 할 수 있을지 맷집을 테스트했던 것 같다. 패했지만 현실 정치의 의미를 느꼈다. 2016년 국민의당 창당때 영입인재1호로서 본격적인 정치를 시작했다. 2018년 11월 안 전 의원이 독일에 갔을때 비공개로 가서 많은 이야기도 나누고 돌아왔다. 내내 내 생각은 실력있는 정치, 품격있는 정치, 합리적이 정치였다. 그 원칙은 일관됐다. 지난해부터 문재인정부 비판을 많이했다. ‘조국 저격수’로 나서길 자처했다. 그때가 문재인정부 폭주의 시발점이라고 본다. 이 정부가 잘되길 바라는 것으로는 한계를 넘었고, 하루 빨리 종식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안 전 의원에게도 이번에는 반문연대를 주도해야 한다고, 그게 이번 총선 의무라고 설득했다. 그 어떤 가치도 중요하지 않다. 야권분열로 어부지리를 주면 절대 안 되고, 역사의 죄를 짓는거다.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해야만 폭주하는 문재인정부에 대한 합법적 견제장치가 생긴다. 안 전 의원은 오지 않았지만, 난 그 뜻에 따라 김영환 의원, 문병호 의원 등과 합류한 것이다. 미래통합당의 가장 절실한 과제도 중도층으로의 외연확장이라고 본다. 지식인도, 정치인도, 자신의 방향이나 노선이 교조화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북한 전문가로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신범철 전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과 계획이 있나

“모두 사이가 좋다. 미래통합당 전부터 잘 알던 사이다. 태 전 공사는 상당히 대한민국스럽다. 세련되고 유머있고 지식인이다. 탈북자라고 극단적 반공을 외치는 사람이 아니다. 북한 체제 속성과 강점을 잘 아는 사람이고 북한민주화에 대한 생각이 나와 같고 그 맹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신 센터장도 정치를 잘 할 인재다. 셋이 외교안보 분야에서 호흡을 맞춰온 것이 있어서 미래통합당이 정책정당 면모를 확보하는데 시너지를 내어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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