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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최영미 시인 “'조국, 너부터 개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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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보판 시집 ‘돼지들에게’ 기자간담회

헤럴드경제

최영미 시인이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돼지들에게'개정증보판 발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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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젊은 여성작가들이 용기를 내서 발언을 한 게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문단 시스템이 깨기 힘든 곳인데…. 2018년 미투가 없었다면 과연 가능했을까, 내가 그들이 발언하기 쉽게 약간 균열을 냈구나, 허망하지 않구나 생각해요."

최영미 시인이 최근 불공정 계약을 들어 젊은 작가들이 이상문학상 수상 거부를 한 것과 관련, 변화의 움직임에 반가움을 나타냈다. 11일 시집 '돼지들에게' 증보판 출간 관련,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 시인은 “그러나 문단이 당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독자들이 변해야 문단도 변한다고 강조했다.

"문학상을 심사하는 위원들이 소수에 집중돼있고 이들이 이상 저상 겹쳐 심사를 한다. 그들의 취향에 맞지 않는 작품을 쓰면 인정을 못받는 게 현실"이라며, 무슨 무슨 사단에 속하지 않은 독립적인 사람은 설 자리가 없다. 젊은 작가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작품으로 인정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출판사를 차리고 세번째로 낸 시집 '돼지들에게'는 2005년에 출간하고 2014년 재출간한 사연이 많은 시집이다.

2005년 당시 너무 지쳐서 시를 그만 쓸 생각이었다. 외국으로 가든, 직업을 바꾸든 글을 파먹고 살지 않겠다고 결심했는데, 덜렁 상을 타는 바람에 묶여버리고 말았다.

최 시인은 시 '돼지들에게'를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는다. "이전 시와 달리 상상력이 경험을 압도한 작품이에요. 내가 뭔가 하나 만들고 있구나, 창조자의 기쁨을 맛봤죠."

당시 논란이 된 ‘탐욕스런 돼지가 누구냐?’와 관련, 시인은 2005년 그 즈음 문화예술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인물이 돼지의 모델이라고 입을 뗐다. 만나자고 연락이 와서 일거리라도 제안하나 싶어 나갔는데 별다른 용건이 없이 불러냈다는 걸 알고 불쾌했다. 뭔가를 기대하는 듯한 그의 태도에 최 시인은 며칠째 마음이 개운치 않던 중, ‘돼지에게 진주를 주지 마라’는 성경구절을 보고 순식간에 시를 써내려갔다고 했다.

그러나 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소비됐는데, 즉 ‘'진주를 줬느냐’로 시끄러웠다.

이번 개정판에는 최근 ‘괴물’ 소송을 겪으며 쓴 신작 세 편이 보태졌다.

‘착한 여자의 역습’ ‘자격’‘ㅊ’으로, ‘ㅊ’의 원제는 따로 있다. 소송을 직접적으로 상기시키는 제목으로 아직 때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자격’은 미투 당시 “왜 하필 최영미냐”는 뒷말을 듣고 쓴 작품. “미투의 자격이 따로 있나요? 완벽한 사람이 미투하는 게 아니잖아요?”

‘돼지들에게’는 십수년 전에 나온 시집인데도 지금 세상의 허위와 거짓, 가짜 현실을 풍자한 듯한 현재성이 있다. 진즉에 진보진영의 모순을 몸으로 겪은 시인의 예민함에 기인한 듯하다.

재판에 영향을 미칠까 조심했던 시인은 조국 청문회때엔, 참다 못해 트위터에 한 줄 올렸다고 털어왔다. 자신이 알던 사람의 변모에 충격을 받아, “내가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 고 썼는데, “너부터 개혁해”란 말을 하고 싶었다고.

최 시인은 아직 판도라의 상자는 다 열리지 않았다고 했다. 87년 백기완 대선 후보캠프에서 있었던 일, 대학 교수가 강의를 제안하며 택시 안에서 성추행한 일 등 일면을 들려줬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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