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들이 통합 효과 갉아먹어"
합당(合黨) 실무 작업이 한창이지만 정작 통합의 최종적 열쇠를 쥔 두 사람이 회동을 두고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면서 양당 내부에서조차 "정작 리더들이 '통합 시너지'를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사람의 회동이 성사되지 못한 데는 통합 주도권을 쥐기 위한 기 싸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황 대표는 지난해 11월 보수 대통합을 선언한 직후 먼저 유 위원장에게 전화로 "둘이 만나 구체적으로 논의하자"고 제의했지만 긍정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다. 유 위원장이 "'보수 재건 3원칙'부터 받아야 한다"고 나온 것이다. 이후 양당은 이견(異見)을 좁혀나갔고, 지난달 13일 새보수당이 "보수 재건 3원칙 수용 의사를 확인했다"고 밝히면서 논의가 재개됐다. 새보수당이 기선을 잡은 모양새가 된 셈이다.
하지만 설 명절 이후부터는 한국당이 느긋해졌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새보수당 내부에서 "더는 통합을 늦출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설 명절 이후부터는 유 위원장이 황 대표와 만남을 거론하며 적극적으로 나왔다. 불출마 선언 직전인 지난 6일에는 유 위원장이 황 대표에게 문자메시지로 "만나자"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이번에는 종로 출마에 나선 황 대표가 유보적 취지로 답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의 이런 신경전은 다음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야권 통합 논의에 참여한 핵심 관계자는 "보수 진영의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두 사람의 만남이 양당 자존심 문제로 비화하면서 회동이 지체된 측면도 있다"며 "이런 모습이 유권자들에게 통합신당 주도권, 차기 대선 주자들의 자존심 싸움으로 비친다면 보수 통합도 큰 효과를 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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