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혜영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4·15 총선 공천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더불어민주당의 5선 중진 원혜영 의원은 정치권에서 이른바 '적이 없는 사람'으로 통한다. 온화하면서도 곧은 성품으로 당 안팎에서 신망이 두텁다. 특유의 신중함과 부드러운 리더십을 십분 활용해 갈등 국면에서 유능한 '조정자' 역할을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원 의원에게 마지막 중책이 맡겨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4·15 총선을 앞두고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그에게 총선 후보자 공천 작업을 책임질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 자리를 맡겼다. 원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가진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의 화두를 '촛불 혁명의 완수'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런 때일수록 오만해지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위원장은 "촛불혁명을 이뤄낸 시민들이 문재인정부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정부·여당을 지탱해주고 있다"며 "집권 여당으로서 오만함을 경계하고 겸손한 자세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천 역시 마찬가지다. 원 위원장은 "집권 여당은 공천을 할 때 조금만 안이하게 후보를 내놓으면 여유를 부리거나 태만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 "모든 후보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이 좋다. 이길 수 있는 후보를 가려내는 것이 최우선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총선의 화두는 무엇인가.
▷정부 임기 중·후반부에 치러지는 선거들은 흔히 말하는 '정권 심판'의 성격을 갖는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조금 다르다. 촛불혁명을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이 정권 심판 프레임을 상당 부분 무력화하고 있다.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우리 민주당은 더욱 겸손하고 치열하게 선거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21대 국회가 담아야 할 국민의 뜻은.
▷오래전부터 국민의 요구는 동일했다. 일하는 정치, 일하는 국회를 보고 싶다는 것이다. (정쟁으로 멈춰선) 20대 국회는 오히려 국민에게 큰 자극이 됐다. 야당의 패착은 정권에 대한 저항을 빌미로 국민이 가장 싫어하는 모습을 답습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정권 심판 프레임이 작동하기 힘든 조건을 만든 셈이다.
―여당 지지율이 흔들리는 이유는.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지지율은 흔들리는 게 아니라 출렁이는 것이라고 본다. 현안에 따라 소폭의 오르내림을 반복하지만 정부·여당을 지탱하는 단단한 지지세는 일정한 선에서 형성돼 있다. 하지만 '잘해서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잘하라고 지지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지지율이 떨어질 요소가 있었다. 그런데도 쉽게 하락세로 돌아서지 않는 건 지지층의 특별한 정서 때문이다. 촛불혁명을 이뤄낸 시민들은 그 결과 탄생한 문재인정부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과거의 지지층에게서는 볼 수 없는 이 정서가 정부·여당을 지탱해주고 있다. 더욱 겸손하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야당 지지율이 급상승할 가능성은.
▷지지율엔 함정이 있다. 잡히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야당을 지지하지만 야당이 너무 부진하니 아예 의사를 감추거나 외면한 사람들이 있다. 우리로선 긴장을 놓을 수 없다. 다만 이런 게 현실적 위협이 되려면 야당이 야당다운 존재감을 보여야 한다. 야당의 실수는 이어지고, 그게 우리에겐 반사이익으로 돌아오고 있다. 예컨대 신종 코로나 확산 국면에서 야당은 정파를 초월해 국가적 위기에 대응하는 진중한 모습을 보여줬어야 한다. 그러나 야당은 정부의 실수만 물고 늘어지며 근거 없는 공포와 혐오를 조장하는 쪽을 택했다. 이런 스탠스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지지율 변화는 거의 없으리라고 본다.
―전략공천지역 15곳이 1차 발표된 후 예비후보 반발 가능성도 제기되는데.
▷먼저 전략공천지역 발표에 대해선 오해가 있다. 당헌·당규상 20% 이내에서 전략공천을 할 수 있고, 당에선 선거전략 구사를 위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현역 불출마 지역 등을 일단 묶어놓은 것이다. 선거는 이기자고 하는 것이다. 해당 지역 후보들이 경쟁력을 갖췄다면 굳이 끝까지 전략공천으로 할 이유가 없다.
공정성은 동일한 경쟁력에 대해 동일한 대우를 한다는 의미지 실제 경쟁력 차이를 무시하고 기계적 형평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은 유동적이다. 현역 의원이 단수 공천을 신청한 지역도 마찬가지다. 적합도 조사를 통해 경쟁력에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면 전략공천이나 경선지역으로 전환할 수 있다.
―경쟁력 평가 결과에 따라 조정하겠다는 것인가.
▷예를 들어 지역의 당 지지율이 40%인데, 예비후보로 나온 사람 지지율이 20% 수준이라고 하면 당연히 따져봐야 하는 것 아닌가. 전략공천을 할지, 추가 공모를 해서 경선을 붙일지 고민할 것이다.
―청와대 출신들이 대거 출마하는데.
▷남다른 경쟁력을 가진 이들은 당연히 선거에 도움이 되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걸러질 것이다. 공천 적합도 조사에서 청와대 이력은 사용하되 대통령 이름을 빼도록 한 것은 공정하고 냉정하게 후보의 경쟁력을 분석하기 위한 것이다.
―상대적 열세인 영남 공천전략은.
▷모든 지역에 최선의 후보를 낼 것이다.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PK의 경우 일방적으로 걱정할 정도는 아니고, TK도 무조건 불리하다고 지레 포기할 이유가 없다. 민주당이 전국정당을 목표로 하는 만큼 영남 지역을 포기하지 않고 진심을 보여야 한다. 자질 면에서 차별성을 지닌 후보들을 출마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영남의 유권자들 역시 자기 지역을 발전시킬 실력 있는 정치인들을 버릴 이유가 없다. 현명한 판단을 믿는다.
―이낙연 전 총리에 대한 기대감은.
▷현재 가장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이고, 총리로서 국민에게 신망을 얻은 분이다. 우리 당 간판으로서 최대한 역할을 해 주시길 바란다. 이미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자리를 수락하셨으니 그에 걸맞은 전국 규모의 역할을 충분히 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야권의 '보수대통합'이 속도를 내고 있는데.
▷선거 전까지 보수대통합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긴 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단순히 통합이나 연대를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결국 규모가 문제다. 어디까지 통합을 해 나가느냐 하는 것인데 괄목상대할 정도의 대통합 같은 것은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총선 성적은 어떻게 예상하나.
▷지금 총선 성적을 예상할 수 있는 사람이 있나. 바람이야 당연히 우리 당의 압승이다. 다만 한 가지 더 바라는 것은 있다. 원안에서 많이 후퇴했지만, 이번 선거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도가 도입되고 처음 치르는 선거다. 그에 걸맞게 선거제 개혁의 의미를 살린 결과가 나오기를 바란다. 나아가 연대와 협력의 정치문화가 생겨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후보자 간 경선은 언제쯤인가.
▷공천 후보자들 면접심사가 13일까지 진행된다. 아마 2월 20일 전후해선 경선에 들어가지 않을까 본다. 공천관리위원회의 역할도 2월 말, 늦어도 3월 초에는 다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 "국민 눈높이 높아져…김의겸등 정무적 판단 불가피"
임종석은 꼭 역할 해줬으면…86그룹 퇴진 주장엔 동의못해
―당의 권유에 의해 스스로 출마를 포기한 김의겸 씨, 문석현 씨 등을 보면 정무적 판단이라는 해석도 나오는데.
▷불출마를 결정한 후보자 개개인을 생각하면 가슴 아프고 참 안타깝다. 하지만 아무리 시스템 공천이라는 원칙을 세웠다고 해도 정당이란 조직을 '정무적 판단'과 떨어뜨려 생각할 수 있겠는가.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를 당이 고려하지 않을 순 없다. 다만 정무적인 판단도 일부 개인들의 이해관계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객관성을 가지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 기준을 놓고 볼 때 지금까지 당의 정무적 판단이 '객관성'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인적 쇄신이 제대로 이뤄질까.
▷작위적으로 뭔가를 하는 것은 국민이 동의하지 않고 실효성도 없다.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에 대한 얘기가 자꾸 나오는데 선거 경쟁력을 확인하기에는 부적합한 측면이 있다. 그래서 공천 심사에서 20% 페널티를 주는 정도로 반영한 것이다. 자꾸만 하위 20%에 인위적인 인적 쇄신을 가져다 붙일 일이 아니다. 명단을 왜 공개하지 않느냐는 문제 제기도 많은데, 말이 되느냐. 이걸 공개하면 본 선거에서 야당 후보에게 칼을 쥐어주는 셈이다. 사실상 해당행위 아닌가.
―염두에 두고 있는 이상적인 인적 쇄신의 폭은.
▷'최소 몇 퍼센트를 인적 쇄신한다'는 식이 아니라 총선 승리 가능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질 일이다. 현역의원 단수 공천 신청 지역에 대해 적합도 조사를 하기로 했다. 과거에는 현역 단수 출마 지역은 그냥 공천을 줬다. 하지만 예외 없이 적합도 조사를 통해 경쟁력을 검증한다. 문제가 있으면 조치할 것이다.
―'중진 물갈이' '86세대 퇴진론' 주장도 많은데.
▷의회·정당은 다양한 계층의 이해를 반영해야 한다. 그러려면 노장청 세대 조화가 필요하다. 중진 의원이나 86세대 모두 역할이 있다. 특히 민주화 운동 세대인 86세대는 우리 당에서 허리 역할을 맡아 노장청 조화의 주축이 돼야 한다. 세대 문제가 아니다. 문제가 있는 개인은 퇴출돼야 하지만 세대·그룹으로 묶어 비난하는 것은 우리 정치 발전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부정적 프레임만 확산하게 만든다. 저열한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
―'임종석 차출론'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강하게 요구해서 선거전에 끌어왔으면 좋겠다. 본인이 한 번 불출마를 선언했던 만큼 부담이 너무 큰 것 같은데, 주위에서 좀 강하게 이끌었으면 좋겠다. 좋은 정치인이고 지금 같은 때에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왕 나서려면 선대위원장만 하는 게 아니라 총대를 메고 직접 (지역구에) 출마하는 쪽으로 나섰으면 좋겠다.
▶▶ He is…
△1951년 경기 부천 출생 △1970년 경복고 졸업 △1996년 서울대 역사교육학과 졸업 △1981년 풀무원식품 창업 △14·17·18·19·20대 국회의원 △민선 2·3기 부천시장 △2008~2009년 민주당 원내대표 △2011~2012년 민주통합당 공동대표 △더불어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위원장
[정리 = 백상경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