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통합·여당 총선 맞대결
“유 불출마, 제식구 책임진단 의미”
한국당, 통합 뒤 공천셈법 복잡해져
일각선 “유승민, 대선 위한 큰 그림”
양측 회동 아직…황 대표 결단 남아
지난달 20일 양당 협의체가 출범한 이후 유 위원장이 처음으로 공식 발표한 메시지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의 회동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발표여서 공은 황 대표 쪽으로 넘어갔으나 통합이란 대세는 확정적이란 게 야권의 관측이다. 황 대표는 유 위원장 발표에 대해 “자유우파 대통합을 위해 참 어려운, 귀한 결단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반겼다.
유승민 “통합 뒤 공천권·지분·당직 요구 않겠다”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과 ‘신설 합당’ 추진 기자회견을 마치고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이날 유 의원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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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양당은 10일부터 통합 범위와 방식을 두고 실무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유 위원장은 “합당 결심을 말씀드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솔직히 고민이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고 한 대목이 있다. 바로 ‘개혁보수’다. 그는 “단순히 합친다고 다가 아니다”란 입장을 지켜 왔다. 그간 한국당의 통합 손짓을 뿌리쳐 온 이유다. 2016년 말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으로부터 고심 끝에 탈당한 까닭이기도 하다. 그로선 한국당이 별다른 가시적 변화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가운데 합당하는 게 마뜩잖을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 명령’이란 표현에서 드러나듯, 자신의 원칙론을 내세우기엔 엄중한 상황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① 연대론 내려놓고 ‘신설 합당’ 제시=그간 유 위원장은 양당이 지역구는 공동후보를 내더라도 비례대표는 각자 별도 후보를 내는 게 유리하다고 보고 연대론을 제안해 왔다. 개혁보수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한국당 측은 합당하지 않으면 통합의 시너지가 약해진다고 보고 꾸준히 합당을 요구했다. 유 위원장이 이날 합당으로 방향을 틀어 결론을 내면서 양당의 통합논의는 급물살을 탈 조짐이다.
한국당은 환영 일색이다. 황 대표는 “똘똘 뭉쳐 문재인 정권 심판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과 불편한 관계인 강성 친박계 김진태 의원도 “오랜 시간 애국세력이 바라던 모습이 바로 이것이다”며 반겼다. 박형준 혁신통합 위원장은 “그동안 새보수당이 논의 과정에서 어중간하게 발을 걸친 단계였지만 이제 통합신당 논의로 들어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합당 절차는 양당이 먼저 각자 의사결정기구, 최고위 등에서 합당을 결의한 다음 전진당까지 함께 참여하는 ‘수임기관 합동회의’의 결의를 통해 완성된다. 불출마를 선언한 유 위원장은 신설 합당 후 공동선대 위원장을 맡아 수도권 표심을 공략할 가능성이 크다.
② 공천 셈법 복잡해지나=합당으로 공천방정식이 까다로워질 수 있다. 유 위원장이 “공천권·지분·당직에 대한 요구를 일절 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당 한 의원은 “유 위원장의 불출마 자체가 (새보수당) 식구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측면이 있어서, 향후 합당 과정에서 지분 배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보수당 소속 현직 의원 중 출마를 준비하는 이들은 정병국·이혜훈·유의동·오신환·정운천·지상욱·하태경 의원 등 7명이다. 한국당에선 이들 7명에게 경선 때 어느 정도 기득권을 인정하더라도, 아예 경선 없이 전략공천을 줄 수는 없다는 분위기가 대세다.
또 한국당 일각에선 우리공화당 등 우파 군소정당과의 소통합도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이 대목이 새보수당과의 합당 논의에 막판까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③ 불출마는 대선 밑그림?=유 위원장의 불출마 선언은 결국 대선을 위한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과정이란 해석도 나온다. 유 위원장은 이날 “총선과 대선에서 권력을 교체하고 대한민국을 위기로부터 구하겠다”며 ‘대선’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황 대표가 ‘험지’인 종로 출마를 선택한 만큼 유 위원장도 ‘던질 줄 아는 정치인’의 면모를 부각하려 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로써 유 위원장은 내리 4선을 했던 대구 동을을 15년 만에 떠나게 됐다. 그는 “사림(士林)의 피를 이어받아 권력자가 아니라 국민과 나라에 충성하는 기개와 품격을 지닌 ‘대구의 아들’로 기억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고 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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