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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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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vs 황교안···대통령 3명 배출한 '종로 대전' 막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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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4·15 총선에서 종로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국무총리(왼쪽)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9일 각각 서울 종로구 사직동 재개발 구역과 관철동 '젊음의 거리'를 방문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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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보선, 이명박, 노무현.

‘정치 1번지’ 서울 종로가 배출한 전직 대통령 3명이다. 여기에 네번째로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자 하는 두 거물이 4·15 총선에서 맞붙는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다. 현재까지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여와 야 맨위에 이름을 올린 유력 정치인들이다.

두 사람의 ‘종로 대전’은 짧게는 21대 총선 전체 성패를, 길게는 차기 대선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런 만큼 둘은 물론 제1당 싸움을 벌이는 민주당과 한국당 간에 한 치의 물러섬 없는 일대 격전이 예고되고 있다.



황교안 “정권 심판” 대 이낙연 “미래 주자”



두 사람 모두 사활을 건 필승을 다짐하고 있지만 추구하는 전략과 전선은 사뭇 다르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 실정을 부각하며 정권 심판론을 적극 띄운 반면, 이 전 총리는 인물 경쟁력을 앞세운 이른바 ‘미래 주자론’ 프레임으로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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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에서 종로 출마를 선언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경로당을 찾아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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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표보다 먼저 종로에 터를 잡은 이 전 총리는 이날 종로 지역 탐방에 앞서 사직동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4·15 총선을 종로와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출발로 삼고자 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사실상의 차기 대권 출사표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이 전 총리는 또 황 대표가 종로를 '정권심판 1번지'로 만들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 "다른 후보들의 선거에 대해 논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앞서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고 입장을 발표했다"면서 추가 언급은 삼갔다. 그 대신 빽빽이 적은 메모장을 꺼내들고 ▶청년이 돌아오는 종로 ▶신분당선 연장추진 및 교통문제 우선 해결뒤 광화문광장 조성 ▶역사문화도시로의 발전 ▶삶의 질을 높이는 도시재생사업 재추진 등 4가지 공약을 발표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오후 한 시간가량 하얀 마스크를 쓴 채 '뚜벅이 유세'를 펼쳤다. 시민들을 만나면 잠시 마스크를 벗고 목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우려한 듯 악수는 따로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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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9일 서울시 종로구 '젊음의 거리'를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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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표는 종로 출마 선언 뒤 첫 공식일정으로 9일 종로구 관철동 젊음의 거리를 찾았다. '임대' 글씨가 나붙은 빈 사무실들을 집중적으로 둘러본 그는 취재진을 향해 "저 말고 여기(빈 사무실)를 더 많이 찍어달라"며 침체한 골목 경제 분위기를 부각하려 애썼다. 황 대표는 종로 거리를 둘러보면서 "(종로의) 옛날 활력은 다 없어지고 보는 것처럼 문을 다 닫은 상황이다. 참담하다"며 "(현 정부가) 잘못된 정책으로 망가뜨린 종로의 경제를 되살려내도록 하겠다"고 했다.

황 대표는 출마 선언 당시 이 전 총리 이름을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던 것처럼 이날도 여당 후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삼갔다. 종로 선거를 '이낙연 대 황교안'이 아닌 '문재인 대 황교안'의 구도로 만들어 정부 심판론을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에서다.

그는 젊음의 거리를 둘러본 뒤엔 모교인 성균관대와 옛 경기고 부지(현 정독도서관)를 찾아 자신과 종로의 인연을 강조했다. 황 대표는 "라면 사 먹을 돈이 없어서 아줌마에게 사정해 라면 대신 국물만 달라고 했었다"며 종로에서의 학창시절을 떠올렸다.



차기 대선 전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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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25일 국회앞마당에서 열린 제 17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취임식장을 나서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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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종로대전이 총선 최대 승부처가 된 이유는 차기 대권 향방에도 직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이 전 총리와 황 대표는 정치 인생에 결정적 변곡점을 맞을 수밖에 없다.

종로는 1996년 15대 총선 땐 신한국당 소속 이명박 전 대통령과 통합민주당 노무현 전 대통령, 새정치국민회의 이종찬 전 국정원장이 3파전을 벌인 끝에 이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2년 뒤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치러진 98년 보궐선거에선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두 사람 모두 종로를 발판으로 대권을 거머쥔 셈이다.

이밖에도 종로는 이윤영 전 총리서리와 장면 전 부통령, 유진오 전 신민당 당수, 이민우 전 신민당 총재, 정세균 국무총리 등 한 시대를 풍미한 근현대 정치 거물들이 거쳐간 지역구다. 종로는 청와대와 정부서울청사가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민주당 사수냐, 한국당 탈환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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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역대 국회의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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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에 빼앗긴 종로를 한국당이 되찾아올지도 관심사다. 현재 종로 지역구 의원은 민주당 소속 정세균 총리다. 전북 지역에서 4번 당선된 정 총리는 2012년 서울 종로로 지역구를 옮겨 19·20대 총선에서 한국당 전신 새누리당의 홍사덕·오세훈 후보를 꺾고 내리 당선됐다.

하지만 정 총리 이전까진 보수 진영이 우세를 보였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민정당 이종찬 전 국정원장이 당선된 이후 14대 이종찬, 15대 이명박(중도사직 후 치러진 1998년 보궐선거에선 노무현 당선), 16대 정인봉, 2002년 재보선 및 17·18대 박진 등 한국당 계열의 의원들이 내리 당선됐다.

현재 종로는 보수 색채가 짙은 서부 지역과 진보 색채가 뚜렷한 동부 지역의 유권자 수가 엇비슷하다는 평가다. 최근 선거구 획정 논의와 관련해 일각에서 종로와 인근 중구가 합쳐지는 방안이 거론됐는데 정치권 한 관계자는 "아직 공식 논의가 시작되기 전인 것으로 안다"며 "둘을 합치면 인구 상한선을 넘게 돼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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