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1 (금)

흔들리는 터키-러시아 공조, 시리아 내전 안전판마저 사라지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찰떡공조를 보여왔던 터키와 러시아 관계가 시리아 이들리브 지역에서 흔들리고 있다. 이들리브 지역은 시리아 반군의 마지막 거점으로 시리아 정부군의 공세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리아 정부군의 공세가 이어지면서 러시아ㆍ터키ㆍ이란 간 '아스타나 협의체'마저 흔들릴 위기에 놓였다.


4일(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방문 일정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 단계에서 러시아와 갈등해야 할 이유가 우리에게는 없다"면서 "모든 문제에 관해 대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갈등설을 불식시키기 위한 발언을 꺼낸 것은 역으로 양국 관계가 그만큼 위험한 상황에 놓였음을 시사해준다.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9년째 진행 중인 시리아 내전에서 터키는 반군을, 러시아는 정부군을 후원했다. 양측은 서로 반대 진영을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내전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역할도 수행했다. 이를 토대로 양국은 이란과 함께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협의체를 마련해 시리아 내전 해결방안을 논의해왔다. 이런 노력의 결과 양국은 2018년 시리아 이들리브 일대에 긴장완화지대를 설치하는 내용의 합의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런 관계를 토대로 터키는 동맹국인 미국과의 갈등을 불사하며, 러시아의 방공미사일 S-400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는 등 러시아와 협력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정세 변화 속에서 양국 관계는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해 연말부터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이 마지막으로 장악하고 있는 이들리브 일대에 대한 군사 공세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시리아 정부군은 2018년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테러리스트 소탕 등을 명분으로 군사 공세를 이어갔다. 이 때문에 터키가 정부군과 반군 사이에 설치한 감시초소 중 일부는 아예 시리아 정부군에 둘러싸인 상황이다.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터키는 이런 상황변화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들리브가 무너지면 반군 측에 섰던 시리아 난민들이 대거 터키로 넘어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제사회는 이 경우 수백만 명의 난민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터키에는 360만명의 난민이 피신한 상태다.


터키는 최근 군사 공세에 맞서 시리아 이들리브에 탱크와 장갑차 등 200여대 전투차량으로 구성된 추가 병력을 투입했다. 터키는 사전에 시리아 정부군에 터키 병력의 위치를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포격을 당해 터키군 8명이 목숨을 잃었다. 시리아 정부군의 군사 공세와 관련해 러시아가 제대로 만류하지 않고 있다는 게 터키의 불만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최근 "(시리아 내전 상황과 관련해) 논의 과정도 없다"며 "아스타나 회담은 침묵에 빠져있다"며 평화 협의체가 무너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러시아는 일단 시리아 정부군을 자제시켜보겠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은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18년 아스타나 휴전 합의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