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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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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지난 ‘나 손학규야’… 최측근 등돌리고 당 껍데기 남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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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열 탈당, 퇴진 요구 측근들 해임… “孫, 당권 안 놓고 위상 착각… 100억 자산 당 사유화 무리수”
한국일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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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최측근인 이찬열(3선ㆍ경기 수원갑) 의원이 4일 탈당했다. 2009년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손 대표의 전폭적 지지에 힘입어 원내에 입성한 이 의원은 2016년 10월 손 대표와 함께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고, 2017년엔 그를 따라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손 대표가 바른미래당 대표를 지내는 동안에도 늘 그의 편에 섰다. 그랬던 이 의원은 “비정한 정치판이지만 저라도 의리와 낭만이 있는 정치를 하고자 했다”며 “그러나 이제 한계인 것 같다”고 했다.

이 의원의 전격 탈당으로 손 대표는 벼랑 끝에 섰다. 당의 창업주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손 대표와 당권 갈등을 빚다 당을 떠난 데 이어 측근들에게도 퇴진 압박을 받는 처지가 됐다. 손 대표는 자신의 퇴진을 설득해 온 또 다른 측근 주승용ㆍ김관영 최고위원과 임재훈 사무총장, 장진영 비서실장 등도 4일 무더기 해임했다. 대표직 사수를 위해 측근들을 스스로 쳐낸 것이다.

박주선ㆍ김동철 등 당내 호남 지역 의원들은 손 대표가 10일까지 사퇴하지 않으면 집단 탈당하기로 뜻을 모았다. 원내대표를 지낸 김관영 의원은 6일 호남계 의원 중 가장 먼저 탈당을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계가 탈당하고 나면, 당내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은 의원총회에서 자신들의 징계안을 올려 ‘셀프 제명’한 뒤 안철수신당으로 옮길 것으로 보인다. 의원들의 순차 탈당이 현실화하면 2018년 초 현역 의원 30명으로 출발한 바른미래당은 의원이 1명도 없는 원외 정당이 된다. 사실상 껍데기만 남는 것이다. 이찬열 의원 탈당으로 바른미래당은 이미 원내 교섭단체(소속 의원 20명 이상) 지위를 잃었다.

고립무원의 상황이 됐음에도 손 대표가 당권을 내려놓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는 5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지명직 최고위원,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를 자신과 가까운 원외 인사들로 전원 교체할 예정이다. 바른미래당의 한 의원은 “안 전 대표 탈당 이후 수많은 사람이 퇴진을 설득했지만 손 대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손 대표는 대표직을 내려놓는 순간 정계은퇴에 내몰리게 된다. 당 안팎에서는 ‘손 대표가 100억원에 가까운 당 자산을 사유화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니냐’는 뒷말도 오르내린다. 한 당권파 인사는 “손 대표는 지금도 사석에서 ‘나 손학규야’라는 말을 자주 한다”며 “스스로의 위상을 착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손 대표는 국민의당에서 갈라진 대안신당, 민주평화당 등 호남 기반 소수 정당들과의 통합으로 당을 살린 뒤 공동대표를 맡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당내 호남계 의원들이 손 대표를 떠나지 않아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안철수신당이 뜨면 당직자들도 대거 옮겨갈 것”이라며 “손 대표 혼자 남아 무슨 정치를 하겠다는 건지 답답하다”고 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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