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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은행권 DLS·DLF 사태

금감원은 DLF 사태에 책임 없나요, 은행 CEO만 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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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3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을 중징계(문책경고)하는 제재안을 최종 결재했다. 금융권 재취업이 3년간 제한되는 중징계로 사실상 금융권 경력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과 하나금융 모두 차기 회장 자리가 불확실해지는 상황에 직면했다. 하나금융은 시가총액 기준 국내 29위, 우리금융은 36위 대기업이다. 이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를 감독 기관장 전결로 처리한 것이다. 금감원이 DLF 사태에 대한 책임을 금융회사 CEO에게 모두 떠넘기면서 정작 자기반성은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법적 근거 뚜렷하지 않은데도 중징계

금감원이 손 회장과 함 부회장에게 '문책경고'라는 중징계를 내리기로 한 건 DLF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 은행 내부 통제 부실에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본점 차원의 영업 압박과 리스크 관리 부재로 이번 사태가 빚어졌다는 얘기다. 이는 우리·하나은행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DLF 사태 발발 이후 내부 통제 절차를 대폭 강화하고, 고객에 대해 적극 보상하겠다고 나선 이유다.

조선비즈

윤석헌 금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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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고경영진에게 법적으로 내부 통제 부실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금감원에서는 경영진은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봤다. 그 근거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이다. 이 법에는 '금융회사는 내부 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나와 있고, 시행령에는 '실효성 있는 내부 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해뒀다. 이 같은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영진에게 책임을 지우지 않을 수 없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경영진을 퇴출하는 결정을 하기에는 법적 근거가 취약하다는 의견이 많다. 법규에 내부 통제 기준을 갖추지 않으면 제재할 수 있다는 내용은 있지만, 그 기준을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고 제재할 근거는 없다. 내부 통제 기준은 갖춰뒀기 때문에 제재의 법적 근거가 취약하다는 게 은행 측 주장이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해 내부 통제 소홀로 다수 소비자 피해를 유발한 임원을 제재할 근거를 마련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뚜렷한 법적 근거 없이 경영진 중징계를 강행한 것이다.

이번처럼 명시적인 위법행위가 없는데도 '내부 통제 부실' 같은 추상적인 이유로 경영진을 중징계할 수 있다면, 당국이 민간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를 좌우하는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 제재권이 미운털 박힌 회사를 손봐주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전 금융위원회 고위 간부는 "금융권을 관리감독해야 할 금감원이 금융회사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책임은 쏙 빠졌다

실제 금융권에선 지난해 대형 금융 사고가 연이어 터졌는데도 정작 금감원이 책임을 지는 모습은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관리·감독이 부실했다는 책임이 있는데도 금융회사를 희생양 삼아 빠져나가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금감원은 DLF 사태를 미리 막을 기회가 여럿 있었다. 금감원은 지난 2018년 10월 파생상품 판매 실태 등에 대한 미스터리쇼핑(암행 감사)에 나서 하나·우리은행의 문제점을 짚어냈다. 두 은행 모두 투자자 보호 조치가 미흡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도 형식적으로 개선하라고 통보하는 데 그쳐 DLF 사태를 막을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일부 소비자 및 시민단체는 작년 초부터 문제 제기에 나섰다. 그러나 은행과 금감원 모두 민원을 취하하는 데 급급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금감원은 DLF가 사모(私募) 펀드라 별다른 신고나 보고 없이 운용되기 때문에 문제를 미리 감지하기 어려웠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금융사들이 매월 장외파생거래 현황을 금감원에 보고하기 때문에 DLF 과열 조짐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고 비판한다.

이 때문에 은행들뿐만 아니라 감독 당국 역시 감독 부실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은 오히려 '금융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면서 임원(부원장보) 자리를 늘리는 데 골몰하고 있다. 최근 진행 중인 실·국장 인사에서도 DLF 담당자들에게 책임을 묻기는커녕, 핵심 요직으로 발령내거나 승진 대상에 올리고 있다. 감독 부실에 대한 반성 움직임이 전혀 없는 것이다.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DLF 사태의 1차 책임은 금감원, 2차 책임은 은행에 있다"면서 "그런데 금감원은 자기반성 없이 오로지 은행에만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기훈 기자(m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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