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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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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코로나가 얼린 총선···"사람 못 만난다" 정치신인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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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3일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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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을 두 달여 앞둔 정치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돌발 변수가 됐다. 정부 차원 대응이 필요한 감염병 악재가 전국 단위 선거 직전에 닥친 게 근 20년래 처음 있는 일이어서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일 감염병 위기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올리라고 제안했다. 정부가 4단계 중 3번째인 ‘경계’로 격상(지난달 27일)한 지 6일 만이다. 이미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발생 초기였던 2015년 5월 ‘주의’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이다.



‘정권 심판론’ 불붙나…여당 촉각



재난은 여당에 악재다. 확진자 수가 연일 늘고, 발열이나 기침 등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사람이 타인에게 감염시키는 ‘무증상 전파’ 사례가 등장하면서 유권자의 불안감은 정부를 향하고 있다. 아직 백신이 없다는 것도 공포가 커진 원인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일 오전 전날 정부가 중국 후베이성 방문 외국인의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린 것에 대해 “적절한 조치”라면서 “이런 종류의 일은 좀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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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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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한 공포보다 근본적 문제는 소비심리 위축이다. 신종 코로나 첫 발병 이후 민주당에서는 수출·내수 부진으로 인해 민생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거시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면밀히 살피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며 “조만간 고위 당정 협의를 갖겠다”고 밝혔다. “마스크와 손 소독제 배부, 공중시설 방역 소독 등에 예비비, 재난관리비를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며 재정 역할도 주문했다.

당장은 총력 대응하겠다는 게 민주당 기조다. 부실 대응 논란이 일 경우 ‘심판론’으로 번질 개연성이 크다. 지난달 31일 한국갤럽은 민주당 지지율이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34%)까지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만 조기 진압과 종식 선언이 빠르게 이어질 경우 이전보다 반등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잘 대응해 위기를 넘기면 선거에는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재와 역풍 사이…눈치 보는 야당



컨트롤타워를 맡은 정부·여당의 위기 대응 능력이 시험대에 선 반면, 이를 견제·감시하는 야당은 상대적으로 대여(對與) 공세에 유리한 입장이 됐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우한 폐렴으로 나라 전체가 온통 정신이 없는데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한눈을 팔고 있다”며 “일국의 대통령이 국민 생명과 안전보다 권력 유지와 안위를 더 챙긴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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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20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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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적인 신종 코로나 대응과 관련해서는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 후베이성 방문 외국인 입국 금지에 대해 “너무 부족하고 뒤늦은 대책 발표다. 세계 각국이 중국발 입국을 금지하고 있는데 최인접국인 우리만 너무 안이한 게 아닌가”(황 대표)라고 지적하면서다. 감염 불안에 떠는 민심을 공략한 발언이다. 새로운보수당 이종철 대변인도 같은날 “2차 감염자를 넘어 3차 감염까지 갔다.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세 번이나 구멍이 났다”는 논평을 냈다.

다만 정쟁 격화가 오히려 역풍이 될 수 있다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표를 얻겠다고 지나치게 싸우면 득보다 실이 크다”(한국당 초선 의원)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확산세를 잠재울 경우, 박근혜 정부 시절 38명의 사망자를 냈던 메르스 사태 때와 비교해 ‘야당 심판론’을 부추기려는 움직임도 여권 일각에서 감지된다. 이날 여야 교섭단체 3당(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검역법 개정안 등을 처리할 2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에 대해 협의했다. 황 대표가 “초당적 협력”을 주장한 지 하루만이다.



신인들 울상…총선판 ‘찬물’ 끼칠까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운동 침체를 겪고 있다. 선거사무소 개소식 연기가 줄 잇는 가운데, 특히 하루라도 빨리 얼굴을 알려야 하는 정치 신인에게는 신종 코로나가 큰 악재다. 유권자들이 바깥 외출을 삼가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기를 꺼려서다. 서울 지역의 한 민주당 예비후보는 “악수를 하고 눈도 맞추는 스킨십을 통해 그나마 내 인지도를 조금이나마 높일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럴 기회마저 원천봉쇄당한 거 아닌가”라며 “선거 때까지 이렇게 그냥 흘러가는 건 아닌지 밤에 잠이 안 온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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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강희용 서울동작을 지역위원장이 3일 오전 지역 주민과 악수를 한 뒤 점퍼에 달고 다니던 손세정제를 짜주고 있다. 강 위원장은 "무의식적으로 악수를 한 뒤 상대가 원하면 손세정제를 권하는데, 대부분 좋아한다"고 말했다. [사진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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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의 관심이 온통 신종 코로나에 집중되다 보니 좀처럼 선거 분위기가 뜨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당초 지난달 31일로 예정했던 선대위 출범을 잠정 연기했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코로나 위기상황에서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선거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며 여야 3당에 “선거운동을 공동으로 자제하는 협의를 해주시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2015년 발생한 메르스는 12월 23일 정부가 공식적으로 종식을 선언했다. 20대 총선(2016년 4월) 선거 운동에 큰 제약이 없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발생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는 국내 감염자 수가 3명(사망자 0명)에 그쳐 정치적 영향이 미미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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