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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총선 이모저모

총선 시계는 다가오는데…신종 코로나 여파에 고심하는 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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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전날(2일) 후베이성에 체류 또는 방문 외국인에 대한 입국금지와 제주 무사증 입국 잠정중단 조치를 발표한 것과 관련,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고 밝혔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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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문재인 대통령의 정국 구상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당초 여권은 올 초 경제 회복을 발판 삼아 4월 총선까지 승리한다는 복안이었지만, 당장 신종 코로나 대응에도 힘이 부치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신종 코로나 관련) 상황은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경제 행보에 제동



문 대통령은 지난달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년합동 인사회에서 “새해는 경제 혁신에 더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다음날엔 친환경차 수출 항구인 평택ㆍ당진항을 찾아 수출 회복 의지를 다졌고, 지난달 9일엔 경북 포항 규제자유특구를 찾아 규제 혁신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 일정 때마다 나온 ‘확실한 변화’라는 언급은 곧 경제·민생 회복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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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평택항 자동차 운반선에 올라 수출 자동차 선적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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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설 연휴 기간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4명으로 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문 대통령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달 27일 청와대 참모들과 오찬에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예의주시해 점검을 철저히 하라”고 당부했다. 경제 성장을 다짐하던 상황에서 경제 위기를 걱정하는 상황으로 바뀐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때문에 문 대통령의 경제 행보가 멈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감염병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작지 않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03년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유행 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1%포인트, 2015년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 때는 0.3%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사스 때 4%에 불과했던 중국 경제의 국제적 비중은 현재 17%까지 높아졌다. 한국의 중국 수출 의존도는 25%에 달한다. 중국 내수 경제 위축은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1분기 경제 성장률이 0.4%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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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장 초반 '신종 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1%대 급락한 채 출발했다가 장중 낙폭을 만회하고 보합세로 마감한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전일대비 0.13포인트(0.01%) 내린 2118.88을 나타내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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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에게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제보다는 국민 안전을 우선에 두는 자세로 임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국정 운영의 초점을 경제에서 안전으로 옮겨야 한다고 공식화한 것이다.



‘한한령’보다 ‘혐중’ 걱정



신종 코로나 유행 전까지만 하더라도 여행·화장품·면세업 등의 업계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THAAD·사드) 배치로 촉발된 한한령(限韓令)이 상반기 해제될 것이란 기대가 컸다. 청와대가 지난해 12월 한·중 정상회담 뒤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내년 상반기 방한이 확정적”이라고 밝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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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이 확산하는 가운데 지난달 30일 오후 제주시 삼도동 한 식당 출입문에 중국인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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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신종 코로나로 정부는 한한령 해제가 아닌 혐중(嫌中) 정서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변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 글이 올라와 3일 현재 67만여명이 동의했다. 정부가 2일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한 외국인 입국을 금지하기로 결정했지만, “왜 중국 전체로 확대하지 않느냐”는 반발이 작지 않다.

문 대통령의 3일 수보회의 발언엔 여론과 대중(對中) 관계 사이에서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문 대통령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출입국 관리를 보다 강화하고 엄격하게 통제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중국의 어려움이 바로 우리의 어려움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총선 70여일…위기대처 능력은?



문재인 정부가 신종 코로나와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는 사이 임기 후반기를 좌우할 4ㆍ15 총선은 7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야당 심판론’이 우세할 것이란 전망과 달리, 신종 코로나 이후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을 향한 민심은 식어가는 중이다. 각종 여론조사 수치는 우하향(↘) 세를 가리킨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가 조만간 잡힐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말한다. 4월 총선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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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국내 확진자가 15명으로 늘어나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는 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중국행 여객기 체크인 카운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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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은 문 대통령 취임 1000일이었다. 문 대통령은 SNS에 “‘쑥과 마늘’의 1000일이었을까요? 돌아보면 그저 일, 일, 일…또 일이었습니다”라고 썼다. 이어 “지금은 신종 코로나라는 제일 큰일이 앞에 놓여있습니다. 하지만 끊임없는 일들을 늘 함께 감당해주는 국민이 계셨습니다”라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현 집권세력을 향한 심판 여론은 경제 상황 이외 위기 대처 능력도 포함된다"며 “신종 코로나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이번 총선을 좌우할 최대 변수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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