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2 (금)

이슈 산업생산과 소비동향

산업계 덮친 우한폐렴…삼성전자·현대차 생산 차질 현실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삼성전자, '그랑데 AI' 건조기 신제품 물량 확보 비상

현대·기아차, 중국산 부품 공급 차질에 셧다운 임박

[이데일리 피용익 김영수 이소현 김종호 기자] 한국 산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는 중국 현지 생산라인이 멈춰섬에 따라 건조기 신제품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산 부품 공급이 중단돼 국내 공장 ‘셧다운’이 임박했다. SK이노베이션이 중국 옌청에 건립 중인 배터리 공장 건설 일정은 준공 시점이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삼성전자, AI 건조기 물량 확보 비상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중국 장쑤성 쑤저우 공장 가동 지연에 따라 지난달 말 출시한 ‘그랑데 인공지능(AI)’ 건조기 신제품 물량 부족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앞서 장쑤성 정부는 다국적 기업의 근로자 연휴 기간을 오는 9일까지 연장했다. 공장 가동 중단 이전 확보한 초도 물량을 제외하면 추가로 들여올 물량이 없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건조기 신제품 출시 전 국내에 들여온 초도 물량은 약 1만대로 알려졌다. 일부 인기 모델은 판매 재고가 2~3주 수준에 불과하다. 이미 수도권 등 일부 삼성디지털프라자에서는 건조기 신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재고 확보를 이유로 구매 후 배송까지 1주일 이상 소요될 수 있다고 안내 중이다. 삼성디지털프라자의 한 관계자는 “현재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전산상 일부 모델의 재고가 크게 남지 않은 수준이어서 배송 지연을 안내하고 있다”며 “2월 중순이 지나서도 재고 확보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삼성전자 중국 공장 가동이 추가로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의 노력에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장쑤성 등 지방 정부가 다국적 기업의 공장 중단 연장을 추가로 요구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사태에 따른 건조기 신제품 물량 확보를 두고 관련 부서에서 대응 중인 것은 맞지만, 현재 제품 공급에는 차질이 없는 상황”이라며 “연장된 중국 춘제 휴무 기간을 고려해도 당장 판매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장 가동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에는 생산라인 전환 등도 가능한 만큼 적절히 대응해 차질 없이 판매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지난달 29일 삼성전자가 국내에 출시한 ‘그랑데 인공지능(AI)’ 세탁기와 건조기 신제품. 중국에서 생산해 들여오는 건조기 신제품의 경우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으로 인해 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되면서 제품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부품 공급 차질로 공장 셧다운 임박

자동차업계는 중국에서 들여온 부품 공급 지연이 장기화할 경우 ‘도미노’ 피해를 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3만여 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완성차는 1개 부품만 차질을 빚어도 조립 공정을 유지하기 어렵다. 당장 전선 부품인 ‘와이어링 하니스’ 수급 문제가 대두됐다. 현대·기아차는 와이어링 하니스를 유라코퍼레이션, 경신, 티에이치엔(THN) 등 1차 협력업체로부터 납품을 받고 있는데, 이 협력사들의 중국 공장에서 생산 차질이 빚어져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차(005380) 울산·아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승용차의 와이어링 하니스 재고는 오는 6일 대부분 소진될 예정이다.

와이어링 하니스는 차량 모델·트림(등급)에 따라 배선 구조가 모두 제각각이어서 호환할 수 없고, 종류가 많아 관리가 어려워 현재 공급되는 물량을 전량 대체하기는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위기에 현대차는 지난 주말 예정했던 울산공장의 팰리세이드 라인 특근을 취소했다. 기아차도 화성공장과 광주공장에서 차량 생산 감축을 실시하는 등 생산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회사 측은 1주일가량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하언태 현대차 사장은 이날 공장 게시판에 “중국산 부품 공급 차질로 인해 휴업까지 불가피한 비상상황”이라며 “휴업시기와 방식은 공장별·라인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공지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생산차질을 최소화하도록 부품 대체 조달 등 다각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차체를 조립하고 있다.(사진=현대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화학업계도 타격

창저우에 배터리 조립공장을 둔 SK이노베이션(096770)은 오는 9일까지 생산라인을 정지한다. SK이노베이션이 중국 옌청에 건립중인 배터리 공장도 준공 시점이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LS전선 역시 중국 이창과 우시의 케이블 공장 가동 중단을 각각 오는 9일까지로 조정했으며 확보해둔 재고를 통해 납품 일정을 맞추기로 했다.

배터리 등 전지·소재부문과 석유화학 부문 등 중국에 공장 10개를 둔 LG화학(051910)의 경우에도 난징 배터리 공장의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다만 석유화학 공장은 공정 특성상 멈출 수 없는 상황이므로 가동률을 낮춰 가동하고 있다. LG화학은 이날 개최한 ‘2019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를 통해서도 “석유화학사업은 업종 특성상 바이러스 현황 보면서 가동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며 “서플라이 체인 붕괴에 대비하고 있고 물류가 어려운 중국 상황인 만큼 다소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