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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영국은 결국 떠났다... "유럽연합, 미국이 텍사스주 잃은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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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9일 유럽의회가 브렉시트 안건을 표결하기 직전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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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영국을 잃는 것은 규모와 거리, 영속성 차원에서 미국이 텍사스주(州)를 잃는 정도의 큰 손실이다.”

유럽의회가 29일(현지시간) 찬성 621표, 반대 49표, 기권 13표로 영국의 EU 탈퇴(Brexitㆍ브렉시트)를 최종 승인한 데 대한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평가다. 영국은 이날 유럽의회의 비준으로 31일 오후 11시 브렉시트를 공식화하게 됐다. 2016년 6월 국민투표에서 EU 탈퇴가 결정된지 3년 7개월만이자, 1973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지 47년만이다. 앞서 영국 의회는 23일 EU와 지난해 10월 합의한 탈퇴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영국 내부적으로 필요한 EU 탈퇴협정법안(WAB)을 최종 통과시켰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이를 재가했다.

영국과 EU가 무역협정과 안보ㆍ외교정책 등을 망라한 미래관계 협상을 맺는 ‘전환기’인 올해 말까지는 크게 달라지는 게 없지만, 브렉시트는 유럽으로서는 돌이킬 수 없는 큰 변화다. 특히 11개월의 전환기는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데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전환기 연장 불가 입장이어서 협정을 끝맺지 못하고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 우려가 크다.

이에 따라 브렉시트로 영국이나 EU 모두 큰 손실을 입을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다. 미국에서 경제 규모로 두 번째인 텍사스주처럼 영국은 독일의 뒤를 잇는 EU 두 번째 경제강국이다. EU 분담금 비중도 12%에 이른다. EU로서는 경제규모 축소뿐 아니라 영국의 구멍을 메울 세수 확보에 나서야 한다.

재정 문제와 함께 독일과 프랑스 간 신경전도 고조될 수 있다. 미 경제전문 매체 포브스는 “경제적으로는 독일이 앞서지만 군사적으로는 핵 보유국인 프랑스가 유럽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에 양국이 서로 다른 우선순위로 맞부딪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EU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았던 영국 역시 큰 손실이 예상된다. 영국은 자유로운 교역을 바탕으로 수출의 45%, 수입의 53%를 EU에 의존해 왔다. 정치적으로는 브렉시트를 계기로 스코틀랜드의 분리 독립 움직임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또 북아일랜드에서는 분리주의 무장조직과 반대 세력 사이의 충돌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영국은 EU 외에 다른 국가들과도 새로운 무역협상을 해야 하는 처지다. 이에 따라 브렉시트를 계기로 존슨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허니문’이 끝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존슨 총리와 나이절 패라지 브렉시트당 대표 등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EU 탈퇴의 명분으로 영국의 대서양 동맹 강화를 강조했다”며 “브렉시트를 원했던 이들이 맞게 될 가장 큰 도전은 미국과의 관계 재정립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선 최근 영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비켜간 점이 주목받고 있다. 영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대로 움직이진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아만다 슬로트 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존슨 총리의 큰 양보 없이 무역 거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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