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물자·서비스·자본·사람'의 자유로운 이동
영국 "단순히 EU의 규칙을 수용하지 않겠다"
전환기 종료 전까지 구체적 협상 타결해야
[맨체스터=AP/뉴시스]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해 11월 총선 유세 중 영국 맨체스터에서 총선 유세 중 지미 에건 복싱 아카데미를 방문해 권투 글러브를 낀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의 글러브에는 '브렉시트를 해내자(Get Brexit Done)'이라는 글자가 적혀있다. 2020.1.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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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영국이 오는 31일 오후 11시(현지시간)유럽연합(EU)에서 공식 탈퇴한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영국과 EU의 브렉시트 합의안은 'EU 탈퇴협정'과 '미래관계(future relationship) 정치선언' 등 두 부분으로 나뉜다. EU 탈퇴협정에는 양측이 준수해야 한 법적 조항이, 미래관계 정치선언에는 협상의 기본틀이 담겼다.
오는 12월31일, 이른바 전환기가 끝날 때까지 영국과 EU는 무역협정은 물론 안보, 외교, 이동 등 그야말로 미래관계에 대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다만 이는 '미래관계 정치선언'을 기반으로 한다.
또한 브렉시트 최종 합의안은 '물자·서비스·자본·사람'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2020년 말까지 이 네 가지가 양측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대체 합의를 마쳐야 한다는 뜻이다.
◇바르니에 "우리는 팀EU"…EU 27개 회원국, 영국 압박
미셸 바르니에가 이끄는 EU 브렉시트 협상팀은 1월 한 달 동안 총 50시간에 이르는 EU 외교관 회의를 진행했다. 참석한 인원도 200명에 달한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내놓을 안건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간단히 말해 국가보조금·사회 및 고용 관련 기준·기후변화·조세 문제 등에서 양측은 공동의 높은 기준, 즉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는 약속이다.
EU는 회원국 간의 단일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동일한 EU 규제를 적용해왔다. 화학 물질 사용 기준, 기업의 노동 규칙 등 EU는 지난 반백 년의 역사 동안 수천개의 규제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지켜왔다.
EU를 탈퇴한 영국이 이같은 규제를 따르지 않고 EU 단일시장에서 자유롭게 상품을 사고 판다면 이는 결국 영국 기업의 부당한 이익으로 돌아간다는 게 EU의 주장이다.
그는 지난 27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와 공동기자 회견을 열고 "팀27(EU 27개국)은 다음 협상에서 영국에 냉혹한 시련을 안겨주겠다"며 EU의 연대를 강조하기도 했다.
[더블린=AP/뉴시스] 리오 버라드커(왼쪽) 아일랜드 총리와 미셸 바르니에 유럽연합(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가 27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바르니에 대표는 이날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를 연이어 방문해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마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0.1.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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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드커 총리도 BBC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연합은 27개 회원국의 연합체인데 반해 영국은 1개국에 불과하다. 우리에게는 4억5000만명의 시민이 함께 하는 시장이 있다. 영국 시민은 6000만명 뿐이다"며 "두 팀이 축구를 한다고 생각해보라. 누가 더 강한 팀이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재무장관은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은 단순히 EU 규칙을 수용하는 국가로 남지 않겠다"며 EU와의 규제 일치는 없다고 반박했다.
영국과 EU의 협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무역협상을 포함한 경제 분야다. 여기에는 상품 교역과 에너지 교류, 수역 접근 수준, 운송 등의 문제가 포함된다.
두 번째는 사법정치 영역이다. 유럽인권재판소(ECHR) 관할 회원국 포함 여부다. 그동안 영국은 EU와 보안협력을 통해 범죄인을 인도하고 국가 안보 자료를 공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 보도에서 "현재 EU는 영국에 'EU와 동일한 규제를 따르라'고 요구할 것인지, '영국의 규제 수준을 EU에 맞추라'고 할 것인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을 인용해 "이는 협상의 규모에 달려있다"고 했다.
◇EU "전환기 너무 짧다" vs 영국 "전환기 연장 없다"
EU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브렉시트 전환기가 영국과 EU의 '미래관계' 협상을 마무리하기에 너무 짧다는 발언이 꾸준하게 나오고 있다.
브렉시트 전환기가 끝나기 전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0월, 혹은 11월께 최종 협상안이 영국과 유럽의회에 제출되어야 한다.
다비드 사솔리 유럽의회 의장은 "(영국과 EU는) 45년 이상을 함께 했다. 미래관계 합의 과정에서 이를 명심해야 한다"면서 "이를 몇 달 안에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고 27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바르니에 EU 수석대표는 이미 지난해 12월 유럽의회 비공개 회담에서 "11개월 내 영국이 EU를 비롯해 세계 각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고 언급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환기를 2020년 이후로 연장하지 않으면 새로운 협상안을 모두 논의할 수가 없다"며 전환기 연장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런던=AP/뉴시스]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 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정경대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날 "전환기를 2020년 이후로 연장하지 않으면 새로운 협상안을 모두 논의할 수가 없다"며 전환기 연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20.1.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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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영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존슨 총리는 EU 탈퇴협정법에 '전환기간의 연장은 없다'는 내용을 넣어 영국 의회를 통과시킨 상태다.
올해 말까지 협상 타결에 실패한다면 영국과 EU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적용해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관세, 교통, 이동 등의 장벽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하고 EU를 탈퇴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나 마찬가지인 상태가 될 수도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2월 첫째 주까지 미래관계 협상안의 세부조정을 마친 뒤, 3월부터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바르니에 대표는 "협상의 시행 방안에 '합의 전면 중단' '합의 종료' 등의 가능성이 포함돼 있다며 "벼랑 끝의 상황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sou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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