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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이슈 로봇이 온다

[통신] 갈 고렌 CEO "졸졸 따라다니는 `나만의 로봇`…지금 당장이라도 가질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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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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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1인 1로봇'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이스라엘 로봇 업체인 로보테미를 이끌고 있는 갈 고렌(Gal Goren)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이메일 인터뷰에서 "5G(5세대)와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발달에 힘입어 인간과 상호작용하며 삶의 질을 높여주는 개인용 로봇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본사를 둔 로보테미는 약 10인치 크기의 태블릿 화면과 이동식 바퀴가 달린 개인용 로봇 '테미'를 개발해 상용화했다. 테미는 16개의 센서와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돼 객체 인식과 이동경로 파악, 지도 생성 등을 통해 장애물을 피하면서 이용자를 따라다닌다. AI비서도 탑재돼 있어 정보검색, 영상통화, 가전제품 제어 등이 가능하다.

로보테미는 지난해 하반기 SK텔레콤, 국내 로봇 업체 휴림로봇과 손잡고 한국에 진출했다. 테미는 AI비서로 SK텔레콤의 AI음성비서인 '누구(NUGU)'를 탑재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구글과 아마존처럼 자사의 AI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누구를 자유롭게 탑재할 수 있도록 개발도구(SDK)를 공개했는데 테미가 첫 해외 사례다.

고렌 CEO는 "테미처럼 똘똘하고 '착한 가격'의 로봇이 산업현장뿐 아니라 가정에도 도입되는 추세"라며 "올해가 개인용 로봇 대중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AI비서로 '누구'를 선택한 이유는.

▷테미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데 가장 큰 이슈는 현지화였다. 한국 소비자들이 테미와 최대한 자연스럽게 소통하며 직관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음성비서를 탑재하는 게 관건이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한국에서 대중화된 스마트 비서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테미가 SK텔레콤의 '누구'와 결합하면서 한국에서 더 많은 고객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커졌다고 확신한다.

―테미는 여러 나라에 진출했다. 반응이 가장 좋은 국가는.

▷테미는 미국, 중국, 싱가포르, 태국, 일본, 호주, 홍콩, 대만, 한국 등에 진출했다. 현재 미국 소비자들이 테미를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다. 올해는 신기술에 관심이 높은 아시아가 테미의 이용자 수에서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테미는 다양한 연령대가 이용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테미는 카메라와 각종 센서를 통해 고령자의 건강상태를 체크해주고 문제가 생길 땐 가족이나 병원에 즉시 연락해준다.

또 출장이 잦은 직장인들은 테미를 통해 가족과 영상통화를 할 수 있고 사무실에서 영상회의도 가능하다. 테미의 태블릿 화면을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이나 성인을 위한 요가, 명상 등 홈트레이닝 콘텐츠도 제공하고 있다. 가정뿐 아니라 매장에서 고객에게 상품을 추천하거나 점포 길안내도 가능하다. 테미의 활용도를 감안하면 아시아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개인 로봇은 여전히 낯설고 비싸다는 인식이 많다.

▷이용자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성능이 뛰어나면서 '착한 가격'의 로봇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테미는 현재 상업화에 성공한 개인용 로봇 중 가성비가 가장 좋다고 자부한다. 유사한 기능을 갖춘 안내 로봇 대다수는 최저가격이 5000~1만달러를 넘어가는데 테미는 중간유통 과정을 거쳐도 5000달러 미만이다. 개인용 로봇의 가격은 기술 발달과 더불어 갈수록 떨어질 것이다. 테미는 제조 원가를 낮추기 위해 중국 선전에서 생산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가격보다 개인용 로봇이 일반인의 일상에 얼마나 파고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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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테미가 개발한 태블릿 화면과 이동식 바퀴가 달린 개인용 로봇 `테미`. [사진 제공 = 휴림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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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미는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일반 가정에서 이용하는 로봇의 모습에 대해 고민한 결과, 팔다리가 없는 테미가 나왔다. '사람 같은 로봇'보다 '아름다운 예술작품 같은 로봇'에 사람들이 더 끌릴 것이라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현재 기술 수준에선 로봇의 겉모습은 사람에 가깝게 만들 수 있지만 성능이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에 역효과가 날 것이다. 예를 들어 소비자는 머리, 눈, 팔, 다리 등을 갖춘 로봇에 대해 사람처럼 행동하기를 바랄 것이다. 그 기대치에 못 미치면 로봇에 실망하게 된다. 테미는 지금 이용 가능한 기술을 모두 결집해 고객의 기대에 최적화한 디자인을 갖췄다.

―개인용 로봇 시대는 언제 올까.

▷2020년이 개인용 로봇의 해가 될 것이다. 개인용 로봇 관련 신기술이 빠르게 개발되고 있고 다양한 스마트홈 기기들이 등장하고 있다. 올해엔 유통, 호텔, 공항, 병원 등 산업 현장에서 이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일반 가정에까지 확대될 것이다.

―개인용 로봇의 대중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아직까지 소비자들은 AI비서가 탑재된 스마트홈 기기나 모바일과 대화할 때 자연스럽거나 편하다고 느끼지 못한다. 그 이유는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로봇 경험이 완벽하지 않아서다. 여전히 '낯선 기계와 대화하고 있구나'라고 여기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개인용 로봇이 다양한 주제로 대화하고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는 등 상황에 맞는 동작이 가능해지면 스마트폰처럼 일상생활의 필수품이 될 것이다. 겉모습은 물론 성능도 사람과 가까운 '휴먼 로봇'이 등장하려면 앞으로 20년은 더 걸리지 않을까.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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