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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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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관심 없다"는 안철수···'통합' 외엔 딱히 길도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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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정치에서 벗어나 실용적 중도정치 실현하는 정당 만들겠습니다. 저는 (총선에) 출마하지 않습니다. 간절하게 대한민국이 변해야 한다는 말씀드리러 왔고, 다음 국회에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 가능한 한 많이 진입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지난 19일 1년 4개월여 만에 귀국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공항에서 밝힌 총선 청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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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 후 정치일선에서 물러나 같은 해 9월에 출국하였던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의원이 19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1년 4개월여 만에 귀국하며 입국장에서 큰절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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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잠룡들이 모두 총선 승리를 향해 달리는 건 같지만, 안 전 대표가 처한 상황은 다른 이들과 확연히 다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이 통합을 향해 속도를 내는 것과 달리 안 전 대표는 어떤 당에서, 어떤 사람들과 손잡고 총선을 치를지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는 보수 통합 논의에 대해 수차례 “관심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게다가 아직은 자신이 만든 바른미래당 당적을 갖고 있지만, 당으로 복귀할지 아예 새로운 당을 만들지조차 미지수다. 이에 대해선 “여러 사람을 만나 뵙고 상의드리겠다”고만 밝혔다.

선거에서 기댈 수 있는, 핵심 지지 기반도 사라진 상태다. 복귀 전까지는 본인이 직접 지난 총선에서 당선됐던 서울 노원병이나 고향인 부산에 출마하며 전체 선거의 거점 역할을 할 지역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공항 일성을 통해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번 총선에선 호남을 중심으로 ‘국민의당 돌풍’을 일으키며 제3당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바른정당과의 합당 과정에서 호남 민심이 돌아섰다. 이 때문에 복귀 다음 날인 20일 곧장 광주로 향해 “늦었지만 사과드리고 싶다”라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높고 대안신당과 민주평화당 등 호남을 기반으로 선거를 치르려는 경쟁자도 많아 마음을 돌리는 게 쉽지는 않다.

함께 선거를 치를 '동지'도 불확실하다. 황 대표에겐 제1야당이, 유 의원에겐 자신과 함께 바른미래당을 뛰쳐나온 7명의 지역구 의원이 있다. 그러나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7명 중 6명이 비례대표다. 안 전 대표가 신당을 만들어 이들이 모두 바른미래당을 탈당하면, 6명이 의원직을 잃게 되고 투표용지에서도 아래쪽으로 밀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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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출범대회가 지난 2018년 2월 13일 오후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렸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박주선 공동대표, 김동철 원내대표(왼쪽부터)가 인사하고 있다. 두 공동대표는 이날 ’2월 국회에서 처리해야 하는 법안들을 반드시 처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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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안 전 대표가 우선 꺼내 든 카드는 ‘실용 중도’와 ‘반문(反文)’이다. 그는 서울 국립현충원과 광주 국립 5ㆍ18 민주묘지 참배 이후 21일 첫 일정으로 김경율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을 만나 ‘공정’ 키워드를 두고 면담했고, 22일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을 찾아 부동산 정책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김 전 위원장은 조국 사태와 관련해 정권에 날을 세운 바 있고, 경실련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해왔다. 모두 실용과 반문 전략에 부합하는 일정이었다.

실제 안 전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을 만난 이유에 대해 “해외 있을 때 조국 사태가 일어나면서 평소보다 10배 정도 연락을 더 받았다. 그 과정에서 김 전 위원장의 용기 있는 행동을 알게 돼 귀국하면 가장 먼저 뵙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경실련에서는 정부에 대해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무능한 정부다. 특히 경제 문제에 있어 아마추어다”라며 직접 정부를 겨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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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의원이 20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열사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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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와 24일 오전에 각각 안산 청년창업사관학교와 대전 카이스트 AI(인공지능) 대학원을 찾은 것 역시 전략적 선택이다. 특히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안 전 대표가 2012년 9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뒤 처음 찾아간 곳이다. 안 전 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당시 ‘안철수 바람’의 기저에는 성공한 창업자로서 가지고 있는 풍부한 실무 경험과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었고, 청년들의 멘토라는 이미지도 있었다. 또 기존 정치인들처럼 특정 이념의 색이 강하지 않다는 것도 한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안 전 대표가 강조하는 실용·중도가 8년 전 안 전 대표가 가졌던 강점과 일치하는 것이다.

정치권의 향후 관심은 안 전 대표가 총선 때까지 이런 독자 노선을 고집할 수 있을지다. 안 전 대표 입장에선 바른미래당을 접수한 후 실용·중도 컨셉으로 '리모델링'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손학규 대표가 버티고 있어 쉽지 않을 수 있다.

반면 총선이 다가오면 결국 '반문연대'라는 틀 속에 합류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윤석열 수사팀 교체 등 최근 현 정부 폭주가 심화하고 있는데 제3의 길을 선택하는 게 외려 문재인 정부를 이롭게 하는 것이란 지적이 커질 수 있어서다. 안 전 대표는 23일 검찰 인사와 관련 별도의 입장문을 내고 "폭거다. 검찰의 목을 비틀어도 진실은 드러난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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