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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채식주의자, '고기밥상'보다 더 고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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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조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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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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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이요? 사랑하는 가족들이 고기를 먹는 모습을 보는 게 힘들긴 해요."

채식주의자 이유나씨(21)는 설 명절이 힘들다. 고기가 들어간 음식이 한가득 올라오는 명절 밥상이 이씨에게는 고역이다. 누군가 '채식을 왜 하냐'고 묻는다면 더 스트레스다. 채식주의자를 배려하고 신념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세계적으로 채식주의 바람이 불면서 한국에도 채식주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7월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100만~150만명으로 추산된다. 2008년 15만명보다 10배 늘어난 숫자다. 채식 시장도 갈수록 성장세고, 편의점 채식 도시락이 나오는 등 제품군도 다양해졌다.

그러나 이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편견은 만만찮다. 이씨는 "명절뿐 아니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을 때는 대개 편견을 경험한다"며 "'왜 하냐' '식물들은 안 불쌍하냐' '단백질은 어떻게 하냐' 이런 질문을 엄청 많이 받는다"고 아쉬워했다.

특히 많은 사람이 모이고 육식 위주 식단이 올라오는 명절은 더 힘들다. 가족의 진심 어린 걱정도 때로는 부담스럽다. 20년차 채식주의자 김윤재씨(52)는 "결혼 초기엔 다른 가족들이 '왜 고기를 안 먹냐' '건강 잘 챙겨라' 등 걱정을 많이 했다"며 "그분들의 삶과 생각을 존중하지만, 동조(채식 포기)는 안 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형제들과 남편, 아들은 지금 모두 채식주의자거나 채식을 지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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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제7회 비건 페스티벌에서 방문객들이 다채로운 비건 마켓을 둘러보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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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들은 자신들이 채식을 하는 이유와 신념을 존중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윤나리 동물해방물결 공동대표는 "아직 한국 사회는 채식을 하나의 '취향'으로 여기는 부분이 많다"며 "채식을 하는 이유는 동물권·환경 등 다양하다. 채식을 단지 식습관 취향이 아니라 신념으로 인식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제가 채식하는 이유는 동물권 때문인데, 사람들은 그 이유에 대한 생각보다는 별로 먹을게 없어 보이는 눈 앞의 '불쌍한 채식인'에 초점을 맞춰서 아쉽다"며 "우리는 존중을 받으려고 채식을 하는 게 아니다. 채식인에 대한 존중도 좋지만, 우리가 채식을 하는 이유인 '동물권'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채식주의자들은 희망을 갖고 있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채식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서다. 김씨는 "아직은 차별이 있는 것 같지만 점점 나아질 것 같다. 특히 젊은 SNS 세대의 관심이 남다르다"며 "지금은 채식 하기 좋다. 채식 식당도 많아지고 인터넷에서도 판매한다. 드러내긴 어렵지만 희망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씨는 '꿀팁'도 전수했다. 맛있는 채식 음식을 만들어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채식이 건강하다는 것을 인식시키자는 것. 김씨는 "맛있고 쉽게 접근하면 언젠가는 채식이 좋다는 걸 알게 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조해람 기자 doit9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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