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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쥐들의 설]①"세뱃돈으로 명품 플렉스(FLEX) 해버렸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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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명절 재구성…입시학원, 명절 특강은 여전

세뱃돈으로 모처럼 큰돈에 10대들 “플렉스 할까”

게임기·프라모델 두고 사촌과의 눈치 싸움 벌여

민족의 대명절인 설날이 다가왔지만 설을 맞는 마음은 남녀노소 누구나 편치만은 않다. 세대별로 처한 상황은 각각 다르지만 청년들은 어른의 ‘잔소리’에, 중장년들은 자식들과의 불통에 고심한다. 경자년 각각 12·24·36·48·60세를 맞은 쥐띠들의 목소리를 통해 설날을 맞는 세대별 천태만상을 구성해 봤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초등학생 최동현(12·가명)군에게 이번 설 명절 연휴는 마냥 쉬는 날이 아니다. 원래 다니던 학원은 문을 열지 않지만, 최군의 부모님은 연휴 동안 최군이 다닐 영어 학원 명절 특별반을 미리 신청해놓았다.

최군이 올해 초등학교 6학년에 올라가니 이제는 중학교 진학을 내다봐야 한다는 이유였다. 최군은 설날 당일 하루를 빼곤 꼼짝없이 학원에 가야 하는 신세가 됐다.

이데일리

(일러스트=이미지투데이)




최군은 왜 연휴까지 학원을 가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엄마의 엄포에 군소리 한마디 할 수 없었다. 최군의 어머니는 “사람이 엄청 몰려 1시간 만에 조기 마감한 강의를 겨우 신청했다”면서 “설 연휴에 학원이 아니라 몰래 다른 곳으로 도망치면 주말에 2시간씩 있던 게임 시간을 없애버리겠다”고 최군에게 미리 선언해놓았다.

사실 최군이 연휴에 학원을 가는 걸 싫어하는 이유는 단순히 공부하기 싫어서가 아니다. 학원 수업이 특강 형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환경도 낯선 데다가 못 보던 친구들이 대부분이고, 수업 시간도 평소보다 길어 집중도 잘 안 되기 때문이다. 최군은 ‘차라리 연휴가 아니었다면 이런 특강을 듣지 않아서 좋았을까’ 하는 상상까지 했다. 아무래도 연휴엔 학원에 가지 않던 작년이 좋았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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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미지투데이)




그렇다고 해도 최군이 다가오는 설 연휴를 마냥 싫어하는 건 아니다. 명절은 오랜만에 보는 친척들로부터 용돈을 받을 기회의 장이기 때문이다. 설날은 ‘세뱃돈’을 통해 용돈을 자연스럽게 받을 수 있어 더욱 절호의 기회다.

올해 최군은 부모님께 빼앗기지 않고 세뱃돈을 어떻게든 몰래 빼돌려볼 생각이다. 스무살 차이가 나는 큰 사촌 형에겐 문화 상품권을 모바일로 전송해달라고 미리 말을 해뒀다. 할머니, 할아버지께도 부모님 뒤에서 몰래 세뱃돈을 달라고 할 작정이다.

최군은 이렇게 모은 세뱃돈으로 명품까진 아니더라도 좀 플렉스(FLEX·‘자신의 재력이나 명예를 뽐내다’, ‘자랑하다’는 힙합 용어)할 만한 걸 좀 질러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매일 보는 유튜브 영상에선 중학생 형들이 돈을 모아서 명품을 사는 모습도 많이 봐둔 터였다. 사실 학교와 학원을 같이 다니는 친구들만 해도 제법 비싼 가방을 들고 다니는데, 최군도 내심 그 가방이 부러웠었다. 최군은 부모님께 세뱃돈을 빼돌리는 걸 들키지 않으면 일단 가방 하나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최군은 이번에 친척들이 두 살 차이 나는 사촌 형네 집에 모이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또 하나의 계획을 더 세우기 시작했다. 지난해 추석 또래끼리 사촌 형 방에 모여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형이 들고 있는 물건들을 봐뒀기 때문이다. 형의 방엔 최군이 탐내는 게임기도, 프라모델도, 롱보드도 있었다. 최군은 작년에도 ‘이 중의 하나만 내가 가져갈 수 있으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며 군침만 흘렸다. 최군은 올해는 어떻게든 하나를 들고 와야겠다는 각오를 다지면서 학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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