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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춘제 앞둔 中 `제2 사스 공포`…우한 단체관광 전면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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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한폐렴 확산 공포 ◆

매일경제

21일(현지시간)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한커우 기차역에서 한 검역관이 적외선 탐지기로 승객 발열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EPA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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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베이징 고속철 역사 중 한 곳인 베이징난잔(北京南站).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설)를 앞두고 고향으로 가려는 인파로 북적이는 이곳에서 10명 중 7명가량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역사에서 만난 중국인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에 높은 경계심을 드러냈다.

쓰촨성 출신인 펑밍 씨(49)는 마스크를 쓴 채 인터뷰에 응하면서 "주변에 기침 시늉이라도 하는 사람이 있으면 곧바로 자리를 피한다"며 "청두에 있는 친척 집만 방문하고 곧장 베이징으로 돌아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번화가인 왕푸징 거리에서 만난 우한 출신 양잉 씨(38)는 "고향에 가고 싶지만 우한 폐렴 발병 근원 지역이라 포기했다"며 "(우한 폐렴 공포가 커지면서)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오는 것을 꺼린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발생한 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이틀 새 수백 명 급증하고, 사망자도 17명으로 늘어나면서 중국 전체가 떨고 있다. 2003년 사망자가 수백 명에 달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공포심도 커지고 있다. 중국 당국은 뒤늦게 '우한 폐렴'에 대해 전쟁을 선포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 총력 대응을 지시했으며, 중국 정부는 우한 폐렴을 사스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해당하는 '을류' 전염병으로 지정했다. 대응 태세도 흑사병이나 콜레라와 같은 '갑류' 전염병 수준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22일 중국 전역에서 우한 폐렴으로 확진된 환자는 총 540명이 넘는다. 우한이 위치한 후베이성 환자가 444명으로 가장 많고 광둥성(26명), 베이징(10명), 상하이(9명), 저장성(10명) 등 이미 중국 전역으로 퍼졌다. 특히 마카오(1명)와 대만(1명) 등 범중화권에서도 우한 폐렴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앞서 중국 당국은 확진 환자 113명 출신 지역을 특정하지 않았으나 대부분 우한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우한 폐렴 '의심' 환자는 홍콩과 중국 본토 11개 성에서 총 137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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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는 이미 범중화권을 넘어 세계로 확산 중이다. 태국(4명)을 비롯해 일본, 한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최근 중국 우한으로 여행을 다녀온 미국 위싱턴주 시애틀 인근 주민이 우한 폐렴 환자로 진단됐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사실상 중국 방역망이 뚫린 상황에서 태평양 건너 미국 대륙에서까지 확진자가 나오자 전 세계가 '제2 사스'를 걱정하고 있다.

특히 한 환자가 의료진 14명을 감염시킨 것으로 드러나면서 중국 정부는 '바이러스 슈퍼 유포자'가 나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스 대응에 공을 세웠던 중국 공정원 원사인 중난산은 "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한 핵심 관건은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가진 채 대규모 인파와 접족하는 '슈퍼 유포자' 출현을 막는 일"이라며 "환자들이 우한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사스 사태 당시 슈퍼 유포자는 '독왕(毒王)'으로 불렸는데 1명이 100명 넘는 사람에게 전염시킨 사례가 있다.

중국 정부는 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우한 여행사들에 대해 단체 관광을 잠정 중지시켰다. 22일 인민일보 등에 따르면 우한시 문화여유국은 우한 지역 모든 여행사에 이날부터 다음달 8일까지 영업을 잠정 중단하고 단체 관광을 모집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이미 단체 관광객을 모집했더라도 1월 30일 이후에 출발하는 상품은 일괄 취소하라고 통지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 초기에 우한 지역을 통제했으면 지금처럼 중국 전역으로 퍼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제때 우한 폐렴에 대처하지 못해 사태가 악화됐다는 비판에도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우한 폐렴을 막기 위해 책임 있게 대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한 폐렴이 중국 당국 공식 발표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에 진입했다는 경고가 잇따라 나온다. 홍콩대 전염병역통제센터는 "우한 폐렴이 이미 중국 내 20여 개 도시로 확산했으며, 중국 본토 감염자가 1343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센터는 연인원 30억명이 이동하는 춘제 연휴 기간에 우한 폐렴 감염자가 더욱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우한 폐렴 확산으로 아시아축구연맹은 다음달 3∼9일 우한시에서 열릴 예정이던 여자축구 올림픽 예선전 장소를 동부 난징으로 변경했다. 미국 CDC는 지난 17일부터 뉴욕,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 3개 공항에서 실시하던 검역을 5개 공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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