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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47년 업력 한올바이오파마, 임상발표 왜곡 논란..업계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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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구건조증 신약, 1차목표달성 실패에도 ‘성공’ 표현

투자자 등 혼란 야기...업계 "이 같은 발표 왜"

명확하고 통일된 양식의 임상시험 결과 발표 필요

뉴시스

[서울=뉴시스] 한올바이오파마 박승국 대표(사진=한올바이오파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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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송연주 기자 = 47년 업력의 한올바이오파마가 지난해 바이오 벤처들의 숱한 임상시험 결과 왜곡 발표 논란을 재현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지난 16일 안구건조증 신약 HL036의 첫 임상 3상시험 탑라인 결과를 발표하는 보도자료에서 '성공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제공한 자료에서도 임상시험의 ‘1차평가변수’(primary endpoint)와 ‘2차평가변수’(secondary endpoint)를 구분하지 않고 뭉뚱그려 묶은 후 ‘통계적으로 유의성 있는 효과를 보였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대로라면 한올의 자료와 발표는 임상 ‘성공’을 의미한다.

그러나 결과는 아니다. 야심작인 안구건조증 신약의 첫 3상은 목표달성에 실패했다. 1차평가변수는 ▲객관적 지표로서 각막의 하부 손상 개선정도인 ICSS ▲주관적 지표로서 환자 불편감을 조사하는 ODS다. ICSS와 ODS 모두 위약과 비료해 통계적인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임상시험 자체의 성공기준은 1차평가변수다. 처음에 임상시험을 설계할 때 ‘1차평가변수’를 통계적 유의성 확보를 위한 기준으로 잡고 환자 수·대조군 등을 정하기 때문이다. 보통 2차평가변수를 기준으로 임상을 설계하진 않는다. 2차평가변수가 품목허가를 위해 가치가 있다고 하더라도, 시험 자체의 성공 기준은 1차평가변수다.

한올바이오파마가 투자자들을 혼란케 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한올은 2차평가변수인 CCSS(각막의 중앙부 손상 개선 정도)·SCSS(상부 개선정도)·TCSS(총 개선 정도)의 유의성 있는 효과만 부각하고, 1차평가변수의 입증 실패 여부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

특히 주관적 지표인 ODS를 설명하는 부분에선, 2주(p=0.0624)와 4주(p=0.0570) 결과가 실제론 통계적 유의성(p<0.05)을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위약 대비 현저한 개선효과를 확인했다는 혼란스러운 표현을 사용했다.

이에 대해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한올바이오파마처럼 연구개발 역사가 오래되고 뛰어난 기술과 특허를 보유한 기업이 이런 발표를 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1973년 설립된 한올바이오파마(전 한올제약)는 복제약 판매의 사업모델이 가득찼던 2000년대 중반부터 ‘바이오 연구개발’에 뛰어든 회사다. 특히 2008년 치과의사 출신 오너 2세 김성욱 부회장이 실권을 잡으면서 R&D에 전폭적인 투자를 강행했다. 2009년 사명도 지금의 한올바이오파마로 바꿨다. 그 중앙에는 R&D를 이끌고 있는 현 박승국 대표가 있다. 그 결과로 2015년 대웅제약이 한올바이오파마를 인수하면서 바이오 연구가 더 가속화 됐다.

명확하고 통일된 발표 양식과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왜곡된 발표를 막으려면 제각각의 입맛대로 주무를 수 없는 구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제약사의 경우 임상시험 디자인과 목적, 1차평가변수와 2차평가변수의 설정 및 통계적 유의성 입증여부, 이상반응 종류와 빈도를 명확하게 구분해 발표한다. 자료는 장황하지만 투자자의 혼란은 크게 줄어든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명확한 내용으로 발표하는 것은 가장 중요하다. 이미 관행처럼 쓰이는 포맷과 양식이 있으니, 기업들이 이를 따르기만 하면 된다”며 “미디어·투자자 역시 임상시험을 성공과 실패 이분법으로만 보지 말고, 가치에 대해 깊게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y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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