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의 노선 수정은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입후보 단계에서부터 예상됐던 일이다. 김동명·김만재(금속노련위원장) 두 위원장 후보가 모두 제조업 산별노조 출신이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은 그동안 온건·실리적인 공공·금융 노조가 주축을 이뤄왔다. 조직 면에서 열세였던 금속·화학노련은 강경 노선으로 분류된다. 새로 선출된 김 위원장은 강경파 중에서도 강성 인사로 꼽힌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시절 구조조정 반대 투쟁을 주도했으며,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노사정 대타협'의 양대 지침(취업규칙 변경·쉬운 해고) 폐기를 위해 노동 현장 최일선에 뛰어들었다. 러닝메이트인 이동호 새 사무총장 역시 전국우정노조 사상 처음으로 총파업 투쟁을 선언했던 인물이다. 한국노총 선거인단은 강경투쟁 노선으로 선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이들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한국·민주노총이 제1 노총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것은 노동계 대표라는 위상과 '프리미엄' 때문이다. 제1 노총은 노동계가 참여하는 정부 기구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지분을 가질 수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재정운영위원회, 노동위원회에서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 수를 제1 노총에 더 많이 배분한다. 한국노총은 조직 면에서 민주노총에 밀리면서 지금까지 누려온 프리미엄을 내놔야 할 처지가 됐다. 작년 말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8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 현황'에 따르면 민주노총 조합원(96만8천여명) 수가 한국노총(93만2천여명)보다 3만5천여명이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민주노총이 창립(1995년) 이후 23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노총을 누르고 제1 노총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한국노총 새 지도부의 노선 수정 전망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많다. 제1 노총 지위 회복이 시급한 과제인 한국노총이 민주노총과 선명성 경쟁을 벌이기 위해 투쟁 일변도의 모습을 보일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새 지도부는 청년실업·일자리·양극화·고령화 등 특정 이익·사회 단체의 울타리를 넘어 각계 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야 할 과제들이 우리 사회에 산적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조직확대 면에서도 선명성 경쟁은 민주노총과 차별화하기 어려워 오히려 불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섣부른 노선 수정을 경계해야 한다. 그보다는 대화와 타협, 온건과 실리를 바탕으로 노조원의 신뢰를 회복해 조직을 넓혀 나가길 바란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 사회적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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