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하게 리스크 관리 성공
시가총액도 신한금융 제쳐
푸르덴셜 인수땐 주도권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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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KB금융이 신한금융에 빼앗긴 '리딩금융그룹' 탈환을 위해 발빠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금융권이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 사태 등 각종 사모펀드 악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KB금융만이 유일하게 두 사태를 모두 피하며 리스크 관리에 성공한 모습이다. 시가총액도 신한금융을 제치고 금융업종 1위에 올라섰다. 푸르덴셜생명 인수마저 성공한다면 리딩금융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금융은 연간 순이익 3조4450억원을 기록, 3조3070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KB금융을 근소하게 앞선 것으로 전망됐다. 그 뒤를 이어 하나금융지주 2조4320억원, 우리금융지주 1조9590억원으로 추정됐다. 신한금융이 리딩그룹 수성에 무난히 성공할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올해 상황은 다르다. KB금융은 신한금융에 맞서 몸집 불리기를 통해 리딩금융 탈환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매물로 나온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경쟁자로 예상됐던 우리금융이 불참하면서 금융지주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출사표를 던졌다.
푸르덴셜생명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총자산은 20조8081억원이며, 지급여력(RBC) 비율은 515.04%로 독보적인 업계 1위를 기록 중이다.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465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연결재무제표 기준 KB금융과 신한금융지주 자산 총계는 각각 545조원, 506조원이다.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면 자산은 530조원 정도로 신한금융에 가깝고 영업이익은 오히려 웃돌게 된다. 자산 규모 13위인 KB생명보험(약 19조3000억원)과 11위 푸르덴셜생명을 합치면 약 39조5000억원으로 업계에서 다섯째로 많은 자산력을 갖추게 된다. KB금융이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다시 탈환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2017년까지 리딩금융그룹은 KB금융이었으나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인수하며 순위가 뒤바뀌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금융권을 패닉 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DLF 손실 사태와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유일하게 비껴갔다는 점도 호재다. KB국민은행은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지난해 7월 약 750억원 가량 모두 수익 상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민은행을 제외한 신한, 하나, 우리은행 모두 라임 사태에 휘말려 있는 상황이다.
국민은행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서 대규모 원금 손실을 낸 DLF도 비껴갔다. 국민은행 자산관리(WM) 상품위원회가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DLF 판매 승인을 거절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된 셈이다. DLF 사태로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의 최고경영자들은 현재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의 징계 수위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신한금융의 수장도 채용비리 혐의로 법적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시가총액 순위는 이미 뒤집혔다. 지난해 신한금융이 격차를 크게 벌리며 금융권 시총 1위가 굳혀지는 듯 했으나 연말 들어 KB금융이 주주 환원을 이유로 자사주 소각에 나서면서 상황이 바뀌었고 결국 시총 1위 자리를 탈환했다. 21일 기준 KB금융은 시총 19조6885억원으로 코스피 13위, 신한금융은 19조6319억원으로 한 계단 아래인 14위에 위치해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국내 금융지주 중 가장 높은 자본비율(15.3%)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인수ㆍ합병(M&A)와 주주환원정책을 병행할 수 있는 유일한 금융지주사"라고 진단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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