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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사설] 북한의 비핵화 진전 없는데 ‘개별 관광’ 적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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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북 개별관광 추진 방침을 공식화했다. 통일부는 그제 “개별관광은 대북제재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면서 이산가족 또는 사회단체의 금강산·개성 방문, 제3국 여행사를 통한 북한 관광 및 외국인의 남북 연계관광 허용 등 3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의도적인 냉대와 미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개별관광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북·미 대화마저 중단된 상황에서 어떻게든 남북대화 재개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정부의 의도를 이해 못할 바 아니다. 하지만 당사자인 북한이 수용할지 의문이라는 점에서부터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실제로 북한은 내달 말까지 금강산 시설을 철거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우리 정부의 개별관광 방침에 대해서는 아직 일언반구 대꾸가 없다. 일방적 구애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관광객들의 신변안전 대책도 문제다. 정부는 “금강산 사업 때보다 더 포괄적이고 강화된 안전보장 조치를 논의할 것”이라고 했지만 그간의 북한 행태로 미뤄 믿음이 가질 않는다. 2008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유가 우리 관광객 한 명이 북한 초병의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는데도 북한이 재발 방지와 신변안전 대책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 아닌가.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한·미 공조체제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정부는 개별관광이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강조하지만 미국의 생각은 다르다. 미국은 북한의 외화벌이에 도움을 주는 행위는 제재와 상관없이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남북협력이 비핵화 협상과 분리돼서는 안 되며 따라서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조율하고 상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부정적이라는 신호다.

남북협력의 과속 추진은 자칫 북한의 오판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 개별관광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가 갖춰졌는지, 한·미 간 공조체제에 금이 갈 소지는 없는지 등을 두루 살필 필요가 있다. 북한이 철저한 안전 대책을 약속하도록 하는 것도 선결 과제다. 무엇보다 비핵화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대북 지원을 서두를 필요가 있느냐는 물음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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